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난 지 26년 만에 이번 가을 안식년을 맞아 한국의 한 대학에서 초빙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다. 대선정국을 맞아 여러가지 이슈들이 쟁점이 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교육, 특히 대학교육이다. 대선주자들마다 대학교육 예산을 대폭 늘려서 세계적 대학들을 수십개 만들겠다고 공약을 하고 있다.
한국이 짧은 시간에 기적적인 경제발전을 이루어 세계 10위권에 육박하는 경제강국으로 성장한 이유 중 하나는 잘 교육받은 인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요즘 한국의 대학교육이 문제시되고 있는가. 왜 경제적 위상에 걸맞지 않게 세계 100위권에 드는 한국대학은 없는가. 왜 아직도 수많은 유학생들이 해외로 나가야 하는가.
대학의 주된 기능은 연구와 교육이다. 연구란 새로운 지적 자산을 창조해 내는 것인데 그동안은 선진국, 특히 미국의 대학들에 유학하여 선진 연구를 받아들이는데 주력하였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선진형으로 바뀌면서 더 이상 모방하는 수준을 벗어나서 자체의 지적 자산을 창출해 내야 하는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한국반도체의 발전을 보면 이런 사정을 잘 알 수 있다. 미국의 대학에서 잘 교육받은 인재들이 돌아와서 한국의 반도체산업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모방할 상대가 없는 상태에서 자체적인 연구로 선두주자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대학의 연구능력을 향상시키려면 경쟁의 개념을 도입하여 연구에 소홀한 교수들을 퇴출시키고 또한 연구를 위한 제반 여건도 향상시켜야 한다. KAIST의 서남표 총장이 1971년 개교 후 처음으로 교수들을 지난 9월 테뉴어 심사에서 거의 절반에 가까운 43%를 탈락시키면서 대학개혁의 물꼬를 튼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활발한 연구가 학생의 교육에 바로 연결되는 것은 주로 대학원의 경우이며 대학의 경우는 연구를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교육이 소홀히 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에는 소수의 연구중심 대학과 다수의 교육중심 대학으로 나누어져 있다. 대학의 교육을 향상시키는 방안으로는 국제화의 추세에 발맞추어 전공분야 과목들에 대한 영어강의를 늘리고 그에 따라 외국인 교수의 임용을 확대하는 것 등이 거론된다.
영어강의의 확대가 교육의 질 향상으로 자동 연결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과도기 동안에는 미국에서 테뉴어를 받은 한국계 미국인 교수들을 초빙하여 영어강의를 기본으로 하되 질문 할 경우에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표시를 위해 한국말을 혼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요즘 정부가 전문직에 한해 ‘제한적 복수국적’ 허용문제를 검토한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왜냐하면 10여년 전에 내가 한국의 한 대학교에 임용수속을 하던 중 ‘외국국적 포기’가 선결조건이었기에 포기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OECD국가들에 비해 한국의 공공교육 예산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사교육비까지 합치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5%로서 OECD의 평균인 5.9%보다 훨씬 높은 교육비를 부담하고 있다. 교수의 연구능력 향상, 영어강의 확충, 그리고 예산 증액이 대학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산업화 시대에 적합하도록 개발된 현행 교육프로세스 자체가 지식기반 사회에 걸맞게 변화되어야 한다. 산업화 시대에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공급자가 수요예측에 따라 제품을 일괄 생산한 후에 수요자에게 공급한다.
하지만 지식기반사회에는 수요자의 수시로 변화하는 요구에 따라 맞춤 생산을 해야 한다. GDP의 2.9%에 달하는 막대한 사교육비는 교육의 공급과 수요자의 요구가 얼마나 어긋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세계의 선두를 달리는 한국 정보기술의 인프라 스트럭처를 최대로 이용하여 대학교육의 프로세스 자체를 바꾸는 교육의 리엔지니어링이 필요하다. 그래야 ‘샌드위치론’으로 나타난 한국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교육을 통해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임진혁 / 새크릿하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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