한국의 대통령 선거일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마침내 각 당이나 세력을 대표하는 후보자들이 정식으로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대선 경쟁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오만가지 선거운동을 다 할 수 있도록 해 놓고 막상 등록한 후에는 각종 ‘이현령 비현령’식 조항들로 묶어놓고 있으니 선거법치고는 참 묘한 제도라 할 수 있겠다. 못된 일에는 비상한 머리를 가진 정치인들이 법 만들고, 운영하는 데는 왜 그리 미치지 못하는지 선거 때가 되면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더욱 느끼게 된다. 그러니 한국은 법이 있으나 마나한 사회라는 소리를 듣게 되고 실제로도 법이 공정하게 시행되지 않고 있음을 도처에서 보게 되는 것이다.
한국선거의 망국적인 병폐는 상대방에 대한 무차별적인 네거티브 전략으로 이번 선거에서도 예외 없이 등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김경준 카드’인데 벌써부터 대통령 선거인지 비리 폭로전인지 가늠치 못할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다. 이 문제는 당선 가능성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김경준, 이명박 두 사람간의 관계에 대한 진위여부를 떠나 그들의 행태를 보면 인간의 가장 밑바닥인 도덕성에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김경준씨는 어쨌든 실정법을 어긴 범죄자로 이번에 한국에 신병이 인도된 것도 다 그 때문인데 최소한의 양심을 가진 인간이라면 속죄하는 흉내라도 보여야 함에도 무슨 개선장군이나 되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마치 도박꾼이 자신의 진심을 위장할 때 써먹는 포커페이스의 대가를 보는 것 같다.
그토록 떳떳했으면 어째서 그 많은 세월을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나서는지 삼척동자라도 후원세력을 알만한 ‘제2의 김대업’이라는 개연성을 면할 수가 없다. 거기다가 온 식구가 나서고 있으니 참으로 대단한 집안인 것 만은 틀림없다.
이명박 후보도 그렇다. 오래 전부터 대권에 꿈을 세운 사람이라면 수신제가하고 지내도 부족한데 불과 2,3년 전까지 자녀를 위장취업 시키고 있었으니 집안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이 한 나라를 어떻게 다스리겠다는 심산인지,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최대관심은 어떤 정당이 무슨 공약을 내세우느냐 보다는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인가인데 공약은 단지 선거용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고 결국은 입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이 국가의 앞날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사람이나 정당, 그 어디에도 기대를 걸 수 없는 ‘이상한 선거’를 치러야 될 것 같다. 이명박씨는 그렇다 치더라도 정계를 은퇴하겠노라고 눈물까지 흘리며 공언했던 이회창씨는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다가 탈당했으면 자신의 정책이나 알릴 것이지 남의 집 밥상에 시비나 거는 치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범여권의 대표를 자처하는 정동영씨는 아무리 노무현 정권과 거리를 두려고 해도 같은 통속인 것을 다 아는 국민들로부터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자 이 당, 저 당 가리지 않고 동냥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으니 그래 가지고 어찌 개혁을 표방하는 후보자라고 할수 있겠는가.
민주당의 이인제씨는 더 설명이 필요 없는 특정 지역의 철새후보이고, 진보세력의 주자라는 권영길씨는 농민, 노동자들 앞에서 데모나 일삼던 대선 3수생이며, 문국현씨는 정치를 무슨 회사 일로 착각했는지, 마치 집에서 음식솜씨 좋다는 말을 듣고 식당을 차리려는 정치문외한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후보로 미는 정당들은 어떠한가. 엄밀히 말해 한국에는 정당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이 어떤 깃발을 내걸든 그때 그때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 하는 한시적 무리이지 무슨 철학이나 정책을 가진 자들의 모임이 아닌 것이다.
오늘날 한국이 처한 현실은 대선에서 어떤 후보자가 선출되든 그가 취할 행보와 정책은 오십보백보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누구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 많은 유권자들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에 오른 지금도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으로 꼽고 있으나 국가의 앞날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첫째로 한국을 뒤죽박죽으로 만든 좌파들은 절대로 안되며 그 다음은 현대사회로 급속히 전환되는 과정에서 변질돼버린 국민들의 의식과 가치관 회복시키는데 강한 의지력을 가진 정직한 후보자를 뽑는 것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세우는 일이라 믿는다.
조만연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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