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의 가르치심 중에는 주색잡기(酒色雜技)를 멀리 하라는 말씀이 있어서 그랬던지 군대도 면제될 정도의 평발 때문에 그랬던지 스포츠와는 담을 쌓고 지내온 일생이었다. ‘잡기’를 도박 정도로 본 것이 아니라 장기, 바둑 등 개인 취미생활은 물론 조선시대의 광대들이 하던 줄타기 등 손재주, 발재주, 말재주 등을 망라하는 온갖 기량을 전부 포함한 것으로 생각했으니까 확대해석이라고 해도할 말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스포츠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손해를 보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은 미국의 두 대학에서 영구직을 못 받은 복합적 이유들 중 하나가 스포츠, 특히 미식축구에 대한 나의 무지와 무관심 때문이었다고 짐작되었기 때문이다. 레드 스킨스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동료들의 대화에 끼어들지 못 하는데다가 음담패설적 농담에도 가담 안하는 ‘이상한 사람’을 매일 보기가 역겨웠을지도 모른다.
스포츠를 그처럼 싫어하지만 규칙이 축구보다는 쉬운 야구 경기는 TV 방영을 통해 즐기는 편이다. 특히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의 우승전과 그 뒤를 잇는 월드 시리즈는 재미있게 보아왔었다. 행크 애론 등의 우수한 타자들이나 놀란 라이언 등의 뛰어난 투수들의 기량은 정말로 볼만한 구경거리다. 허나 피트 로즈의 도박과 배리 본스의 스테로이드 사용설 등이 대표하는 야구계의 문제점들 때문에 나의 야구 시청률이 줄어들었지만 금년에도 리그 챔피언 시리즈부터 TV에 많은 시간을 빼앗겼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콜로라드 로키스의 내셔널리그 전은 4대 0으로 로키스가 이기는 바람에 한번 이겼다 졌다 하는 시소의 역전극이 결여되어 있었다. 아메리칸 리그는 달랐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게 3패를 겪은 보스턴의 레드삭스 팀이 4승으로 리그 챔피언이 되는 묘기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월드 시리즈에서는 로키스 팀이 레드삭스와 대결하기 전 22번의 게임에서 21승을 했던 만큼 막상막하일 것이라는 일부 예측을 뒤엎고 네 번을 내리 지는 바람에 싱겁게 끝나버렸다. 일부 스포츠 컬럼니스트들은 이제 뉴욕 양키즈가 아니라 레드삭스가 미국 야구계의 최고 팀으로 등장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성급하게 진단한다. 1920년 홈런왕이었던 베이브 루스가 보스턴 팀에서 양키즈로 팔린 다음 그의 ‘저주’로 레드삭스가 월드 시리즈를 이긴 적이 없이 84년이 지난 2004년에서야 월드 챔피언이 되었다가 3년 만에 또 이겼으니까 야구의 새 왕조를 이룩할 전망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뉴욕 양키즈를 12년 동안 이끌어왔던 조 토레스가 연봉이 750만 불에서 500만 불로 깎이는 것을 모욕으로 생각해서 사직했기 때문에 레드삭스가 뉴욕 팀을 능가할 조짐이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로키스가 참패한 이유로 경험부족만이 아니라 두 팀 사이의 봉급 차이가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할 수 있다. 2007년도 총 인건비로 볼 때 뉴욕의 1억8,900만 불의 바로 다음이 보스턴 팀의 1억4,300만 불인 반면 콜로라도 팀은 5,400여만 불에 불과하다. 중간 봉급(반은 그 이상이고 나머지 반은 그 이하)으로 보면 보스턴이 350만 불 이상으로 전국 최고이고 콜로라도는 5분의 1이 조금 넘는 75만 불 정도로 20위이다. 하기는 뉴욕도 중간 봉급으로는 150만 불이다. 몇 천만 불짜리 수퍼스타가 있는가 하면 몇 십만 불짜리 대기선수들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봉급 이야기가 나왔기에 부언하자면 마쓰자카 다이스케라는 일본 선수는 27세의 나이로 10년 동안 1억 몇 천만 불짜리 계약을 레드삭스와 맺은 투수다. 금년에만도 600만 불 이상의 봉급을 받는다. 올림픽에서 일본팀의 투수로 동메달을 땄고, 또 일본 어느 팀에 속했었다지만 너무 엄청난 액수의 계약이라는 지적도 있고 그만큼 보스턴 팬들의 기대도 크기 때문에 선발투수로 고전할 때면 야유를 당하는 등 엄청난 압력 아래 있는 모양이다. 심야의 토크 쇼에 나온 구원투수 한 사람의 말처럼 보스턴 팀은 월드 챔피언이 된 다음 잠잘 새가 없을 정도로 파티 하고 술 마시고 축하 무드 일색이었단다. 돈 많은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 유혹에 직면할까. 주색잡기로 패가망신하는 일이 없도록 수신제가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울는지 괜한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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