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일외교통상위의 2007년 주미대사관 국정감사에서는 BBK 주가조작사건의 핵심인물인 재미동포 김경준씨가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 등에 300억원가량의 비자금을 은닉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여야 의원들의 칼끝이 이명박, 정동영 대선 후보에 맞춰졌다. 또 한미 FTA의 미 의회 비준, 비자면제협정, 남북정상회담과 북핵문제 등을 둘러싼 공방이 오갔으나 전체적으로 맥빠진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대선을 두 달 가까이 남겨두고 진행된 이날 국감에서 최성 의원(대통합민주신당)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거론되는 ‘김경준 뇌관’을 건드렸다.
최 의원은 “김경준 씨와 그의 누나인 에리카 김이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 등에 약 300억원을 불법 은닉했다”고 주장하면서 이와 관련 연방 검찰이 조사에 착수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상환 주미대사관 법무협력관은 “300억원 전부가 스위스의 계좌에 있는 것은 아니며 미국이 제시한 민사 몰수 대상의 전체 금액이 300억원”이라고 불법자금 규모를 간접 확인한 후 “미 연방검찰이 김씨 재산에 대해 민사몰수 소송을 추진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고 밝혔다. 정 법무관은 이어 연방검찰이 패소한 이유에 대해 “검찰에서 제시한 증거능력을 법원에서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법무관은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의 소유주와 정확한 액수를 묻는 최 의원의 질문에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고 발언하기 적절치 않다”며 피해나갔다.
정 법무관은 또 김씨의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른 한국 송환시기를 묻는 최 의원의 질의에 “김씨 측에서 항소 취소의 뜻을 밝히지 않아 빨리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제한 후 “송환 시기는 미 국무부가 한국 국회와 한국민의 관심을 고려, 판단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와 연관의혹을 받고 있는 BBK 주가조작 사건의 주역인 김경준은 지난 2001년 12월 미국으로 도피, 미 연방법원의 재판을 받고 있다가 최근 “한국으로 돌아가 조사를 받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씨의 대선 전 송환이 이뤄지면 대선 정국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성 의원의 김경준 드라이버가 계속되자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대사관 국감과 무관한 정치공세”라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김씨와 함께 이번 국감에서는 또 다른 재미동포인 임청근씨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관련 도마 위에 올라앉았다.
한나라당의 김무성 의원은 “임씨가 작년 워싱턴의 3.1절 행사에서 축사를 하던 중 방미한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라이스 국무장관 면담 성사가 어렵게 되자 이태식 대사가 자신에 살려달라고 부탁해 면담하게 해준 적이 있다고 발언했다는 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이에 이 대사는 “임씨에 면담 도움을 요청한 건 사실”이라며 “임씨로부터 여러 지원을 받은 건 사실이나 그런 발언이 100% 현실을 반영한다고 할 순 없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이어 “지난해 3.1절 행사 지원비 2천달러를 한인회가 아닌 임청근씨가 입김을 넣은 단체(워싱턴 교회협의회)에 준 것은 이해가 안간다”며 답변을 요구했다.
이 대사는 그러나 “행사 경비 부족분에 대한 요청이 들어와 한인회와 주관측(교회협)과 협의해 준 것으로 안다”며 공세를 피해나갔다.
김 의원은 또 “임씨가 서울에서 부시 대통령 자문위원 명함을 갖고 다니며 부시 대통령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다닌다는데 이를 아느냐”고 다시 물었다.
이 대사는 “임씨에게서 서울의 대선 캠프로부터 부시 대통령 면담을 주선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임씨가 부시 대통령 정책자문위원으로 안다”고 응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임씨는 주한미군의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자신이 김정일 주위에 젊은 장군들을 많이 심어놓아 자기가 움직이면 김정일은 끝난다는 발언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라며 “이런 수준의 인사를 이 대사가 높이 평가하는 것이 의아스럽다”고 공박했다.
김원웅 의원(대통합민주신당)을 반장으로 한 미주 국정감사반의 이날 국감에는 이들 의원과 함께 정의용(대통합민주신당), 이해봉 의원(이상 한나라당)도 참가했다.
주미대사관에서는 이태식 대사와 함께 김규현 정무 1, 서동구 정무 2, 최석영 경제, 윤석중 공보 공사와 강대영 국방무관, 권태면 총영사, 김은석 공사 참사관이 증인으로 나섰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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