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웨이브 오븐 덜 익힌 음식에 무방비
수퍼마켓 냉동 칸마다 당장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에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식품 숫자는 늘어 가는데 기계마다 다른 마이크로웨이브의 동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쓰인 권장 조리시간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오븐마다 동력 제각각
권장 조리시간에 문제
살모넬라균 등 감염 위험
최근 냉동식품 리콜 잇달아
지난 8월18일, 미네소타주 소크 래피즈에 사는 에이미 레이너트(26)의 당시 생후 19개월짜리 딸 이자벨은 너무 심하게 탈이 난 나머지 정신을 잃고 마비를 일으키는가 하면 104도의 고열에 끊임없이 설사를 해댔다. 겁에 질려 응급실로 데려가 정맥주사를 맞고 결국 집으로 왔지만 한 시간에 기저귀를 6~8회나 갈아야만 했을 정도로 심한 설사가 48시간이나 계속됐다. 이자벨의 설사는 6주나 지나서야 멈췄다.
레이너트가 이자벨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병원균인 살모넬라균에 감염됐음을 알게 된 것은 8월22일이었다. 이후 수주에 걸쳐 가족들이 그 날 무엇을 먹었는지를 물어온 조사관들이 이번 주에야 집어낸 원인은 바로 마이크로웨이브로 조리하는 ‘뱅큇’ 브랜드 ‘치킨 앤드 터키 팟 파이’였다.
이 팟 파이를 먹고 배탈과 설사가 난 것은 이자벨만이 아니었다. 연방 질병통제 및 예방센터에 따르면 최소한 31개 주에서 165명이 같은 살모넬라균에 중독됐는데 ‘뱅큇’ 팟 파이가 그 원인인 것 같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입원한 사람이 최소한 30명이지만 사망은 보고되지 않았다.
<마이크로웨이브에 간편히 조리하면 먹을 수 있는 냉동식품은 자꾸 늘어나는데 그 마이크로웨이브 오븐마다 다른 조리시간에 대한 설명은 명확하지 않아 문제다.>
살모넬라균 때문에는 최근 뉴저지의 ‘탑스’ 정육회사도 2170만파운드의 냉동 햄버거를 리콜 당했지만 팟 파이의 경우가 주목을 끄는 것은 식중독의 원인과 회사측의 초기 반응 때문이다.
피해자 중 몇 사람은 팟 파이를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에서 충분히 오래 조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고 ‘뱅큇’ 브랜드 소유주인 ‘콘애그라 푸즈’도 처음에는 소비자들의 실수를 시사했었다.
바비큐 그릴 위의 햄버거라면 핑크빛이 없어지면 다 익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기계마다 와트수가 다른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의 경우, 소비자들이 자기 집 기계의 조리 강도를 다 알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예를 들어 ‘뱅큇’ 팟 파이의 포장에는 와트수가 중간 또는 높은 마이크로웨이브의 경우, 고열로 4분간 돌리고, 와트수가 낮을 경우는 6분간 돌리라고 쓰여 있다. 또 오븐이 각각 다르므로 조리 시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자기가 가지고 있는 1,000와트짜리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의 와트수가 높은 건지, 낮은 건지, 중간인지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캔사스 주립대의 국제 식품안전네트웍 과학부장인 더글러스 파월 교수는 팟 파이를 사서 포장지에 쓰인 지침대로 조리한 다음 온도를 재봤다. 4분 후 파이의 온도가 48도로 나타나 그는 자신의 오븐은 와트수가 낮다고 판정했다. 6분 후 온도는 겉은 204도, 속은 127도였다. 그는 결국 2분을 더 돌려 파이 온도가 194도까지 올라간 다음에야 그것을 먹었다.
냉동 즉석조리 식품들에는 모두 포장에 마이크로웨이브 오븐마다 다르니까 조리시간을 조절해야 할지 모른다고 작은 글씨로 쓰여 있다. 아울러 제안하는 조리시간은 서로 너무 다르다.
예를 들어 ‘에이미스’ 브랜드의 야채 냉동 팟 파이의 경우 고열로 4~5분을 조리하라고 하지만 ‘보스턴 마켓’의 냉동 치킨 팟 파이는 고열로 8시간 돌리라고 돼 있다. ‘마리 칼렌더’의 ‘크리미 파마잔 치킨 팟 파이’의 경우 와트수가 높거나 중간인 마이크로웨이브는 9분반, 낮은 것은 14분 돌리라고 한다. ‘스타우퍼’의 냉동 미트로프 포장은 완전히 익히라는 경고와 함께 고열로 4분간 돌리고 그 절반의 전력으로 5분반 내지 6분을 더 돌리라고 쓰여 있다.
그렇다면 그 시간만큼만 조리하면 15년쯤 묵은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으로도 균을 다 죽일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다.
결국 ‘콘애그라’도 지난 주 모든 팟 파이 제품을 수가하기에 이르렀고 조리 지침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이 회사는 ‘뱅큇’ 브랜드 이외에 ‘크로거’ ‘푸드 라이언’ ‘월마트’에서 판매되는 ‘그레이트 밸류’ 등 서너 개의 프라이빗 레이블을 단 팟 파이도 수거시켰다.
“이번 일로 마이크로웨이브 조리지침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이 혼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콘애그라’의 스테파니 차일즈 대변인은 말했다. 그녀는 ‘콘애그라’ 관계자들이 만족할 만큼 분명한 지침이 나오기 전까지 이 제품들은 진열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어쩌면 새로운 포장에는 식품 온도계가 포함될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네소타주 보건국의 병리학자인 칼로타 메더스는 냉동식품으로 인한 살모넬라 식중독은 처음이 아니라면서 “문제는 사람들이 조리된 것이니 데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익혀 먹을 음식을 마이크로웨이브로 익히는 것은 항상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니 냉동실에 든 마이크로웨이브로 조리하는 식품들은 일단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인다면 식품 온도계를 하나 사 온도까지 재보면 더 좋을 것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