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주 한인사회에서 일어난 ‘법 악용 케이스’
돈 빌려준 은인에 돈은 갚지 않고 되려 살해협박 누명 씌우려다…
입사당시 배려 잊고 근태불량, 퇴사 뒤에는 회사를 골탕먹이려다

본보에 최근 장애인소송 소비자소송 직장소송 채무소송 등 미주 한인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법적 분쟁에 대해 연쇄적 기사가 나간 뒤 간간이 피해사례 고발 등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개중에는 실제로 법을 몰라 당하지 않을 피해를 당했다는 것도 있고, 법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힌 이들도 있다. 1차로 그중 2가지를 소개한다. 당사자들의 명예를 고려해 이름 이니셜은 임의로 바꿨으며 사건개요 역시 전체윤곽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부 첨삭했음을 미리 밝혀둔다. <편집자>

#1) 북가주 어느 대학에서 방문학자로 있던 A교수는 꽤 오래 전에 버클리경찰서로부터 난데없는 출두명령서를 받았다. 내용을 보고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타인재물 무단탈취, 미성년자 협박, 공갈 및 살해협박 등 흉악한 범죄(용의)자로 신고가 돼 있었던 것이다.

40년 이상 살면서 불미스런 일로 경찰서 출입을 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는 그를 몹쓸사람으로 옭아매려 한 사람은 그에게 적지 않은 신세를 진 B씨 부부였다. 사연은 이랬다. A교수 부부가 연수차 처음 북가주에 왔을 때 B씨 부부는 이웃이었다. A교수 부부는 자신들에게 낯선 미국생활에 대해 알려주는 친절한 B씨 부부와 금방 친척 이상으로 가깝게 지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A교수 부부는 B씨 부부에게 돈을 빌려줄 정도가 됐다. 횟수도 늘었다. 서너차례에 걸쳐 3만달러 이상 빌려줬다. 귀국을 몇달쯤 앞두면서 A교수 부부는 B씨 부부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했다. B씨 부부는 알았다, 주겠다고만 할 뿐 갚지 않았다. 그러더니 귀국날짜가 슬슬 코앞에 닥쳐오자 B씨 부부의 태도가 달라졌다. 며칠동안 피하기도 했다.

돈을 떼이는 것보다 돈을 빌려갈 땐 “교수님” “사모님” 해가면서 간이라도 빼줄 듯이 공손하게 조아리던 B씨 부부가 언제 그랬냐는 듯 안면을 싹 바꾸는 것에 더 열통이 터진 A교수는 수소문해 B씨를 찾아냈다. B씨의 친척인 조기유학생이 다니는 학교앞에서였다. A교수는 그 학생 픽업을 위해 그곳에 있던 B씨와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등 옥신각신하다 “너 임마 한국 같으면 죽어 임마”라고 호통을 쳤다. 그리고는 “그 차 키 이리 내놔, 차라도 가져간다, 임마”라며 B씨의 키를 빼앗듯이 해 진짜 차를 몰고 가는 시늉을 하다 곧 돌려세운 뒤 건네줬다.

B씨네가 이 해프닝을 뻥튀기해 A교수를 몹쓸 흉악범으로 경찰에 신고한 것이었다. 게다가 조기유학생 소녀가 쓴 ‘거짓투성이 과장목격담’도 덧붙여 결국 경찰이 나섰다. 그러나, 신세를 진 사람에게 보은은커녕 빚도 갚지 않은 채 도리어 범죄자로 몰아가려던 B씨 부부의 기도는 실패했다. 경찰은 A교수(의 변호사)로부터 전후상황에 대한 진술을 듣고 즉각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거꾸로 B씨 부부는 A교수의 변호사 입회하에 채무를 성실히 상환하겠다는 각서를 써야 했다.

#2) K씨가 I사에 재입사한 것은 지난해 가을이었다. 근태불량으로 낙인찍혀 그 회사를 그만둔 뒤 1년쯤 지난 때였다. K씨의 재입사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과거의 행실 때문에 반대자가 많았던 것이다. K씨는 그나마 자신에게 호의적이었던 C씨에게 매달렸다. 마침 C씨는 K씨가 일할 부서의 책임자가 돼 있었다. C씨는 사내여론 등을 감안해 정식 재입사 이전에 K씨에게 프리랜서 자격으로 일하도록 배려했다. K씨가 필요하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C씨가 K씨 이름으로 일을 해주기도 했다.

곡절끝에 재입사한 K씨는 그러나 한두달도 지나지 않아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출퇴근이 특히 문제였다. 우선 출근을 제 시간에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차가 막혔다 몸이 아프다 사고가 났다 등등 온갖 이유를 대면서 늦게 출근했고 점심시간이나 그 직후에는 대개 외근을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 C씨는 주말근무를 나갔다가 우연한 기회에 K씨가 하지도 않은 외근을 했다고 둘러대 외근수당을 수령한 사실까지 확인했으나 모른 척했으나 K씨의 태도가 개선되지 않은데다 올해 들어서도 거듭 시정지시가 먹혀들지 않자 호되게 질책했다.

이 일로 K씨가 두번째 퇴사한 뒤 석달쯤 지나 I사에 가주정부 고용촉진국(EDD) 오클랜드 오피스가 보낸 문서가 날아들었다. K씨가 유급휴가를 가지 못했다며 1년치 휴가비 500여달러를 달라고 클레임을 제기한 것. I사측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5개월밖에 근무하지 않은 K씨가, 더구나 1년이 넘어야 유급휴가를 준다는 사규가 있는데도 1년치 휴가비 청구클레임을 제기하다니….

창사 이래 처음 이런 종류의 클레임을 당한 I사측은 “EDD는 거의 100% 종업원 편을 든다” “정식으로 대응하려면 그 돈이 더 든다”며 “액수도 얼마 되지 않으니 그냥 조용하게 해결하라(돈을 줘서 무마하라)”는 여러사람들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정식 대응을 택했다. K씨가 관련사규(1년 이상 근무해야 유급휴가 적용)를 익히 알면서도, 게다가 5개월밖에 근무하지 않은 처지에 휴가비 클레임을 제기한 것 자체가 악의적인데다 평소 회사와 상급자에 대한 험담을 자주 했고(심지어 인터넷을 통한 유언비어 유포혐의까지) 클레임과 관련해 그의 태도를 지적하는 특정인에게 회사를 골탕먹이려고 한 것이라고 버젓이 얘기한 전언까지 확보된 상황이었다.
EDD 오클랜드 오피스는 판정날짜를 잡았다. 올해 여름이었다. 결정이 내려지던 날 K씨는 EDD에 나타나지 않았다. 자신이 클레임을 제기해놓고 자신이 나타나지 않은 것 자체가 K씨의 불순한 동기를 미뤄 짐작케 하는 것이었다. K씨 케이스는 당일 기각됐다.

한편 예기치 않은 클레임 제기에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해야 했던 I사측은 K씨 케이스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K씨가 입사서류를 작성하면서 그 이전 직장에서 받은 연봉을 50%가량 부풀려 기재하는 등 중대한 하자(한국식으로 변호사법 위반<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를 확인, 이를 법적으로 문제삼을지 여부를 검토중이다.

<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