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감시‘첨단기기 무장형’등장
자녀가 이미 대학에 진학, 성인이 된 뒤에도 자녀의 주위를 떠나지 못하고 ‘항상 맴돌면서 자녀의 개인생활까지 사사건건 개입하는 신종 극성부모 유형을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s)라고 부른다.
어린 자녀의 일상생활을 자신들의 뜻대로만 하려 하는 부모를 ‘사커맘’이라고 일컫는다면 ‘헬리콥터 부모’는 ‘사커맘’이 한 단계 더 악화된 형태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교육전문가들의 견해다
1990년대 언론의 신조어로 등장하며 관심을 끌었던 이 ‘헬리콥터형 부모’가 이제는 미국 부모들의 보편적인 형태로 확산되고 있으며 그 유형도 다양한 모습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텍사스대학교 교육학과 연구진이 연구, 최근 발표한 지난 10여년 동안 나타난 미국 ‘헬리콥터 부모’ 유형의 진화와 그 변화를 소개한다.
자녀 교육을 거래로 보는 ‘소비자 변호사형’
9.11 이후 끊임없이 걱정하는 ‘안전우려형’
총장실 난입까지 불사하는 ‘블랙호크형’도
소득과 무관 전계층 확산… 엄마가 대부분
■급증하는 헬리콥터형 부모
-헬리콥터형 부모 전 계층으로 확산
부모 유형 연구를 책임진 이 대학 패트리시아 소머스 박사는 중산층 이상 부모에게서 나타났던 ‘헬리콥터 부모’형이 지난 10여년 사이에 급속히 확산돼 모든 계층의 학부모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헬리콥터형 부모가 소득과 무관하게 전 계층으로 확산되어 있다는 것이다.
-첨단기기로 무장한 안전 우려형 헬리콥터 부모 등장
소머스 박사는 헬리콥터형 부모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지 20여년 가까이 되는 동안 셀폰과 인터넷, 감시카메라 등 첨단 기기가 보편화되면서 부모가 멀리서도 자녀와 24시간 연결될 수 있게 됨에 따라 90년대의 헬리콥터형 부모와 2000년대의 ‘첨단기기로 무장한’ 헬리콥터형 부모의 행동방식이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9.11 이후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끊임없이 자녀의 안전문제를 우려하는 ‘안전전문가형’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헬리콥터형 부모가 나타났다고 소머스 박사는 주장한다.
-아버지보다는 어머니들이
연구진에 따르면 부모 중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형이 큰 차이를 나타내 자녀에 대한 과도한 개입 양태를 보이는 헬리콥터형 행태 부모의 60%가 어머니였으며 아버지들은 대부분 사소한 문제보다는 자녀의 미래에 대한 ‘큰 그림’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헬리콥터 부모의 다양한 유형
▲소비자 변호사형: 자녀의 학자금이나 기타 생활비를 어떻게든 깎아내려는 부모들로 학교로부터 장학금이나 재정적 혜택을 받아내기 위해 압력도 불사한다. 이같은 유형의 부모는 자녀에 대한 교육비 지출을 자녀의 미래 직업을 통해 금전적으로 보상받으려 한다. 이 유형의 부모는 자녀교육을 하나의 비즈니스 거래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자녀의 전공과목-관련직업-자녀의 직장 수입과 연결시키며 대학당국에도 자신이 지출한 학비에 해당하는 가치만큼 자녀가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요구한다.
▲‘내 자식은 최고만’형: 자녀의 수강과목 교수의 명성과 능력까지 고려, 자녀가 최고의 교수로부터 최고의 시설을 갖춘 강의실에서 최고의 강의를 수강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외동아들이나 외동딸을 둔 학부모들이 대부분으로 유치원에서부터 최고 수준을 찾아 전전하고 최고의 과외교사, 최고 브랜드 의류 등 외동자녀에게 자신의 모든 시간과 금전을 쏟아 부은 부모이다. 이런 부모일 수록 자녀의 수강신청은 물론 과제물 챙기기, 진로결정 등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응석받이’ 자녀는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또 대학졸업 이후에도 구직, 취업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자녀의 인생에 개입한다.
▲‘첨단기기 무장형’: 자녀의 교우관계 등을 파악하고 감시하기 위해 자녀의 이용자 이름과 암호를 이용해 자녀가 가입한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등 인터넷 친교 사이트에 접속해 자녀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갖거나 극단적일 경우 자녀의 방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할 정도의 편집증적인 부모를 뜻한다. 소머스 박사는 이같은 부모를 ‘유독성 부모’(toxic parent)라고 분류했다. 자녀들은 하루 24시간 감시당하거나 부모에게 24시간 내내 셀폰 등을 통해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해야한다.
▲‘블랙호크’형 또는 폭격기형: 사소한 문제라도 생기면 그 문제를 따지기 위해 총장실이나 교장실 난입을 불사, 통상적으로 화난 상태이거나 독설을 내뿜는 부모들이다.
이같은 부모들은 ‘내 자식은 최고만’형 부모와 유사하게 자녀의 직장에까지 개입, 자녀의 연봉협상이나 기업면접에까지 직접 나서는 경우가 많다.
▲‘내가 대신 대학생’형: 아예 자신이 학생이라고 느낄 정도로 자녀의 수강신청, 리포트 작성, 클럽가입 등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간섭하거나 아예 대신하려고 들만큼 대신 학교에 다녀줄 정도의 극단적 부모 유형으로 고등학생 자녀가 있을 경우 대학입시를 위해 봉사활동마저 대신해 주는 부모도 있다.
▲안전요원형: 학교측의 안전대책이 부실하다고 느낀 나머지 언제나 비상 안전 대책 마련에 몰두하는 부모.
▲구조대원형: 자녀에게 문제가 생길 조짐만 보여도 개입하거나 뭔가를 지원하려는 부모.
■자녀의 멘토가 되라
교육 전문가들은 부모는 경기장 밖에서 조언하는 코치 역할이나 자녀를 격려하는 응원단장의 역할로 자신의 위치를 분별력 있게 제한해야 한다고 조언하다. 부모가 자녀 대신 경기장으로 뛰어들어 선수역할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 문제의 해결사’를 자처하며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리는데 이는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해결사’보다는 ‘조언자’가 되어야 문제를 더 잘 해결해 줄 수 있다.
자녀의 선도자로서, 조언자로서, 상담자로서 자녀의 ‘멘토’(Mentor)가 되어보자.
나는 헬리콥터형 부모인가?
자가측정 진단법
▲대학생이 된 자녀에게 오전 8시∼오전 10시에 3번 이상 전화를 걸어 “아침은 먹었는가?” “학교 수업 준비는 다했는가?” 등 시시콜콜한 질문으로 자녀의 일상을 챙긴 적이 있다.
▲자녀의 이메일 또는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등 인터넷 개인 사이트를 몰래 들여다보며 자녀의 사생활을 감시한 적이 있다.
▲자녀의 리포트 작성을 도운 적이 있다.
▲당신의 지나친 간섭 때문에 학교로부터 경고성 통지를 받은 적 있다.
**위의 네가지 질문에 1개라도 ‘예’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일단 헬리콥터형 부모이다.
**네 가지 질문 모두에 ‘예’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헬리콥터형 부모의 극단적인 유형인 ‘블랙호크형’ 부모라고 진단할 수 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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