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나 타주 등에서 남가주를 방문하는 친인척과 지인들은 하나같이 남가주의 아름다운 날씨에 대해 부럽다고 말한다.
습기가 거의 없어 온도가 90도를 넘어도 불쾌감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쾌청한 날씨, 한 겨울에도 한국의 가을을 연상케 하는 온화한 기후만 따지고 보면 분명 남가주는 ‘축복의 땅’이라고 할 수 있다. 강우량이 워낙 적다보니 골퍼 등 아웃도어 스포츠맨에게는 남가주만큼 좋은 곳도 없다.
그러나 남가주의 이같은 건조한 날씨는 매년 어김없이 우리에게 엄청난 재앙을 안겨주는 ‘양날의 칼’이다. 특히 매년 10월부터 시작해 3월부터 남가주를 강타하는 샌타애나 바람은 대형 산불을 불러 일으키는 주범이다.
남가주 산악과 밸리 사이를 평균 시속 30~50마일, 심지어 100마일 이상으로 불어 닥치는 샌타애나 바람에 대해 히스패닉 사람들은 ‘악마(Satana)’에서 유래된 ‘악마의 바람(Devil’s Wind)’이라고 부른다.
올해는 별 탈 없이 무사히 지나 가나 했더니 지난 주말부터 허리케인급 샌타애나 바람이 몰아치며 발생한 대형 산불로 남가주 전역이 불타고 있다. 현재 파악된 피해상황만 봐도 사망 7명, 주택과 비즈니스 건물 피해 1,800여채, 대피주민수 100만명, 소실면적 45만에이커에 달하고 있으며 경제적 피해액수는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번 산불의 피해 규모가 엄청난 것 같아도 남가주 산불 역사상 최대 규모는 아니다. 남가주는 물론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산불로 기록된 지난 2003년의 일명 ‘시다’ 산불로 2주동안 22명이 숨지고 3,640채의 주택과 75만에이커의 임야가 소실됐다. 실제로 미국 역사상 피해가 가장 컸던 10대 산불중 9개가 남가주에서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남가주가 얼마나 산불 위험에 노출된 지역인지 알 수 있다.
이번 산불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실의에 빠져있는 주택과 비즈니스 소유주들에게 그나마 주택보험 등이 있어 복구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재기의 희망을 지피는 불씨가 될 것이다. 이번 산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남가주에서 집을 소유하고 있다면 보험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반면 이번 산불 피해자중 일부는 주택 보험에 가입해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주위사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주택보험에 가입했다고 안심하면 안된다. 부분 피해 또는 전소시 복구에 필요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보험 에이전트들은 1년에 한번씩 변하는 시가에 맞춰 주택보험을 점검하고 최대 보상금을 상향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LA집을 정리하고 올해 초 발렌시아에 주택을 새로 건축한 한 한인은 이번 화재로 집이 전소됐지만 보험으로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은 시가 120만달러의 절반밖에 안 되는 60만달러에 불과하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대형 산불에 집중돼 있지만 남가주는 언제 제2의 노스리지 지진같은 강진이 발생할지 모르는 지역이다. 산불이야 어느 정도 대처하고 피신할 수 있지만 아직도 인간의 기술수준으로는 지진 발생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지진보험의 경우 일반 주택보험이 커버하지 않아 따로 가입해야하는 이유 때문에 남가주 주택 소유주의 12% 정도인 75만채의 주택만 지진보험에 가입돼 있다.
기자도 올해 들어 세차례 정도 지진으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세차례 모두 글렌데일 집에 있었는데 강도 3, 4의 약진 또는 여진이었는데도 침대와 소파가 확연하게 흔들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허리띠를 좀 더 졸라매자는 생각으로 최근 지진보험 신청을 했다.
우리가 자동차 보험은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주택보험이나 지진보험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미국에서 보험은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는 책임의 완수이자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연말도 다가오는데 그동안 무심했던 보험 에이전트에게 먼저 안부 전화를 하자. 보험 에이전트들은 기쁜 마음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보험 상품에 대해 친절하게, 자세하게 설명해줄 것이다.
조환동 /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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