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아칸소에서 대학에 다니는 스티븐 아이언사이드는 남들이 보기엔 사소하지만 자신에게는 매우 슬픈 일을 당했다. 자신의 삶을 음악으로 채워주던 아이파드가 그만 고장이 난 것이었다. 워런티가 끝났으니 제조사 애플이 무료로 고쳐주지 않을 것이라 그냥 서랍 속에 넣어두고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블로그 CrunchGear.com에서 읽은 대로 조그만 종이를 접어 넣어 봤더니 감쪽같이 고쳐졌다. 이 블로그의 주인인 시애틀 거주 맷 히키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드 드라이브에 종이로 쐐기를 박아 눌러줘서 70% 가량의 고장 난 아이파드를 고칠 수 있었다고 말했는데 전자제품 수리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블로그 등에 수리방법 자세히 제시
문제점 올리면 몇시간 내 해결책 줄이어
전문 사이트 다수… 고급 답변은 유료도
제품 제조사조차 모르는 방법 수두록
동네 수리상은 거의 없어졌고 그와 함께 그것이 과연 고쳐서 쓸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포함한 자잘한 충고까지 해주던 수리공들도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제는 웹사이트에서 사용자들이 서로 해결책을 찾아서 나누고, 더 복잡한 문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회사들이 매우 전문적인 수리 서비스를 오버나잇 메일을 통해 제공한다.
한 가지 제품만을 다루는 www.macfixit.com, www.fixmyxp.com, www.macosxhints.com 같은 사이트도 있고, 홈 디어터, 텔리비전과 스테레오 등 큰 제품에 대한 토론을 주선하는 www. avsforum.com 같은 사이트도 있다. 갑자기 랩탑이 먹통이 되었다면 www.notebookforums.com, www.notebookreview.com을 들여다볼 일이며 텔리비전 수리라면 www.highdefforum.com등 몇 개 사이트가 참고가 된다.
www.fixya.com의 야니브 벤사든 사장은 미국에서 살다 이스라엘로 돌아간 직후 전자제품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자주 고장이 나는 것을 보고 이 사이트를 개설했다. 제조사의 사용 설명서나 서포트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의 사이트는 질문과 문제 해결법을 그룹 지어서 제품 종류와 브랜드, 모델 번호에 따라 정리해 놓았다. 마이크로소프트 X박스 360의 경우 100개도 넘는 질문과 답이 실려 있는데 대부분은 해결책이 한 가지지만 가장 흔한 문제인 과열의 경우에는 해결책이 81가지나 나와 있다. 질문들도 10여개를 빼놓고는 모두 해답이 제시돼 있다. 벤사든 역시 일반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제록스’ 프린터, ‘벨킨’ 와이어리스 라우터, ‘소니’ 포터블 DVD 등의 문제를 올려놓고 5~10시간만에 훌륭한 해결책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사이트는 해답을 제공하는 사람에 대해 등급을 매긴다. 어떤 문제에 대해 누구나 자기가 전문가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그가 하는 대답의 질에 따라 등급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이 사이트에서는 문제 한 건당 10~20달러 정도 받는 유료 서비스도 제공한다.
아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반 밖에 해결되지 않는다. 부품 전문 사이트들 중에는 사이트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설치 정보도 함께 제공하는 사이트들이 많다. 교체용 PDA 스크린, 배터리, 케이스들을 파는 www.PDAparts.com의 경우 요즘 전자장치 수리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일 케이스 여는 과정을 보여주는 비디오를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해 놓았다.
대부분의 기계에 들어있는 배터리는 특별한 연장이 없이도 갈기 쉽다. 제조사에서 사면 상당히 비싼 셀폰 배터리는 60~80% 싸게 파는 곳도 많다. ‘아이파드’용 배터리의 경우 제조사 것보다 용량도 더 크고 수명도 더 긴 것이 많은데 4세대 아이파드에 들어 있는 600밀리앰프 아워 배터리가 아니라 1,200밀리앰프 아워 배터리를 파는 www.ipodjuice.com의 경우 오리지널보다 2배나 오래 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기 손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업체도 수십 개나 된다. www.IResQ.com은 1994년부터 애플 제품들을 수리해 온 업체. 고장 난 ‘아이파드’ ‘아이폰’ ‘아이북’을 캔사스주 올레이드로 보내면 거기서 테크니션들이 고쳐 보내주는데 가격은 물건의 종류와 파손 정도에 따라 다르다. ‘아이파드’ 스크린을 가는 데는 부품과 인건비, 오고 가는 운송료까지 다 합해서 94달러가 든다. ‘아이폰’의 배터리 교환에는 79달러가 든다.
‘애플’ 스토어에서 새 배터리로 교환하면 65달러밖에 안 들지만 새 배터리에는 원래 있던 노래들이 저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먼저 들어 있던 노래들을 모두 하드 드라이브에 백업해 놓아야 한다.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물건이라면 조금 더 돈을 들여서라도 고치려는 사람이 많고,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상품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작은 컴퓨터들인 전자장치들은 고쳐 쓸 만한 가치가 있지만 발생한 문제가 두어 가지씩 된다면 차라리 버리는 편이 낫다.
기계를 버리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안에 든 데이터는 버릴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아이파드’나 랩탑에 들어 있는 수천곡의 노래나 다큐멘트, 스프레드시트, 기타 정보들은 다 시간과 돈을 들였던 것이기 때문이라고 www.TechRestore.com의 섀넌 진 사장은 말한다.
고치는 것과 새로 사는 것 중 어느 편이 더 나을지를 말해 주는 사이트는 찾기 힘들지만 몇 가지는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기본적인 DVD 플레이어 같은 것은 새 것으로 바꾸는 편이 더 돈이 덜 든다. 윈도스 95 같은 오래된 OS가 들어 있는 낡은 컴퓨터도 마찬가지. 그러나 300달러 주고 산 카메라 고치는 값이 80달러인데 100달러면 새로 장만할 수 있을 경우에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모든 문제가 다 수리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크린에 줄이 간 것 같은 문제는 새것으로 갈아 끼우면 되지만 가끔 소리가 안 난다거나 하는 문제는 진단부터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모든 전자장치들은 수명이 3~4년 정도 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 후에 고장이 나면 쓸 만큼 썼다 여기고 새 것으로 장만하라”고 ‘오라일리 미디어’의 편집자인 크리스 애덤슨은 권한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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