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아닌데도 벌써 연말 세일을 일제히 시작하고 식당들도 저렴한 가격에 톡톡 튀는 메뉴를 선보이는 등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서민들이 주로 찾는 골프장마저도 주말에 별로 밀리지 않고 여유 있게 칠 수 있다고 손님들이 얘기하고 비싼 찻집보다는 실용적인 빵 가게가 더욱 북적댄다.
그래도 한국이나 미국이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서 인지는 몰라도 고급식당은 여전히 발 디딜 틈이 없다. 결국 실제적 경기의 흐름을 예민하게 받는 것은 서민들의 일상생활에서이다.
에스크로 진행시 반드시 필요한 시 부서의 서류를 접수하고 진행하는 데에도 은근슬쩍 가격이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Up Front Fee’, 즉 선납을 하여야만 받아준다.
시 정부뿐만이 아니다. 콘도나 새 집 단지의 관리사무소 수수료도 선납하지 않으면 어떠한 서류도 미리 내주는 법이 드물어졌다.
이러한 서류들은 셀러가 바이어에게 계약서에 명시된 기한 내에 반드시 전달해야 하고 자신이 검토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어떤 조항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므로 에스크로 오피서는 시간에 맞추느라 늘 바쁘게 마련이다.
바이어의 계약된 디파짓 이외에 셀러로부터 미리 받아야 하는 이러한 선납용 체크들 때문에 요즘은 필요 이상으로 더 바쁘고 복잡해졌다. 사실 100% 클로징에 대해 요즘처럼 확신할 수 없는 때에는 미리 지불해야 하는 비용들이라고 하면 반가워하는 셀러가 별로 없다.
“아니 에스크로에 있는 디파짓으로 좀 쓰면 안 됩니까?”라든지, “오피서가 미리 좀 내주면 안 됩니까?” 같은 당혹스런 질문들 때문에 요즘은 머리가 더 빨리 쇠는 것 같다.
에스크로의 트러스트 어카운트에 계약된 금액이 있어야 하고 이러한 디파짓은 양측의 동의 없이는 페니도 건드릴 수가 없다. 그리고 에스크로 회사의 제너럴 구좌와 손님들의 트러스트 구좌는 반드시 독립적으로 분리돼야만 한다.
더구나 에스크로 오피서의 개인 자금이 디파짓 혹은 지출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이는 철저한 정부의 감사를 거치도록 제도화 되어있으므로 금기 사항이다.
서로가 여유 있을 때에는 너그러웠던 비용들에도 셀러와 바이어가 심각하게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렌트의 계산에도 컴퓨터가 30일 기준으로 계산이 나오므로 일일이 수작업으로 확인하여 입력해야 말썽이 없다.
가게의 인벤토리 때문에 ‘인수를 하느냐 않느냐’가 관건이 되기도 한다.
가게 인수 다음 날 나가보니 화장실 휴지까지 셀러가 가져갔다고 아침부터 육두문자를 올리는 바이어의 볼멘소리를 듣고 놀라기도 한다.
이러쿵저러쿵 어수선한 분위기로 움츠러드는 사람들도 있고 “위기가 기회다”라고 도약의 기회로 삼는 적극적인 사람들도 있어 사뭇 대조적인 모습을 보게 되는 것도 요즘의 추세이다.
사업체를 팔 때에도 반대로 사업체를 구입할 때에도 사업에 대한 구상과 해석을 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 때문에 에스크로는 ‘풍랑의 돛단배’가 될 때가 많다.
단지 사업체만이 아니라 인생의 항로를 민첩하게(?) 바꾸는 손님이나 에이전트들도 있어서 마음이 씁쓸할 때가 있다.
20대나 30대, 그리고 지금이나 그날이 그날처럼 지내는 필자 같은 사람들에게는 능력 밖의 일이지만 자신의 직업과 분야를 미련 없이 바꾸어야 하는 시절이 한편으로는 원망스럽기도 하다.
주인이 바뀌면 왜 꼭 간판이 바뀌고 실내장식이 변해야만 하는 걸까? 왜 메뉴가 바뀌어야 하고 광고가 바뀌어야만 장사가 되는 것일까?
아무리 주인이 바뀌고 대를 물리어도 고유의 맛과 색깔을 이어받는 ‘그 맛과 그 장소’는 계속되지 못하는 걸까?
경기 때문에 세태에 맞추어야 하고 경기 때문에 유행을 따라야만 성공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경기가 좋으므로 자신의 돈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나 여유 있게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늘 문제인 것 같다.
jae@primaescrow.com
(213)365-8081
제이 권 <프리마 에스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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