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동포사회의 성장
매주 토요일 저녁이면 뉴욕 플러싱 소재 일복식당에는 앉을 자리조차 없을 정도로 고객들로 꽉 찬다. 가족단위의 외식을 즐기거나,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는 정겨운 모습들은 여느 한인식당과 다를 바 없다. 이들은 한식과 중식이 결합된 조선족 특유의 식단을 즐기기 위해 조선족 식당을 찾는다.이민생활의 스트레스를 풀고, 고향 소식도 듣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1-2년사이 이 지역에는 조선족 식당 뿐아니라 이들이 운영하는 비즈니스들이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연길과 진달래, 풍무꼬치구이, 순애네 설렁탕 등 식당 만해도 20여곳에 달한다. 네일업소나 뷰티서플라이업소, 유흥업소 등 조선족들이 운영하는 업소 수는 100여 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주 조선족 동포들의 인터넷 포탈 웹사이트인 ‘조선투데이닷컴(chosuntoday.com)’에 따르면 올들어 한인 업체를 인수하거나 한인과 동업 또는 공동 투자로 운영되는 업소가 10여곳이나 새로 생겼다. 업종도 콜택시업체나 미용실, 한의원, 직업소개소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네일업종은 조선족 동포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각광받고 있다. 웨스트체스터와 롱아일랜드 등 뉴욕시 외곽 지역에서 업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점차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네일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조선족 동포들이 크게 증가했으며 이들은 대부분 한인 네일업소에 취직하고 있다.
한인네일협회 김용선 회장은 “아직은 한인업소와 경쟁이 되는 수준이 아니지만 앞으로 자본력이 커지고 기술 인력이 늘어나면서 조선족 동포와 중국인, 네팔인 등의 네일시장 공략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네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식품이나 건설, 뷰티서플라이업계 등에도 조선족 동포들의 참여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 조선족 비즈니스들이 성장하면서 플러싱 유니온상가가 주목받고 있다. 조선족들은 이 지역을 조선족 상권으로 만들고 싶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 지역이 중국상권과 노던블러바드의 한인상권의 중간 지역이라는 특성도 한몫 작용하고 있다. 한국어와 중국어가 모두 가능하다는 점이 조선족 상권 형성에 조선족 상권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조선족동포회의 주광일 회장은 “그동안 자본이 축적되면서 조선족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상권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다”며 “유니온상가 지역에 한인과 중국인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형태의 상권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워싱턴지역 5백여명 추산
워싱턴 지역에는 약 5백명의 중국 조선족 동포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동북 3성인 흑룡강성, 길림성, 요녕성 출신이 대부분인 이들은 상당 수가 식당, 청소, 건축업 등에 종사하고 있다.
미국에 온 목적이 이민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인 만큼 수입의 상당한 부분을 중국의 가족들에 송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친척방문이나 출장, 관광 비자로 입국한 케이스가 대부분으로 체류 신분 문제로 인해 신원 공개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뉴욕에 기반을 두고 워싱턴에 수개월씩 머물면서 일을 하는 조선족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000년대 초반, 스프링필드의 중앙 그리스도 교회에서 조선족 선교회를 만들어 친목을 다지고 신앙생활을 공유하기도 했다. 2002년 초에는 워싱턴 중국동포총연합회(임시회장 엄덕수)를 결성, 메릴랜드 우미가든에서 2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설날 대잔치를 열기도 했으나 그 후 활동이 없는 상태다.
■조선족과 한인의 관계 재정립
지난 96년쯤 1,500-2,000명 수준이었던 조선족들은 지난 10년새 급성장하면서 뉴욕과 뉴저지, 워싱턴 일대 2만 여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중국사회에 속해있는 조선족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LA의 2만여명 등 미 전국적으로 5만여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중 연변 출신이 전체 조선족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매년 고향으로 송금하는 돈은 6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조선족 사회가 커지는 만큼 앞으로 한인사회와의 관계 설정 문제가 주요 이슈로 대두될 전망이다.대부분의 조선족 동포들은 중국사회보다는 한인사회에 포함되기를 원하는 편이다.
중국사회보다는 한인사회를 통해 경제적인 자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족 사회 내부에서는 한인사회가 은연중에 조선족 동포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난 30대 뉴욕한인회장 선거 당시 투표권을 주지 않아 수모를 느꼈다는 조선족 동포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장만성씨는 “같은 미국 이민자 입장에서 중국 조선족 동포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조선족 동포들은 지난해 까지만 해도 지역한인회장 선거나 코리안 퍼레이드 등에 적극 참여했으며, 한인 노인들을 위한 경로잔치까지 개최했었다. 그러나 이번 한인회 선거 이후 한인사회의 행사에 미온적인 편이다. 주 회장은 “한인 1세들의 희생과 땀, 노력으로 한인사회가 정착할 수 있었듯이 조선족들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며 “한인과 조선족 사이에 문화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같은 이민자 입장에서 서로 돕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종국.김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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