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셴쉬니-알섹 강을 따라
Alsek Lake 까지
폴 손/객원기자
눈을 뜨자마자 카메라를 들고 텐트 밖으로 나갔다. 바람 세차게 부는 이 시각에 Dick이 벌써 카메라를 들고는 어슬렁 어슬렁 다니고 있었다. 멀리 강 하류를 바라보니 태양이 한 획을 그은 것처럼 붉은 줄이 산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다른 생각할 틈이 없었다. 재빠르게 강가로 가서 삼각대를 폈다. 그 다음엔 클릭클릭 하는 소리만 앨라스카의 글레이시어 베이 국립 공원의 아침 정적을 깨뜨리고 있었다.
오늘의 일정은 20마일 하류의 알섹 호수까지 가야한다. 아침 식사 후, 텐트를 접고 짐을 다시 싼 후, 보트 앞으로 갖다 놨다. 손가락들을 봤더니 이제는 손가락 끝에는 마치 코끼리 발가락처럼 두껍게 각질이 자리잡고 있었다. 항상 유머를 잃지않는 은퇴한 내과 의사, 에녹 (Enoch) 은 벌써 남의 텐트 접는 일을 도와주려고 다니고 있었다. 남미 등 많은 나라들을 하이킹했었다는 그는 유머로써 지친 심신들을 풀어주고 있었다. 워싱턴 DC에 오면 꼭 찾아오라는 그를 보면서 내가 일곱살 때 돌아가신 아버님이 다시 생각났다.
워커 글레이시어를 뒤로하고 출발했다. 보트에서 돌아보니 웅장하게 보였다. 약 1.5 마일 내려가다 Dipper Creek라는 곳에 멈추고 식수를 받았다. 모두들 한모금씩 마시는데 속이 후련했다. 식수가 다 준비된 것을 보고는 누군가 더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산 속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신의 정기를 받으려는 것이었을까?
곳곳에 아직도 녹지않은 글레이시어들이 보였다. 중간 쯤 왔을 때에는 물살이 거세졌고, 바로 옆으로 Novatak 이라는 글레이시어가 펼쳐졌다. 이 지점의 강폭은 아주 넓었다. 이곳에서 맑은 날이면, 맑은 날씨라는 뜻의 Mount Fairweather 산봉우리를 멀리서나마 볼 수 있는데, 날씨는 우리 편이 아니었다. 이 산봉우리는 15300 피트의 높이로 미 대륙의 48개 주가 자랑하는 최고봉, 캘리포니아의 Mt. Whitney (14505 피트) 보다 높다. 글자 그대로 맑은 날에만 산봉우리를 볼 수 있다.
이 알섹강은 알섹 호수 옆으로 지나는데, 호수변과 강변이 반도를 이루고 있으며, 이 반도를 The Peninsula라는 지명으로 부른다. 이곳이 오늘의 목적지이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에는 꽤 늦은 오후였다. 멀리 하류로는 다음 코스를 가로막기라도 하듯이 퍼런 빙산이 강변 양쪽 산을 연결하듯이 보였다.
텐트를 치려고 명당을 찾아 다니는데, 이게 왠일인가? 야생화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텐트고 뭐고 다 뒤로 미루고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이렇게 명료한 색깔의 Paintbrush를 어디서 본단 말인가? 이 꽃들은 말 뜻 그대로 물감을 짙게 묻힌 미술 붓처럼 보인다. 빨간 색은 너무 짙어 님의 입술에다 발라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보아왔던 어떤 Paintbrush보다 색이 짙었다. 야로 (Yarrow) 등의 다른 야생화들도 보였다. 정말 이 야생화들은 지구 온난화로 녹아가는 빙산을 목격하러 온 이번 여행의 큰 보너스였다.
야생화에 둘러 싸인 곳을 골라 텐트를 치는 사람도 있었다. 나중에 텐트칠만한 자리가 있어 그곳으로 짐과 텐트를 옮겼는데, 바로 패트릭의 텐트 옆이었다. 오늘 또 다시 그의 코고는 소리를 들으며 고문을 당해야했지만, 너무 지쳐서 그와 함께 합창하는 밤이될 것이라는 생각에 게의치않았다. 다만 내일 날씨가 맑아서 이 야생화 꽃들의 사진을 더 찍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 뿐이었다.
모두 저녁 상 주위로 모였다. John의 이야기로는 자신이 이 강을 타고 다닌 35년 중, 이 정도의 야생화 풍년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내일 하루 더 이곳에서 묵는다하니, 사진 촬영에 바쁜 날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평생, 나의 주량은 맥주 한 깡통을 못비웠다. 종교적인 이유에서보다 먼저 신체적으로 알코홀이 들어가면 얼굴이 금새 빨갛게되고 얼굴하며 온 몸이 두근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쿵쿵거린다. 다행히 실연을 안해봐서 죽도록 마셨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랬다면 아마도 이 여행은 고사하고 벌써 죽었을지도… 그런 나 자신이 어저께부터 맥주 한 깡통을 비우며 잠자리에 들었다. 매일매일 어마어마한 육체적인 노동을 하면서 잠든다는 일이 힘들었다. <계속>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