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땅에 펼쳐진 배드랜드 국립공원은 데스밸리와 그랜드 캐년을 뭉개서 만들어놓은 기기묘묘한 형상이 자연의 오묘함을 느끼게 한다.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에이브러험 링컨, 디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의 얼굴을 조각해 놓은 러시모어 국립공원.
오, 배드랜드! 자연의 오묘함에 전율마저…
첫번째 목적지 : 샌타페
7월1일 일요일 아침 일찍 흥분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여행을 준비하면서부터 기다리던 날이라 잠도 설치면서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닭(?)도 울지 않았는데 집을 나선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단숨에 샌타페(Santa Fe)까지 가고 싶지만 워낙 거리가 먼 곳인지라 중간지점인 플랙 스탭(Flag Staff)으로 향했다. LA에서 무려 8시간 정도 걸린다. 아내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왔더니 어느덧 목적지에 도달했다.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나 샌타페로 향했다. 40번 프리웨이 이스트를 타고 가다가 앨버커키를 지나서 한시간반 정도 가니 각종 갤러리와 인디언 문화의 산고장이라는 샌타페 도시가 나왔다. 뉴멕시코주에는 처음 와보는 것인데 황토색의 흙들과 특이한 집 모양들 그리고 비좁은 속마음을 뻥 뚫리게 해주는 넓은 하늘 등 여러 모습들이 신기하게 느껴져서 여행의 참맛을 벌써부터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일단은 숙소에서 전신욕을 즐기며 피로를 풀고 나오니 살살 비가 내리고 있었다. 더웠던 날씨마저 우리를 반기는 양 선선해져서 우아한 저녁을 먹고자 시내로 나왔다.
이 고장의 독특한 음식을 먹어보자고 나왔지만 정보가 부족한 탓에 결국엔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이탈리아 식당을 가버렸으니 아내에게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독특한 음식을 먹어보자며 큰소리를 쳤던 내 말은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맨 먼저 샌타페 다운타운에 자리한 팰리스 오브 더 거버너스(Palace of the Governors)라는 곳에 갔다. 시정부에서 인정하는 인디언의 후예들이 직접 만든 장신구들을 노점처럼 길바닥에 전시해 두고 물건을 파는 이곳에서 번뜩이는 아내의 눈을 피할 수 없어서 결국엔 목걸이 하나를 사게 되었다. 신기한 것은 목걸이를 샀더니 조그마한 수첩에서 종이 하나를 떼어내더니 알아보기 힘든 글씨로 보증서를 써주었다. 인디언의 몇 대 후손쯤 되는 그 여인은 손수 악수를 청하면서 이 목걸이가 문제가 있으면 언제라도 보완해 주겠다는 친절한 말을 해주었다. 우리는 목걸이 때문에라도 나중에 다시 이곳을 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는 안내문 때문에 사진기는 꺼내보지도 못했다.
또 근처에 갤러리(Museum of Fine Art)와 조각공원(Allan Houser Sculpture Garden)이 있는데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와볼 만한 곳들이었다. 다운타운에서 오전을 보낸 우리는 한 시간반 정도 거리에 있는 타오스 푸에블로(Taos Pueblo)라는 곳에 갔다. 이곳은 유네스코 보호구역(UNESCO World Heritage)으로 지정된 곳으로 1,000년이 넘는 인디언 문화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쨍쨍 내려쬐는 햇살에 땀은 주룩주룩 흘러내렸지만 우리는 100여장이 넘는 귀한 사진들을 찍을 수 있었다. 샌타페에서 보낸 2박3일은 짧았지만 그동안 익히 들어온 샌타페 특유의 정취들을 두루 느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세계에서 6번째로 긴 동굴인 윈드 케이브 국립공원 앞에서 아내와 함께.
두번째 목적지 :
러시모어 국립공원과 배드랜드 국립공원
샌타페에서 사우스다코타 주의 커스터(Custer)까지 가기는 너무 멀어서 중간지점인 콜로라도의 오로라(Aurora)라는 곳에서 하룻밤 묶었다.
한인들이 많이 산다는 오로라시는 콜로라도의 주도인 덴버의 위성도시로 덴버와 가깝고 큰 도시였는데 놀라운 것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아름 마켓의 규모나 시설이 대단한 것이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햇반과 과자 등을 사면서 휴식을 취했다.
오로라에서 사우스다코타로 가는 길에 네브래스카주에 있는 스코츠 블러프(Scotts Bluff) 내셔널 모뉴먼트에 들렀다. 스코츠 블러프 내셔널 모뉴먼트(http://www.nps.gov/scbl) 뻥 뚫린 벌판에 모래바위 같은 것이 산재해 있고 800ft(244m) 정상의 모래바위에서 바라보는 시골 분위기는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방문객은 적어서 우리를 사진 찍어줄 사람들이 올 때까지 한동안 기다리면서 선탠을 즐긴 일은 코믹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리는 러시모어 국립공원 초입에 있는 세계에서 제일 큰 조형물이라는 크레이지 호스 메모리얼(Crazy Horse Memorial)에 갔다. 아직도 미완성인 이 조형물은 9층높이의 얼굴만 완성돼 있는데 지금도 조금씩 공사중이다.
이곳에서 한참 구경하다가 30여분 거리에 있는 러시모어 국립공원에 갔다. 1941년에 완성되었다는 이 거대한 조형물은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에이브러험 링컨, 디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의 얼굴을 조각한 초대형 조각이다. 이 조형물들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더더욱 좋았던 것은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자그마한 공연장을 꾸며놓고 연주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연주하는 모습과 공연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한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노래 소리가 들리는 음악보다 그냥 연주만 있는 음악이 좋은데 딱 그런 공연이었다.
근처에 커스터 주립공원(Custer State Park)이 있는데 규모가 너무 커서 시간관계상 입구만 들어갔다가 다음 여정지인 윈드 케이브(Wind Cave) 국립공원에 갔다.
세계에서 6번째로 긴 동굴을 가지고 있다는 이 공원은 그냥 사진만 찍으려고 갔었는데 운 좋게도 장애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휠체어를 탄 내가 동굴의 초입까지 들어가 보는 행운을 가질 수가 있었다.
입장료는 5달러이었는데 팍 레인저가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안내하는 행복한 여행이었는데도 영어가 짧아서 거의 알아들을 수 없어서 그 사람도 아쉬워하고 우리도 너무나 아쉬웠다. 내 스스로 위로한 것이 여행이란 여러모로 부족한 것이 있어서 그것들이 모여서 추억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내한테 말하면서 위안을 가졌다.
다음날 아침 또 부지런히 서둘러서 배드랜드(Badland) 국립공원에 갔다. 24만4,000에이커에 달하는 방대한 땅에 펼쳐진 대장관인 이곳의 모습을 내 느낀 대로 표현해 보면 기기묘묘한 것이 데스밸리와 그랜드 캐년을 뭉개서 만들어놓은 그런 형상이다. LA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면 사람들에게 꼭 가보라고 권하고픈 그런 곳으로 쉬는 장소마다 쉬면서 하나하나 바라보다보면 자연의 오묘함에 그저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사우스다코타의 시골모습과 뻥 뚫린 대자연의 모습 그리고 도로에 나만이 달리고 있는 한적함에 그저 좋아서 아내와 난 저절로 노래를 흥얼거리는 황홀한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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