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맞추는 변칙 퍼팅
올바른 퍼팅 정석을 알고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잘못된 습관에 맞춰 변칙 퍼팅을 구사하는 것도 타수를 줄이는 방법이다.
한국내 최다승(43승) 보유자인 최상호(52)는 변칙 퍼팅을 한다. 허리는 구부정하고 스탠스는 오픈되어 있다. 정석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그는 ‘칼날 퍼팅’으로 이름을 날렸고 지금도 퍼팅의 고수로 불리고 있다.
지난해 신한동해오픈에서 US오픈 우승자 마이클 캠벨(뉴질랜드)과 최경주를 물리치고 생애 첫승을 달성한 강지만(31)은 “최상호 프로에게서 퍼팅 노하우를 전수받은 덕”이라고 우승 비결을 얘기하기도 했다.
프로 입문 30년째를 맞는 최상호를 통해 실전 퍼팅 비법에 대해 알아본다.
■이번 레슨이 유용한 골퍼
-잘못된 습관이 굳어진 골퍼
-거리감이 없는 골퍼
-볼을 굴리지 못하는 골퍼
■볼 위치는 주시에 따라 다르다
사람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좌우가 비대칭이다. 시력 역시 다르고 이에 따라 주로 보는 눈도 다르다. 눈이 두 개지만 주로 사물을 인식하고 파악하는 눈을 의학적으로 주시(主視)라 한다.
나의 경우 주시는 오른쪽 눈이다. 왼쪽 눈은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 웬 시력 얘기인가 하겠지만 이유가 있어서다.
보통 퍼팅을 할 때 볼을 스탠스 중앙이나 약간 왼발에 두지만 나는 오른발 쪽에 두는 편이다.
오른쪽 눈이 주시인 사람은 홀을 실제 위치보다 오른쪽으로 보는 경향이 있고 오른쪽 눈이 뒤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미세한 차이지만 홀을 좀 더 멀리 인지하게 된다.
퍼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볼을 시선 바로 위에 둬야 한다. 그렇다면 주시에 따라서 볼의 위치도 달라져야 한다. 이것은 내가 30년 투어 생활을 하면서 경험으로 체득한 결론이다.
■주시는 어떻게 찾나
①하나의 목표를 정한 후 연필이나 손가락을 이용해 목표와 시선을 일치시킨다. 눈-연필(또는 손가락)-목표의 순이다.
②이제 왼쪽과 오른쪽 눈을 차례로 감으며 한쪽 눈으로만 목표를 본다.
③그러면 사물은 좌우로 조금씩 움직여서 보일 것이다.
④만약 왼쪽 눈으로만 봤을 때 사물의 움직임이 적다면 주시는 왼쪽 눈이다.
■오해와 진실
나는 아이언샷이나 퍼팅을 할 때 구부정한 자세다.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스윙으로 국내 최다승을 기록했나’라고 의아해한다. 그러나
이 말을 듣고 나면 이해를 할 것이다. 사실 내 팔은 일반인에 비해 길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스윙을 많이 하다 보니까 팔이 늘어났다고도 하는데 사실 젊었을 때도
그랬다. 기형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키는 170cm인데 팔 길이는 신장 180cm의 사람에게나 어울릴 법하니 말이다. 보통 사람들보다는 약 2cm 이상 길다. 그러니 어드레스 때 구부정한 자세가 될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시대적인 요인이다. 요즘 젊은 후배들을 보면 부럽다. 그들은 제대로 된 연습장에서 체계적인 교습을 받고 자랐다. 스윙도 예쁘고 군더더기 없다.
하지만 내가 처음 골프에 입문했을 당시에는 여건이 매우 열악했다.
변변한 연습장도 없었고 볼도 마음대로 치지 못했다. 이런 탓에 우리 세대는 몸으로 부딪치고 실수를 하면서 실전적인 골프를 배웠다. 그러다 보니 정석과는 약간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헤드업이 고질병이라면 오픈 스탠스
모든 스윙에 적용되는 것이지만 특히 퍼팅을 할 때는 머리를 들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긴 거리의 퍼팅을 남겨놨을 때는 그나마 덜하지만 짧은 거리의 퍼팅을 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머리는 볼을 쫓아간다.
자신이 의도한 방향대로 굴러가고 그 결과 볼이 홀에 떨어지는지 확인하고 싶어서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찾았다. 바로 오픈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다.
어드레스 때 나의 자세를 보면 왼발이 오른발보다 뒤에 있고 방향도 열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자세는 짧은 거리에서 볼과 홀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렇다고 헤드업을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임팩트 후 시선만 돌려도 볼과 홀을 볼 수 있는 덕에 머리의 움직임을 최소화시켜준다는 것이다.
■헤드 무게를 느껴라
거리 조절은 쉽지 않다. 나의 경우 거리는 백스윙의 크기로 조절한다. 그렇지만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될 중요한 사항이 있다. 바로 헤드 무게를 이용하기 때문에 백스윙의 크기로 거리 조절을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백스윙만 작게 한다고 해서 볼의 굴러가는 거리가 짧거나, 크게 한다고 긴 것은 아니다. 힘의 강약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나는 힘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한 채 헤드의 무게, 즉 시계추 운동으로 볼을 때린다.
헤드 무게를 이용한 시계추 퍼팅은 거리 조절뿐만 아니라 볼을 굴리는 데도 이점이 있다.
많은 프로들이 “왜 최 프로 볼은 멈출 듯 멈출 듯 하면서도 홀까지 가느냐”고 묻곤 한다.
볼의 구름이 좋은 덕이다. 힘을 이용한 타구를 할 경우에는 스키드 현상에 의해 볼이 처음에는 미끄러져 가다가 나중에는 앞으로 구르면서 진행한다. 그러면 방향성도 좋지 않다.
퍼팅을 하기 전에 볼의 뒤에 서서 편안한 마음으로 헤드의 무게를 느껴보도록 한다.
실제 퍼팅에서도 연습과 똑같은 스트로크를 하기란 쉽지 않지만 무게를 자꾸 느끼려고 하다보면 감각이 살아나게 되고 그게 바로 퍼팅의 성공률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퍼터 선택에 대한 작은 조언
내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퍼터는 약 4~5년 전에 산 것이다.
프로가 무슨 돈을 주고 사느냐고 하겠지만 일본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가 골프백화점에 들렀는데 스트로크를 해보니 마음에 쏙 들어서 구입했고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클럽을 너무 자주 바꾸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1995년까지는 핑 앤서를 사용했고, 이후 한 번 더 교체한 후 현재의 퍼터를 사용하고 있다.
다른 드라이버나 아이언 등은 메이커에 따라, 그리고 시대에 따라 기능적인 차이점을 보이기도 하지만 퍼터만큼은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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