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압 등 상처입고 쓰러진 매물 넘쳐나면서
헐값에 사들여 한몫 잡으려는 ‘벌처’ 투기 붐
멀티 빌리언달러 펀드 형성 대대적 바겐 사냥
개미 투자자들도 한몫… 전문 프랜차이즈도 생겨
차압 주택 등 매물이 넘쳐나면서 헐값에 건져서 한몫 단단히 잡아보겠다는 투자 열기 또한 전국적으로 뜨겁다. 상처입고 죽음의 기운이 드러날 때 하나 둘 나타나 까맣게 하늘을 덮는 독수리 떼(vulture). 극도로 저하된 현 주거 부동산 시장은 쓰러진 짐승의 살점을 베어 물기 위해 진을 친 벌처들의 포식장을 연상케 한다. 상처 입은 시장에 달려든다하여 ‘벌처 펀드’, 반전의 기회를 노리는 전문가들이란 뜻에서 ‘턴어라운드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이들 투기적 투자자들은 좋게 말하면 ‘기회 투자자’라고 부를 수도 있다. 뭐라 부르든, 이들 투자자들이 노리는 것은 한 가지. 절절 끓던 부동산 시장에서 열기가 빠져나가고 부동산 소유주들이 더 이상 모기지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때, 피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상어처럼 나타나 후려친 가격으로 매물을 집어 삼키는 것이다.
쓰러진 매물 헐값 집어 삼키기는 지난 2001~2005년 사이 투기 열풍이 불었던 지역뿐 아니라 가격이 안정적인 많은 지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거의 전국적 현상이다. 물론 투기가 심했던 지역에서의 ‘사냥’은 아주 활발하다.
부동산 컨설턴트인 잭 맥카브에 따르면 현재 마이애미비치와 남부 플로리다에는 벌쳐 투자자들이 까맣게 모여든 상태. 월스트릿의 투자 은행을 비롯, 의사 변호사들이 형성한 개별 투자그룹에 이르기까지 ‘멀티 빌리언달러’의 엄청난 자금을 동원한 벌처 펀드들이 형편없이 추락한 이 지역 콘도와 타운하우스 빌딩들을 매입하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전망이 좋다면 가격이 추락한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마이애미 지역의 경우 ‘상처 입은 매물’은 널렸다. 멀티플 리스팅 서비스에 매물로 올라 있지만 안 팔리고 있는 콘도와 타운하우스가 2만5,000채에 달하는데 35개월 분의 재고로 매물이 넘쳐 나는 수준이다. 여기에 2만2,600유닛이 건설 중이며 또 4,000유닛이 건설 예정임을 감안하면 헐값 매물은 더 넘쳐날 것이다.
최근 이 곳 한 경매를 통해 이뤄진 케이스는 피의 잔치를 실감케 한다. 55만 내지 67만달러에 거래됐던 3베드룸 콘도가 30만달러에 처분됐다. 모든 물건들이 헐값 처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택 붐 시절 과잉 건설과 가격 거품은 처절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벌처 투자자들은 부동산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빌딩 전체를 매입하기도 하고 몇 개 층, 또는 개별 부동산을 사기도 한다. 매입한 다음 좀 고쳐서 팔기도 하고, 완전히 다른 용도로 전환해 세를 주거나 팔기도 하고, 때를 기다리며 보유하기도 한다.
지역 시장이 회복하는 조짐이 보이는 때가 바로 이들 벌쳐 투자자들이 큰 이익을 챙기는 날이 될 것인데, 그날은 2010년이나 2011년은 돼야 할 것이라고 다수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반전의 날, 한몫 단단히 챙길 것이라고 달려드는 투기적 투자자들은 큰 펀드들뿐이 아니다. 작은 손들도 수없이 많다. 투기지역뿐 아니라 주택 가격이 훨씬 안정적인 지역까지 벌쳐 투기가 번져나감에 따라 아예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로 조직화된 케이스까지 나타나고 있다.
달라스에 본사를 둔 ‘홈베스터스(HomeVestors)란 프랜차이즈는 벌처 투자 전문 프랜차이즈다. 가맹업주(franchisee)로 참여한 파트너가 260명이 넘으며 올 한해 35개주에서 7,100채 이상의 주택을 투매가에 사들였다. 평균적으로 35%~45%는 할인한 가격이라고 이 회사 잔 헤이스 사장은 밝혔다.
“우린 어글리 하우스를 산다”는 것이 이 회사의 모토다. 물리적으로 고쳐야 할 부분이 있는 주택뿐 아니라 급전이 필요하거나 재정적으로 위기에 몰려 세일 압박을 받고 있는 물건들도 잘 찾아보라고 이 회사는 프랜차이지들을 교육시킨다. ‘어글리 시추에이션’ 역시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 이혼이나 사망, 실직, 골칫거리 테넌트, 모기지 연체 등이 대표적인 어글리 시추에이션이라 하겠다.
홈베스터 프랜차이지로 참여하려면 선불 가맹비 4만9,000달러를 내야하며 20만달러 이상의 현금 또는 현금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매입 한 채당 775달러의 고정 수수료를 내며 큰 부동산인 경우 본사가 융자해 주고 이에 대한 이자를 내면 된다.
벌처 투자자들이 제시하는 가격은 점점 더 가혹하게 떨어지는 추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무 불이행과 차압이 계속 불어나 시장은 더 약화되고 있어 할인 폭도 더욱 커지고 있는 것.
홈베스터측은 작년에만 해도 수리 완료했을 때의 예상 가치의 65%를 제시했지만 지금은 어떤 지역에서는 50%의 가격을 넣고 있다고 귀띔했다. 예를 들면 모기지 연체에 빠진 리노베이션이 필요한 10만달러 가치의 주택이라면 5만 내지 5만5,000달러를 제시한다.
셀러 입장에서는 가혹한 오퍼가 당혹스럽고 화도 나겠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벌처의 먹이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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