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던 여름의 푸르름이 이제는 다 말라 떨어져버리는 길가의 가로수를 보며 우리들은 또 한해를 넘길 준비를 해야 한다. 더불어 이제 추위가 찾아오는 한두 달 후면 모든 대학의 입학지원 마감일이 다가오고 대학 진학을 앞둔 여러분들은 겨울의 긴 그림자 밑에서 초조함과 아쉬움으로 그 결과가 발표될 봄날을 손꼽아 기다려야 한다.
대학진학 원서를 쓰면서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열심히 했었을 건데 하는 뒤늦은 후회와 반성은 지금 길가에 버려져 나뒹구는 마른 낙엽처럼 이젠 아무 소용이 없게 되어버렸다.
시인 T. S. 엘리엇이 말한 잔인한 4월에는 여러분의 대학 지원 결과가 발표될 것이고 여태까지 여러분이 각자의 삶을 살아온 태도에 대한 잔인한 평가받을 것이다. 그땐 생전 처음으로 경쟁의 치열함을 맛 볼 것이고 인생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배울 것이다. 철이 조금이라고 있는 이는 내가 정말로 최선을 다 했을까 자신을 돌아보겠지만 아직까지도 정신이 없는 이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를 돌아보는 것조차 소홀 할 것이다. 하지만 다들 오직 땀 흘린 만큼만 보상 받을 수 있다는 너무도 평범해서 무시해 버렸던 그 진리를 가슴 저리도록 느낄 것이다.
여러분들이 인정하든 말든 언제부터인가 대입입시라는 것은 여러분 인생에 제일 먼저 치러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공식 이벤트가 되어 버렸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사회가 그대들의 삶을 그렇게 만들어 버렸다.
여러분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대학을 가지 않아도 남들보다 더 잘 살 수 있고 부자도 될 수 있다. 분명히 과거에는 그러했다. 하지만 그대들이 앞으로 살아나갈 급변하는 미래는 다르다.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는 인터넷에 정통한 그대들이 더 잘 알지 않는가. 준비되지 않은 자를 철저하게 도태시켜 버리는 인류 역사상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무한경쟁의 잔인한 사회가 쉬지 않고 다가오는 상황에서 적어도 남들만큼 배우고 노력하고 공부하지 않고서 남보다 더 잘 될 수 있다는 헛된 생각은 바로 불행의 시작인 것을 가슴 깊이 깨우치길 바란다.
여러분들은 학벌과 경제력이 그 사람의 행복을 결정지어서는 안 된다고 말할 것이다. 그것은 사실이다. 가난하고 일류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말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 자신을 변명하기 위한 말이 아니길 바란다. 여러분들의 그 알량한 생각으로 살다가는 가슴 사무치도록 후회할 날이 반드시 여러분을 찾아온다.
마찬가지로 안일함과 게으름이 여러분의 너무나도 소중한 미래를 결정짓게 해서도 안 된다. 그대들의 부모들은 힘들고 서럽더라도 열심히 일해 여러분을 교육시켰다. 삶의 모든 역경을 겪으신 그분들은 학교에서건 사회에서건 배움만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뼈가 저리도록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여러분들이 그 배움의 기회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강조하시는 것이다.
30년이 지난 후 여러분들이 부모가 되면 여러분의 자식들에게 뭐라고 말해 줄 것인가. 엄마 아빠는 너 만한 나이 때에 열심히 살지 못한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하니 너희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할 것인가. 30년을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자기 자신에게 그 말을 하기 바란다. 혹시 여러분이 지금 어떤 이유로든 어려운 환경에 처해져 있거나 과거의 잘못으로 자신을 탓하고 방황하고 있다면 이젠 자신을 용서하라. 볼품없는 한조각의 쇳덩어리가 보검(treasure sword)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불과 물로서 수십 번을 달구어지고 수백 번을 망치로 두들겨 맞아야 한다. 그대들이 겪고 있는 이 어려운 시간이 그대들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더 단단해지기 위한 시간이라 생각하며 오히려 감사하기 바란다.
사랑하는 청소년들이여 길가의 가로수를 보라. 그리고 기억하기 바란다. 나무는 여름의 푸름을 오랫동안 뽐내고 싶지만 겨울의 찬바람이 나무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여러분은 오늘 너무도 재미있게 마냥 놀고 싶지만 시간은 안일하고 게으르고 방황하는 여러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오늘 길을 걷다 발길에 걷어차이는 낙엽을 볼 때 간절히 깨우치길 바란다. 준비하지 않은 자의 인생은 곧 찾아올 북극의 찬바람에 지금 나뒹구는 낙엽처럼 떨어져 지나가는 사람들에 발에 짓밟히고 걷어차일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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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권(USC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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