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여러분의 돌팔매를 달게 받겠습니다
김우정/칼럼니스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11월7일, 당을 떠나며 남긴 말이다. “우리가 다시 만날 날이 있기를 바라”는 자리에 서서 떠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마음은 남겨 두고 몸만 떠나는 낭군(郎君) 이련가.
그렇다 해도 이 전 총재의 떠남은 너무나 곤고(困苦)하다. 말같이 혈혈단신이다. 돌팔매질하는 당원 동지들이야 그렇다 치자. 박수치며 환호하는 입들도 그냥 그렇게 두자. 그러나 이 총재의 올 곧게 지켜 온 삶을 믿고 따랐던 국민들의 눈은 어찌할 것인가. 떠나는 등을 보며 상처받는 국민들이 있다면, 투표일 40여일을 앞두고 ‘대선판’에 뛰어드는 얼굴을 보며 분노하는 국민들이 있다면 그들이 던지는 돌팔매는 정말 어이할 것인가? 피할 길이 없다. 달게 받어야 하고, 이회창 전 총재는 달게 받을 것이다. 아직은 그러리라 믿기에 사람들은 호.오(好.惡)나 찬.반(贊.反) 을 떠나 그냥 궁금해서라도 ‘왜 떠나야 하는가?’ 묻게 될 것이다. 3천750여만명의 입김이 뒤 엉키는 선거판이다. 누구라도 혼자 몸으로는 운신마저 힘든 가시밭 길이다.
‘단판승부’로 끝장나는 싸움인 줄 뻔히 알면서 “탈당과 무소속 출마”라는 발길을 무작정(?!) 내디딘다. 왜 일까. 그가 밝힌 뜻은 분명하다.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 무너진 이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이 길이 제가 가야 할 길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란다. 나 홀로 확신과 기백만을 내세우는 모양새다.
참으로 어려운 자리이다. 국민의 사랑과 믿음을 얻어야 힘을 쓰는 정치판.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하는 표심(票心)을 얻어야 큰소리 칠 수 있는 선거판. 사람이 있고, 돈 있고, 수족같이 움직이는 조직이 있어도 어렵기만한 권력 투쟁이고, 정권 쟁탈전인데 지금 내세울 수 있는 힘이 얼마인가.
“저는 모든 것을 다 버렸습니다. 저에게는 정당과 같은 조직의 울타리도 없습니다. 평생을 지켜 왔던 개인적 명예와 자존심조차 다 버렸습니다. 이제 저에게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누구 들으라는 말인가. 모두가 선거철 한복판에 서서 권력이 내비치는 힘에 취해, 정권이 내미는 과실을 챙기기에 넋을 잃고 있는 귀들이다. 들리리라 생각하는가. 내가 먼저 다 버렸으니 다시 가득 채워 달라는 말인가. 정녕 가장 크고 소중한 것을 버렸는가. 아닐 것이다.
한 줄기 생기를 남겼음이 그래도 내일을 읽게 한다. 당원 동지들에게 “우리가 다시 만날 날이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는 그 마음 자리가 바로 “돌아올 다리”가 되어 줄수 있다는 말이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어떤 경우에도 정권교체라는 온 국민의 간절한 소망을 제가 좌절시키는 일만은 결코 없을 것임을 굳게 약속드립니다.” 속마음 한 자락을 감추고 말을 여기서 끝맺어도 탈이 있을리 없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말을 잇는다.
“만약 제가 선택한 길이 올바르지 않다는 국민적 판단이 분명해지면 저는 언제라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결단을 내릴 것입니다.” 살신성인의 길을 걸으면서 떠났던 길을 되돌아 올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의 끝자락, “저에게는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반드시, 반드시 대한민국을 살리겠습니다”에 이르러서는 자못 숙연함까지 내 비친다. 한 줌 선(善)함이 묻어 난다. 스스로 온 몸을 불살라 오늘, 여기, 이웃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정치 지도자의 다짐 일 것이다. 그것은 또한 ‘법치혁명을 이루겠다’는 이회창
예비 후보만의 큰 목소리일 수도 있다.
이 전 총재는 이제 누구도 배반할 수 없는 자리에 섰다. 다시는 패전(敗戰)의 눈물을 흘릴 수 없는 마지막 자리에 섰다. 그는 모든 것을 걸었다. “무소속 대선판”에 몸을 던젔다. 대선 출마선언 뒷풀이 ‘일문 일답’자리에서도 그는 “우리의 최종 목표는, 대의는 정권교체다. 정권교체를 위해서 정말 정권교체를 위해서 이 길(단일화)밖에 없다는 상황이 올 때는 제 자신이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말한다.
깨어 함께 하자는 울림, 승리의 종소리을 함께 들려주자는 것이다. 온 몸을 던지며 국민에게 내미는 약속의 손 길이다. 정녕 두고 지켜볼 수는 없는가. 어찌 보면 ‘승자의 오만’에 빠질 뻔 했던 야권 MB진영의 복이고, 지친 범여권의 기회일 수도 있는데 그것을 만고의 “역적질”이라도 되는 양 모두가 “돌팔매질”이다.
필마단기,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그렇게도 무서운가. 한국정치의 마지막 성장통을 보는 것이 아닌지…
하늘의 뜻을 얻기에 밤잠을 설치며 씨름하고 있는 고국을 기다린다. 모두의 건승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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