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셴쉬니-알섹 강을 따라
(11) Walker Glacier 위를 걷다
폴 손/객원기자
아침에 일찍 일어나 오늘은 날씨가 어떨까? 하는 질문과 함께 카메라를 들고 텐트 밖으로 나갔다. 마치 김 동환 시인의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 배가 오면 님도 탔겠지. 님은 안타도 편지야 탔겠지.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는 일제로 부터의 해방을 간절히 갈망하는 시처럼 오늘도 강가에서 멋진 일출 사진을 찍기를 갈망하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변함없는 구름낀 아침이었다. 일어난 김에 화장실로 향했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앉도록 된 노천 화장실, 오히려 우리들만의 특권이었다. 화장실로 가는 도중, 강물 속에 움직이는 무엇이 보였다. 서서히 강 중간의 조그만 섬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Moose가 헤엄쳐서 그곳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포복 자세로 사진을 찍었다.
멀리 보이는 만년설은 걸어서 약 2마일의 거리란다. 카메라 장비를 다 챙기면 35 파운드이다. 이것을 메고 왕복 4마일의 하이킹이 오늘의 일정이다. 다른 그룹은 전혀 없으므로 우리끼리만의 하이킹이다. 한국 내의 단풍놀이엔 사, 오만명의 관람객들이 한 곳에 모인다는데, 우리는 열 두명이 모두라 한적해서 더 여유가 있었다.
워커 글레이시어라는 말은 공식 지명이 아니기 때문에 USGS 위상 지도 (U.S. Geological Survey Topographic Maps)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옛날, 지구 온난화 현상이라는 말도 생기기 전에 이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배에서 내려 쉽게 걸을 수 있는 글레이시어, 즉 “Walker Glacier”라는 말로 통했던 지역이다. 여름이면 하루 한 팀 꼴로 이 강을 따라 내려 가기 때문에 한 곳에서 이틀 이상의 캠핑을 금한다.
아침 식사 후, 만년설로 향해 떠나려는데, 모두 빈 물병을 지참하란다. 반쯤 가니, 눈과 얼음들이 녹아 조그만 호수를 이루고 있었다. 예전엔 이 호수가 얼어서 그 위로 바로 갈 수가 있었지만, 이제는 이 호수를 돌아 가야했다. 가파른 산길로 올라가니 꽤 힘들었다. 가다가 John이 블랙 아이스를 가리키는 데, 정말 검은 얼음이었다. 밤 운전 때, 이러한 검은 얼음이 노상에 있으면 식별하기가 쉽지않아서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이 글레이시어에서는 두가지 기본적인 주의 사항이 있다. 첫째는 절대로 새로 내린 눈 위로 걸어서는 안된다. 눈은 아직 얼지않아서, 그 위로 걸을 때, 빠지거나, 그 밑으로 공간이 있어 자신의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할 수 있다. 둘째로, 갈라진 얼음 틈새로 들여다 볼 때에는 극도의 주의를 요한다. 얼음이 깨지면 함께 떨어질 수 있다. 글레이시어 위에서는 마치 고깃간의 냉동고처럼 공기가 차서 완전 겨울 옷으로 무장해야한다.
힘들게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글레이시어에 도착하니 숨은 차는데 추웠다. 노천 냉동고라고나 할까. 캐나다 록키 산맥에 있는 Athabasca 글레이시어보다 깨끗해서 좋았다. 그 속에서 이 만년설들이 녹는데 모두들 물을 받아 마신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때의 그 물 맛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 이상이 없다. 기회가 되면, 다시 방문하고자 한다. 일곱명의 희망 독자만 나타난다면, 한 팀을 만들 수 있다.
점심은 가지고 온 온갖 고열량의 간식들이라, 식품점에서도 한번도 쳐다보지 않는 치즈, 샐라미, m&m 캔디, 크랙커 등이다. 그런데도 열심히 줏어 먹었다. John의 자연에 관한 강의가 있었다. 자신의 생물학 전공 지식과 34년간 자연 속에서의 경험이 쏟아져 나왔다. 고백하자면, 학창 시절 때, 생물 과목을 제일 못했었다. 고등학생 때 생물 선생님이 애기는 금새 태어나면 온몸이 털이라고 하셨다.
그 순간, 손을 번쩍 들고는 “애기의 온몸이 털이라면, 엄마의 뱃 속은 간지럽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을 하다 수모를 당했던 적도 있었다. 다시 캠프로 돌아와 저녁 상 주위에 둘러 서서 담소하는 속에 또 하루가 저물어 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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