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
지난주 열린 1차 남북 총리회담으로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많은 사업들이 구체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지난 10월4일 정상회담은 평화체제와 경제협력을 비롯하여 40여개항의 구체적인 합의를 한 바 있다. 이번 총리회담에서는 후속 실무회담의 일정을 합의하고, 사업별 추진방법을 논의하였다.
남북관계는 이제 평화정착과 경제협력이 서로 긍정적으로 보완하면서 발전하는 평화협력 단계로 전환되고 있다. 이번 합의는 크게 서해 평화정착, 경제협력 활성화, 사회문화 등 제반분야의 교류 활성화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서해 평화협력 지대의 구체화는 서해의 평화정착에 긍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그동안 서해는 분쟁의 바다였다. 1999년과 2002년에는 군사적 충돌도 있었다. 총리회담에서는 서해 평화 특별지대를 구체화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합의했다. 그동안 북한의 해군기지였던 해주항을 개발하고, 해주 경제특구를 건설하기 위해 올해 내에 현지조사를 하기로 했다.
한강하구 골재 채취사업도 2008년대에 착수하기로 했다.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한강하구는 한국전쟁 이후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이었다. 준설작업이 진행되면 한강은 서해와 통하는 강이 된다. 2008년 상반기내에 공동어로 사업을 하기로 한 것도 의미가 있다. 서해 평화경제지대 구성에서 필요한 군사적 보장조치들은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서 논의될 것이다.
경제협력 분야 합의 중 중요한 것은 개성공단의 환경개선과 남북 육상교통 시대의 개막이다.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어려운 정세 속에서도 꾸준하게 발전해 왔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개성공단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이번 총리회담을 통해 입주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통행, 통신, 통관 절차의 개선 합의는 개성공단이 다음 단계로 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개성공단 통행시간을 오전 7시에서 오후 10시까지로 확대했으며, 출입절차 간소화에 합의했다. 올해 안에 인터넷과 휴대폰 전화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북한은 개방은 하되, 체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이런 부분에 소극적이었다. 통신 분야의 환경개선은 투자환경의 개선뿐만 아니라, 북한의 개방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통관절차의 개선도 중요하다.
남북 육상교통시대의 개막 역시 중요하다. 우선적으로 문산에서 개성공단이 있는 봉동까지 철도화물 수송을 12월11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현재 대부분의 원자재가 남쪽에서 들어가고, 개성에서 생산을 해서, 다시 생산품을 남쪽으로 가져온다.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철도수송이 이루어지면 부산이나 대구에서 개성까지 직접 수송이 가능해진다. 시간도 비용도 줄어들 것이다. 나아가 개성에서 신의주까지 철도 개보수와 개성에서 평양까지 도로 개보수를 위한 실무 접촉도 합의했다. 이미 남북한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할 남북 공동응원단이 기차를 타고 함께 가기로 했다. 남북 철도 연결에 이어 이제 대륙철도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남북 육상교통 시대는 경제적인 측면뿐 만 아니라, 접촉의 활성화와 이에 따른 신뢰의 확대를 가져올 것이다.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확대와 인도주의 분야의 협력도 중요하다. 백두산과 개성관광이 주목된다. 특히 개성은 고려의 수도로 역사유물이 많고, 서울에서 60km 떨어져 있어 일일관광이 가능하다.
일일관광은 상호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신뢰를 다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역사, 언어, 교육, 문화예술,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또한 이산가족 문제의 진전도 중요하다. 12월7일 금강산 면회소 준공식이 이루어지면, 이산가족 만남이 상시적으로 정례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한반도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북핵문제는 올해 안에 북한의 핵시설을 못 쓰게 하는 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다. 곧이어 미국의 테러 지원국 해제도 이루어질 것이다. 내년부터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도 시작될 것이다. 동북아 정세가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확대 발전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한반도가 평화와 경제 번영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나갈 때, 국제사회도 이러한 움직임을 지지하고, 동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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