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준령과 기암절벽이라는 표현이 꼭 들어맞는 국립공원이 요세미티다. 해발 2,000피트에서 1만3,000피트의 높이에 무려 1,169 평방마일 넓이의 공원이니까 아마도 세계에서 제일 큰 공원일 것이다. 가장 유명한 공원 중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 요세미티 안의 도로만도 263마일이고 800마일의 등산로가 있으며 150종이 넘는 조류, 85종의 포유동물, 1,000종 이상의 식물과 37종의 수목이 존재하는 곳이니까 우선 그 규모와 다양성에 기가 질리게 마련이다.
필자가 스탠포드 대학원생이던 1964년부터 3년 동안에는 학부에서도 하지 않은 신문학과 정치학을 전공하느라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기 때문에 요세미티 구경은 고사하고 그 이름을 들은 기억조차 없었다. 약 10년 전에야 반나절인가 자동차로 요세미티 일부를 도는 ‘주마간산’만 할 수 있었다. 그 때는 2,000여 피트에서 3,000 피트의 높이를 가진 10개의 폭포들 중 하나, 그리고 한 개의 화강암 바위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엘 카피탄 절벽(3.593피트), 또 나이가 1,500년이 넘었다는 세코이아 거목들을 본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역시 주마간산으로 8,800피트 이상 치솟아 있는 하프 돔(Half Dome)을 계곡을 거쳐 관망할 수 있는 글래시어 포인트엘 올라갔다. 밑을 내려다보기는커녕 길옆에 눈길만 돌려도 현기증이 날 정도의 좁은 길을 굽이굽이 운전하자니 뒤따르는 오토바이 부대들을 답답하게 했던지 추월이 허락되지 않는 곳이지만 몇 십대가 우리가 탄 차를 지나쳤다. 아마 6,000피트 이상의 높이에 위치한 관망대에서 하프 돔을 보고 계곡을 내려다보면서 그 장엄한 경관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빙하가 지나가면서 파여졌다는 절벽과 계곡- 정말로 엄청난 규모의 대자연 앞에서 인간의 왜소함을 다시금 절감하는 외경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미국 자연보호에 앞장섰던 존 미어(John Muir)가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나는 폭포들과 새들과 바람들의 노래를 들을 것이다. 나는 바위들을 해석할 것이고, 홍수와 폭풍과 눈사태의 언어를 배울 것이다. 나는 빙하와 자연 가든과 친숙해질 것이며 될 수 있는 한 세상의 심장부에 더욱 다가갈 것이다”라고 말한 게 그가 몇 해에 걸쳐 답사하고 연구했던 요세미티를 두고 한 말이다.
미어는 또한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건너 마린 카운티에 들어가면서 얼마 안 가면 위치해있는 미어 삼림(Muir Woods)과도 관계가 깊다. 이곳 역시 390여 개의 국립공원 중 하나로 규모는 560에이커 정도지만 캘리포니아 해안 산간지대를 한 때 뒤엎었던 장대한 미국 삼나무(redwood) 숲이 자연보존 되어 있는 유일한 곳이다. 더러는 1,000년 이상 서있는 삼나무들은 키가 252피트 되는 것들이 있어 한참 올려다보아야 된다. 나무들의 밑동이 굵직한데다가 몇 대가 모여 사는 가족처럼 조상 나무가 가운데 있고 그 후대들이 옹기종기 뿌리끼리 연결되어 있어 장관이다. 이 공원이 국립공원으로 된 유래도 재미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비즈니스를 하다 하원의원이 된 윌리엄 켄트와 그 부인이 채벌되지 않은 마지막 삼나무 숲을 보호하기 위해 그 인근 지역을 구입한다. 그러나 개인 소유로 가지고 있는 경우 발전소라든지 댐 등 공공사업 계획에 필요한 경우 지방정부에서 강제 수용을 해버리면 삼림보존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켄트 부부는 295에이커가 되는 그 땅을 연방정부에 기증하면서 그 장소를 당시 가장 유명한 자연애호가이면서 자기들의 친구인 미어의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래서 1908년 테오도르 루즈벨트 대통령은 그곳을 국립기념물로 선포하기에 이른다.
연중무휴 24시간 열려있는 요세미티와는 달리 미어 삼림은 오전 8시부터 해질 때까지만 열려 있다. 그리고 요세미티에서는 며칠 아니면 몇 달이라도 머물면서 볼 것이 있는 데 비해 미어 삼림은 하루 이틀이면 대강 볼 수 있다. 62세 이상의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면 10불짜리 영구 패스를 하나 사면 전국 모든 국립공원과 국립기념물 장소에 무료로 드나들 수 있다. 문제는 건강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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