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태(시인)
“네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는 삶을 만들고, 네가 남에게 주는 것으로는 인생을 만든다” 영국을 이끌던 수상 윈스턴 처칠이 한 말이다. 종교적인 말 같지만 사실은 보통사람의 말이다.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은 두 종류다. 남의 것을 빼앗은 사람과 내 것을 남에게 나누어 준 사람이다. 부모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 이상으로 자녀들에게 나누어 준다. 사회의 저명인사도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남에게 나누어 주려고 하고, 나라의 지도자도 국민에게 나눈다는 신념으로 정치를 한다.
옳은 가정관이고 사회사상이고 국가관이며 철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서가 깡마른 현대에 와서 부모는 자식에게 무엇인가를 말없이 요구하고 싶어한다. 불안한 노년의 생활 때문이다.사회의 저명인사도 이권에 눈을 밝혀 말없이 치부에 전념한다. 사치한 생활을 놓고 싶지 않아
서이다. 나라의 지도자도 정경유착으로 말없이 재벌 못지않은 부를 축적한다. 권력을 이용하여 재벌 못지않은 재력을 축적하기 위해서이다. 참신하던 사상과 의식과 철학이 지치고 늙어버려 더 이상 활동할 기력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목소리만 커진다. 큰 목소리를 두고 악을 쓴다고 하지만, 악을 써도 젊고 팔팔한 현대는 묵묵 대답이니 질서가 다 무너지고 있다. 무너진 질서의 결론이란 무조건 내 것으로 끌어 모으기다.
한달치 월급을 받으면 봉투 채 부인이나 부모님에게 드리던 미담은 옛날 이야기이고 지금은 많은 사람이 자기 이름으로 된 통장에 감추어 둔다. 남편 따로 부인 따로 관리를 하는 부부도 꽤 많다. 강가나 해변가의 모래들은 섞여있기나 한데 그보다도 더 못한 사람들은 섞여있기 조차 거부하고 자기 것으로만 챙긴다.
아침에 뜨는 해를 보면 더 밝은 빛을 내보내기 위하여 자기의 얼굴을 가리는 제 빛의 여명을 스스로 벗긴다. 현대가 얽어매는 구속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내 것을 만들기 위한 고집보다는 내 것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내 손에 있는 이것의 가치가 무엇인가? 내 손안에 있는 내 것에 대한 유용한 가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미국의 문화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전체에 대한 조형미이고, 일본문화에서 발달한 것은 사람의 손으로 가미한 인공미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한국사람은 자연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인들의 화장을 보아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여자들은 화장을 진하지 않게 하고 머리도 미장원에서 했는지, 아니면 자기가 그냥 빗질만 했는지 모를 정도로 수수하지만 전체를 보면 조형미를 잘 이루어내는 솜씨가 있다.
일본 기생의 얼굴을 보면 흰 칠로 덮개를 한 뒤 그 위에다 원색으로 화장을 한다. 본래의 얼굴은 다 없어지고 완전히 딴 얼굴이 된 인공미를 내보이며 자랑한다. 그러나 한국여인들이야 어디 그런가?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처럼 “화장을 한 듯 하기도 하고 아니한 듯 한 자연미”의화장을 첫째로 꼽으며 선호한다.
자연은 자연을 내 것으로 만들지 않는다. 내가 내 것을 만든 뒤 모두 나누어 준다. 그래도 자연은 지켜지며 강하게 산다.자연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자연의 손을 보라!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자연은 위대하다고
말을 하는지 모른다. 일년도 거의 다 지난 상달의 가을, 현대라는 세상처럼 어두운 밤, 뒤뜰에 나와 밝은 달을 바라보니 그 얼굴에는 빛만 있었지 아무 것도 없었다.현대는 과학을 자랑하지만 따지고 보면 오염의 주범인 자동차와 인간을 바보와 노예로 만드는 컴퓨터, 그리고 계산기, 이런 것이 없어도 사람이면 다 해낼 수 있는 이 작은 편리함 이외에는 우리 생활에 직접적으로 다가선 것이 무엇이던가? 기계공학의 발달과 일반과학의 발달은 우리의 생활을 어느 정도 편리하게 뒷받침을 해 주지만 섞여 살던 사람들을 분야별 병동으로 격리시키며 이기주의적 인간 환자로 만든다.
내가 노력해서 찾은 내 것은 나에게 생활을 제공할런지 몰라도 나에게 인생을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말한 윈스턴 처칠, 내 손을 들여다 보고 내 손 안에 무엇이 있으며 그것이 무엇에 대한 가치로 내 인생을 만들 것인가를 햇빛 받아 곧장 나누어주는 달 밝은 시월 상달, 어두운 밤에도 쉬지 않고 붉게 물드는 단풍나무 가지에다 인간을 위하다가 늙고 지친 사상과 철학을 다시 한 번 널어보면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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