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주 한인 미디어들은 온통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뉴스로 가득 차 있다. 이 며칠은 얼마 전 한국으로 송환되어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한 1.5세 때문에 온통 벌집을 쑤신 듯하다. 선거에 대한 관심은 공유하면서도 솔직히 재미한인의 입장에서는 별로 좋은 기분이 아니다. 특히 그로 인해 한국을 방문한 1.5세 전문가들을 싸잡아 사기꾼으로 취급하더라는 근래 한국에서의 경험담을 들으니 더욱 그렇다.
미주 한인 미디어들의 한국 대선 집중보도가 재미 한인들의 여론을 대표해서인지 아니면 미디어들이 재미 한인들의 관심을 한국으로 이끌어가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곳 미국도 대선을 앞두고 있다. 미대선 후보들의 캠페인이 전국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으며 미국의 미디어들도 대선 뉴스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 반면, 우리 한인사회와 미디어는 남의 집 불구경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미국 대선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최근 미주 한인들이 자진해서 미 전국에 각각 한국 대선 후보 미주지원단을 출범시켰다고 전면 컬러광고를 낸 것을 보았다. 얼마 전에는 한국 대선 관련 데모까지 LA 총영사관 앞에서 있었다는 뉴스도 들었다. 또 재미한인 한국 대선 후원회 멤버들이 비행기를 타고 직접 한국까지 나가서 한국의 친척과 동창회 등 모든 인맥과 인연을 총동원 하는 캠페인에 나서서 집집마다 방문하는 활동을 벌인다고 한다. 너무 적극적인, 그래서 지나치기도 한 재미한인들의 한국 정치에 대한 관심과 활동을 보며 이미 떠나온 고국의 선거판에 너무 빠지는 게 아닌지 염려된다.
LA에서 미 주류정치인 보좌관으로 오래 일했던 1.5세 한인은 재미한인의 미국 정치참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부분의 한인은 정치에 관심이 무척 많은데 그 관심은 온통 한국 정치에 몰려 있는 듯합니다. 미국 정치참여는 대통령, 주지사, 시장, 시의원 등의 한인 지지자가 주최하는 기금모금에 참석해서 기부금을 내고 정치가와 사진 몇 장 찍어서 집이나 회사에 진열하는 것을 즐기거나 각종 퍼밋이 필요할 경우 로컬 정부의 특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관심인 것 같습니다.” 그는 1세들의 미국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아무래도 미국 정치를 잘 모르는데 있고, 또한 언어장벽이 문제라고 해석했다. 재미한인들도 로컬선거에 한인이 출마하였을 때 관심을 보이며 선거자금 모금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투표도 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때 뿐이다. 아직도 미 주류사회 정치에 관한 관심과 참여는 거의 지속성 없는 일시적인 것이다.
아직 1세들이 주류를 이루는 재미한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이다. 한국에 부모형제, 친척도 있을 수 있고 재산을 남겨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특히 글로벌 시대엔 한국의 대통령뿐만 아니라 누가 세계적인 리더로 뽑히는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문제는 밸런스다. 재미한인들의 정치적 관심과 활동이 균형을 맞추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한국 정치에만 관심을 가지면 이곳 미국에서는 영원히 외국인 취급을 당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민 온 우리는 이곳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사업을 하고 세금을 납부하면서 미국 시민권도 받고 투표하고 미국의 시민인 자녀를 낳고 키우고 교육시키며 산다. 우리의 가정, 우리의 일터, 우리 자녀의 미래는, 한국 대통령에 누가 뽑히는가 보다는 미국대통령에 누가 뽑히는가에 직접적이고 확실하며 훨씬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그것이 우리 재미한인들의 생활현실이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 투표권도 없는 많은 재미 한인들이 그리운 조국을 무척 짝사랑하고 있나 보다. 미국 사회학자들은 레퍼런스 그룹(reference group)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 용어는 자기가 동일시되고자 하는 집단이라는 뜻인데 사람은 누구나 그러한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하나의 사회현상을 설명하는데 쓰이는 말이다. 코리안 아메리칸인 우리가 아직도 아메리칸보다는 코리안에 더욱 동일시하려는 경향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동안 미국을 방문했던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동포 간담회에서 하나 같이 ‘조국에 대한 관심은 줄이고 미국시민으로 잘 살아가길 바란다’고 조언한 것을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한국 대선에 보여주고 있는 재미한인들과 재미 한인미디어들의 열정과 관심이 앞으로 다가올 이곳 미국 대선에서도 똑같은 열정과 관심으로 나타나길 바란다.
케이 송
USC 부부총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