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중부 내륙지방을 세로로 관통하는 이른바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에 대한 논쟁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한달 반 남긴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내놓은 비중 있는 선거공약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이 대운하라고 부르기보다는 ‘한반도 물길 잇기’로 고쳐 부르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했다. 낙동강과 한강의 물줄기를 20km 터널을 뚫어서 연결하고 금강과 영산강의 상류를 잇대어서 연결하는 작업이므로 큰 인공운하도 아니기 때문에 ‘물길 개발’이라고 부르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내륙 수로 토목공사를 마치 무슨 국운이 걸린 것처럼 비중을 두고 대선 첫 번째 공약으로 미는 것도 지나치고 경쟁자의 공약이라고 한나라의 당내 선거에서나 여당 진영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불가론’을 주장하고, 저지를 위한 시민연대를 조직하고 나서는 것도 과민반응이다.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지도 40년이고, 고속철도가 완공돼도 경제 발전에 따른 물동량의 증가로 인하여 기초 인프라인 교통망의 추가는 여하튼 더욱 필요로 하는 것이다. 교통망은 육상, 해상, 항공과 내륙 수로인 강을 들 수 있는데 한반도의 경우 삼면이 바다임에도 불구하고 항만시설의 부족과 태풍 등의 위험부담으로 연안 해상운송은 1.6%에 불과한 현실이고 항공 운송은 비싸서 오늘날 오로지 육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고대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한강, 낙동강, 금강 등은 한반도 내륙운송의 동맥이었다. ‘경강’으로 불리던 한강은 팔도의 특산물을 서울로 실어 나르는 경제의 젖줄이며, 또한 조정에 바치는 세금을 실은 조운선이 다니는 국도였다. 뿐만 아니라 역사소설에 나오는 임꺽정이니 장길산이니 하는 도둑들도 해적으로 변신해서 풍요로운 강마을에 상인들을 노리고 출몰해서 치안을 위해서 설치된 강변경비대가 오늘날 지명으로 남은 노량진이니 광장진이니 하는 곳이다.
일제 강점기까지만 해도 반도의 하천은 중요한 곡물 운송로로 이용되어서 그 강안을 끼고 강경상고, 군산상고, 목포상고 등 당대의 명문 상업학교가 세워졌던 것이다. 그런데 경부고속도로에 이어 도로 건설로 전국이 속속 연결되고 자동차 산업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마이 카 시대가 된지 이미 오래다. 그래서 강을 이용한 교통망은 오늘날 ‘전설 따라 삼천리’가 되고 말았고 ‘물길 연결 프로젝트’가 생경한 이야기로 들리게 된 것이다. 물길 개발을 ‘대운하’라고 과장할 일도 아니고, 반대파의 입장이라고 무조건 반대할 일도 아니라 누군가 언젠가는 다시금 개발해야 할 중요한 교통 인프라인 것이다.
중국이 근년에 대륙을 세로로 연결하는 ‘중국 대운하’를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전면 보수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동안 고적으로 관광자원이었는데 경제발전으로 물동량이 늘어서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유네스코에 국제 문화유산으로 등록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그 ‘중국(경항) 대운하’를 건설하기 위해 중국 대륙을 가로 흘러서 황해로 빠지는 해하, 회강, 양자강, 황하강, 천단강을 남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 만리장성 이후의 대토목 공사를 벌인 때가 지금부터 1,400여년 전인 604년이다. 그 대운하를 수양제가 6년만에 맨손으로 맨땅을 파서 상해 140km 이남 항주에서 북경까지 1,794km의 인공운하를 완공했다. 그 대운하를 건설한 목적은 고구려를 쳐들어가기 위한 것이었다.
대운하를 완공한 611년 정월 대운하 북단인 북경 인근 탁군에서 100만 대군(병참수송, 수군 포함 300만대군)을 집결시켜서 2차 ‘여수대전’을 벌인다. 수양제가 직접 진두지휘해서 요하를 건넜지만 결국 선봉 우문술의 병력이 살수에서 을지문덕에게 전멸당해서 대패했고 3차 대전에서도 실패해 그 후유증으로 수양제는 618년 살해당하고 수나라는 멸망하고 만다.
지금 우리는 두 강을 연결하는 총 구간 500km의 소운하를 놓고 가타부타 하고 있다. 중국의 대운하가 건설된지 1,400년이 지난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이런 논쟁은 너무 요란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재현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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