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 -‘부시 대통령 국정자문위원’주장 임청근씨는 누구?
미국명 척 림(Chuck Rheem). 법학박사에 ‘미국 대통령 국정자문위원’. 백악관 문양이 새겨진 그의 명함을 건네받은 사람은 누구나 그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된다.
임청근(林靑根.사진)씨. 재미동포 사회에서조차 생소한 그의 화려한 ‘정치적 존재’가 한국 정치권과 외교가는 물론 동포사회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논란의 시발은 지난 22일 개최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주미 대사관 국정감사에서였다.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질의를 통해 “임씨가 서울에서(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를 지칭) 부시 대통령 자문위원 명함을 갖고 다니며 부시 대통령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다니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임씨는 김정일 주위에 젊은 장군들을 많이 심어놓아 자기가 움직이면 김정일은 끝장난다는 발언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 발언의 요지는 임씨가 황당무계한 언행을 일삼는 형편없는 사람이란 뜻이다. 하지만 이태식 주미대사의 답변은 이와 엇갈린다. 이 대사에 따르면 그는 ‘부시 대통령의 정책자문위원’에 공화당의 거물들과도 잘 통하는 무시 못 할 인물이다. 이 대사는 실제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라이스 국무장관 면담을 비롯한 여러 도움을 받았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이 대사와 김 의원의 상반된 평가만큼 미주 동포사회에서도 임씨의 실체에 대한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그가 지난해 워싱턴 한인사회에 본격 등장한 이래 진짜 법학박사인지, 나아가 정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국정 자문위원인가를 놓고 구구한 억측을 낳았다. 이는 그만큼 그에 대해 알려진 게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한국 정치인, 공화당 행사에 대동
임씨를 ‘잘 안다’는 인사들에 따르면 그는 공화당의 막후 실력자다. 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윤기원씨(한국역사보존협회 사무총장)는 “임 박사는 30년간 공화당의 외곽 후원자이며 공화당과 백악관의 정책 자문위원으로 안다”며 “임 박사를 따라 몇 차례 상원의원들이 정책 브리핑을 하는 모임에도 참석했었다”고 말했다.
임씨가 명예총재로 있는 한미우호증진협의회(대표의장 이장연 목사)나 한미동맹협의회의 일부 인사들은 임씨가 부시 대통령과도 바로 통하는 거물이라며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닌다. 그가 자신들의 단체에 참여하는 것을 대단한 명예로 생각하기도 한다.
실제 임씨는 한국의 정치인이나 언론인들을 공화당 후원 파티에 대동해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송영길 의원(당시 열린우리당)을 맥클린에서 열린 모금 파티에 게스트 자격으로 데려갔다. 이 모금 파티에는 부시 대통령도 참석했다. 또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에서 열린 부시 대통령 후원모임에 모 언론사 특파원을 초청하는 등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기도 했다.
한국의 한 언론은 그가 지난 6월 방미하려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 주선에 나선 막후 인물이라고 소개할 정도였다.
-HID 출신으로 알려져
임씨의 현재에 대해 알려진 게 거의 없듯이 그의 과거 행적도 베일에 싸여 있다. 본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올해 75세인 임씨는 부평서초등학교 1회 졸업생이다. 김무성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주한미군의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미군 군무원으로 복무했다는 뜻이다.
윤기원씨는 “임 박사에게서 6.25전쟁 때 HID 요원으로 활동했으며 5.16 주역중의 한명인 석정선씨 밑에서 일했고 박정희 정권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도미한 것은 70년대 초반으로 전해졌다.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카운티에서 자동차 정비업소와 폐차장을 운영했으며 노태우 정권 당시에는 담배 원료인 연초를 한국에 수출하는 무역업에 종사하기도 했다 한다.
그의 법학박사 학위에 대해 윤씨는 “어느 대학에서 취득했는지 잘 모르며 다만 박 정권 때 하버드대 8개월 연수 프로그램을 수료했다는 것만 들었다”고 했다.
그가 ‘미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 재임 시로 보인다. 그는 한 미주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90년 당시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자문위원’으로 위촉받았으며 2001년 현 조지 부시 대통령 취임 후 다시 ‘국정 자문위원’에 재위촉된 것으로 밝혔다.
-무엇이 진실인가
그러나 그의 화려한 직함과 역할에 대해 공화당계 한인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그들은 “임씨의 이름 석 자를 적어도 공화당 내에서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행정부의 한 고위급 인사는 “공화당 내에서 임씨의 존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으며 당에 대통령 자문위원 제도가 있다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화당계의 한 주요 인사도 “임씨의 이름도 낯설지만 그런 타이틀이 존재하는 지 처음 들어봤다”며 임씨의 정치적 존재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또 임씨가 지난해 3.1절 기념식 등 공개석상에서 행한 발언들을 목격한 일부 한인들도 “대통령 자문위원이라 생각하기에는 수준이 너무 낮다”는 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임씨가 자신의 지위를 속이거나 뻥튀기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러한 의문점에 대해 임청근 씨의 정확한 답변을 듣기 위해 몇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 대신 그가 밝히고 있는 ‘미 대통령 국정자문위원’의 실체를 직접 확인해 보았다. 명함에는 영문으로 ‘Presidential Governance Board Republican Eagles. USA’이라고 적고 있다.
문제의 핵심인 이 직함에 대해 백악관 측은 25일 “백악관 내에 임씨의 이름과 Presidential Governance Board 같은 타이틀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백악관 관계자조차 모르고 있는 ‘대통령 국정 자문위원’인 셈이다.
‘Republican Eagles’는 통상 공화당 전국위원회(Republican National Committee)의 후원자 그룹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공화당 전국위원회측은 2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Presidential Governance Board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으며 ‘Republican Eagles’는 연간 1만5천달러 이상의 기부금을 내면 자동으로 가입되는 전국위의 회원단체”라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그러나 “기부자에 대해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임씨가 회원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말문을 닫았다.
공화당측 인사들은 “이글스 클럽(Republican Eagles)은 당의 공적 조직이 아니라 고액 기부자들의 무보수 명예직”이라며 “임씨가 왜 대통령 국정자문위원이라고 하고 다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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