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흔들리고 있다. 복음과 사랑을 전하며 한인사회를 바른 길로 이끄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교회가 오히려 각종 비난과 소문, 손가락질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교회법을 어긴 파행적인 재정 운영, 비자금 관리, 목회자의 비윤리적 행위, 구태의연하고 패거리적인 단체 운영, 거짓 언사와 약속의 남발, 성장 지상주의... 날마다 들려오는 얘기들은 사실 확인과 상관 없이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다. 아니 “이래도 되는 건가”하는 한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사례 1- 지난 9월 워싱턴 지역에서 대표적인 한인교회 가운데 하나인 A 교회 당회원들이 교회에 건의서를 공식 제출했다. 당회장인 담임 목사의 인사가 형평성이 없다는 것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핵심은 교회법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당회원 일부가 6만달러의 교회 돈을 주택 구입 비용으로 목사에게 주었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또 목사가 몇몇 장로들의 도움으로 6만달러의 현금을 마련해 당회를 거치지 않고 비자금 형식으로 비밀리에 재정부에 입금했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를 오래 전부터 지적해왔던 그 교회의 한 집사는 “이 일은 많은 의혹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100만달러가 교인 모르게 인출돼 10개의 정기예금 계좌에 분산돼 입금됐던 일, 교회 건물 매각 대금 약 30만달러가 장부에 기록돼 있지 않은 일, 교회 건물에서 치러지는 결혼 피로연 행사 수익금의 불분명한 회계 처리 등 그는 적지 않은 다른 문제점들을 제기하며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만일 내가 부당하게 교회를 음해하고 있다면 무고나 명예 훼손 혐의로 고발해도 좋다”며 사실이 규명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례 2- 얼마 전 본보에도 보도됐던 워싱턴 지역 한 교역자의 박사 논문 논란과 관련된 일이다. 이 사건을 크게 다뤘던 한 기독 언론의 관계자는 “기사가 나간 후 다른 교회를 고발한다며 여섯 건의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들이 폭로한 내용은 목회자의 부적절한 여성 관계, 거짓 박사 학위 시비로 인한 목사와 성도 간의 소송, 성도간의 폭력 등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것들이었다. 박사 논문 논란 기사 때문에 신문을 통째로 도난당하는 등 이미 홍역을 크게 겪었던 터라 전해 들은 내용을 함부로 기사화할 수는 없었던 이 신문의 관계자는 “최근 들어 봇물 터지듯 교회 비리가드러나는 모습을 보며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혀를 둘렀다.
사례 3- 우연찮은 제보가 본보에 날아들었다. 한 목사를 집중 조사해 보라는 것이었다. 외부적으로 나타난 모습과 달리 아주 저질인데다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것이었다. 다른 목사와 전화를 하면서 내뱉은 육두문자들이 고스란히 녹음돼 증거로 남아있다고 했다. 제보자는 또 그가 여자 성도와 부적절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혐의도 있다면서
“이 사람이 목사냐”고 따졌다.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지고 세속과 성역이 구분이 안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남들이 다 그렇게 해왔으니까’ 라는 식으로 눈감고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한 교계 풍토가 순교적 각오로 지켜야할 ‘하나님의 공의’를 짓밟고 있는 것이다.
위에 열거한 사례 가운데 A교회는 워싱턴 한인교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교회 가운데 하나이기에 투명하고 공정한 방법으로 오해를 풀고 사태를 수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의혹과 주장에 대해 성도들이 잘 이해하도록 해명해야 할 책임은 교회에 있다. 몇몇 골치 덩어리 취급을 받는 성도가 교회를 분란시킨다는 책임전가 만으로는 안된다. 도대체 교회가 성도들에게 숨길 것이 뭐가 있는가? 성도들이 한푼 두푼 정성껏 헌금한 재정을 다루는 일에서는 더욱 그렇다.
교회가 가르치는 믿음과 스스로 보여주는 믿음이 하늘과 땅처럼 다르다면 성도들은 혼란에 빠진다. 복음은 능력을 잃게 되고 세상 사람들은 빛을 잃고 헤맨다. 갈 곳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구원의 대상인 세상 사람들을 등돌리게 만드는 부끄러운 교회 행태의 중심에 목회자의 모습이 종종 보인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의 공의가 꼭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믿는다고 강변하는 진리는 인간 관계 속에서 먼저 ‘정직한 언어’로, ‘원칙 준수’로, ‘거룩함의 추구’로 자연스럽게 체현돼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거지’하며 결과만 좋다면 과정과 질서를 무시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교회를 지키기 위해, 성도들의 화합을 위해 작은 부정쯤은 덮어둬야 하지 않느냐는 논리가 쉽게 먹힌다. 인간은 다 죄인이라는 편한 구실이 횡행한다. ‘너는 얼마나 깨끗하냐’는 비아냥이 난무한다.
그러나 크리스천들은 작아 보이는 말 한 마디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존재다. 그 원칙을 깨는 순간 그는 더 이상 크리스천일 수가 없다. 당장 회개하고 본분을 찾아야 한다. 모든 악의 뿌리는 거짓이고 거짓의 아비는 사탄이라고 성경은 가르치고 있다.
미주 한인사는 교회사였다고 한인 크리스천들은 자랑해왔다. 그러한 긍지가 훼손당할 위험에 처한 현실을 교계가 얼마나 깨닫고 있는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비난의 화살을 남에게만 돌려서는 희망이 없다. 교회 내에 팽배한 이러한 거짓, 위선, 허영, 교만의 병폐들이 개인적으로 ‘나’의 문제요, 교회적으로는 ‘내 교회’의 문제라는 뼈아픈 진단이 먼저 내려져야 한다. 그래야 크리스천들은 다시 부끄럼 없이 복음의 깃발을 들 수 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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