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Sleuth) ★★★(5개 만점)
노련한 소설가 남편과
아내의 정부가 벌이는
치열한 기와 두뇌싸움
한 공간 두 남자 2인극, 미스터리 스릴러
영국의 극작가 앤소니 셰이퍼의 희곡이 원작으로 노련한 미스터리 소설가와 그의 아내의 정부인 젊은 남자간의 한 공간에서의 고양이와 쥐의 게임. 이 연극은 1972년 로렌스 올리비에와 마이클 케인 주연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매우 지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로 만들어졌었다.
오늘 개봉되는 이 영화는 1972년산의 리메이크인데 재미있는 것은 전편에서 젊은 정부로 나온 케인이 여기서 나이 먹은 작가로 나온다는 점이다. 전편은 작가의 고풍스런 저택에서 내용이 전개됐는데 이번에는 초현대식 저택으로 바꿨다.
한 여자를 놓고 두 남자가 머리와 기 다툼을 하는 2인극인데 신판은 전편 같은 우아함과 세련미를 갖추지 못했다. 돈 많고 나이 먹은 유명 미스터리 소설가 앤드루(케인)의 온갖 초현대식 실내장식과 감시 장치가 설치된 집에 일자리가 없는 젊은 배우 마일로(주드 로)가 찾아온다. 마일로는 자기와 앤드루의 아내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며 앤드루에게 아내와 이혼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요구를 하는 마일로를 경멸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앤드루는 마일로의 출신 배경과 현재의 상황을 캐묻는다. 그리고 둘 간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적개심이 서서히 형성되면서 설전이 벌어진다. 이어 앤드루는 마일로에게 한 가지 게임을 제시한다. 앤드루는 아내와 이혼을 해도 빈털터리와는 살게 할 수 없다며 마일로에게 자기 집을 털라고 제안한다. 그리고 거액의 보험에 든 아내의 보석을 훔쳐 둘이 함께 잘 살라는 것이다.
앤드루가 교묘하게 친 살인음모의 거미줄에 마일로가 말려들면서 둘 간에 치열한 머리싸움이 벌어진다. 둘의 신경전에서 일종의 호모에로틱한 분위기를 느끼게 되는데 앤드루의 비열한 행위가 동네 경찰의 의심을 사면서 앤드루는 뜻밖의 적을 맞게 된다.
전편에서는 앤드루가 마일로의 능력을 저평가해 둘의 대결에서 용호상박하듯 한 불꽃이 튀는데 이번에는 앤드루가 마일로를 거의 아이 다루듯 해 긴장감과 스릴이 제대로 안 느껴진다. 로가 전편에서 보여준 케인의 고도의 지적 연기를 못 따라간다.
R. 케네스 브라나 감독.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 모니카(310-394-9741), 플레이하우스7 (626-844-6500), 타운센터 5(818-981-9811), 웨스트팍(949-622-8600).
‘2004년 여름’(Summer ‘04) ★★★
프랑스의 히치콕이라 불리는 클로드 샤브롤 스타일의 냉정하고 초연한 분위기를 지닌 성적 긴장감이 팽배한 독일 스릴러.
틴에이저 아들을 둔 두 부부의 시골 여름휴가가 느닷없이 나타난 12세난 소녀 때문에 산산조각이 난다. 이 소녀로 인해 이 집안의 세력균형이 깨어지고 또 사람들의 내면에 잠복해 있던 감정이 표출되면서 뜻밖의 비극이 일어난다.
15세난 아들 닐스를 둔 도시인 미리암과 앙드레는 매우 진보적인 한 쌍. 이들의 생활 속으로 닐스의 성적으로 조숙한 12세의 여자 친구 리비아가 들어오면서 집안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리비아가 옆 동네에 사는 나이 먹은 남자인 빌에게 꼬리를 치는 것을 막으려고 미리암이 개입하면서 오히려 미리암이 빌에게 끌린다.
성인용. 뮤직홀(310-274-6869), 원콜로라도(626-744-1224).
‘성경이 말씀하시길’(For the Bible Tells Me So) ★★★
과연 성경은 동성애자들을 지옥에 떨어질 사람들이라고 말했는가. 동성간의 사랑은 결코 용서 받지 못할 혐오의 대상인가. 동성애와 기독교 사이의 간극은 너무 커 결코 넘을 수가 없는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성경이 증오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이용되고 있는가.
이 영화는 동성애와 성경의 문자 그대로의 해석을 화해시키려고 노력한 도전적이요 재미있는 기록영화다.
동성애자 자녀를 둔 미국의 매우 정상적인 다섯 기독교 가정의 경험을 통해 그런 자녀를 둔 부모들이 동성애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알아본 흥미 있는 작품이다. 다섯 가정 중에는 전 하원의원 리처드 게파트와 미 최초의 게이 성공회 주교인 진 로빈슨 등이 포함돼 있다.
18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선을 넘어’ (Crossing the Line)★★★½
월북 미군 4명‘북한의 삶’조명
DMZ이탈 드레스낙 인터뷰 통해
되돌아 본 40여년 생활상 수록
1962년 한국의 DMZ에서 근무하던 중 월북한 미군 제임스 드레스낙 등 4명의 미군 월북자들의 북한에서의 삶을 드레스낙과의 인터뷰를 통해 돌아본 진귀한 기록영화다.
4명의 월북 미군 중 특히 드레스낙의 삶과 고백을 집중 조명했는데 그는 이 영화를 찍을 당시인 지난해 63세였다.
드레스낙은 유창한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정직하고 명확하게 자신의 미국에서의 삶과 월북 후 지금까지의 삶을 고백하는데 그는 자기를 받아들여 지금까지 편안하게 살게 해준 북한에 대해 진정으로 감사를 표하고 있다. 북한이 매우 인간적으로 묘사된 영화다.
드레스낙의 고향 버지니아에서의 불우한 삶과 17세 때 입대해 곧 결혼했으나 2년간의 독일 근무기간에 배신한 아내와 곧 이어 한국에로의 배치 등이 얘기된다. 이와 함께 한국전과 북한의 대규모 군대행진 및 매스게임 등을 담은 필름이 제시된다.
드레스낙은 DMZ 근무 중 좋아하던 한국인 바걸을 만나러 무단이탈했다가 상관의 군재에 회부 하겠다는 말에 겁을 먹고 1952년 8월15일 대낮에 월북했다.
영화는 드레스낙을 알았던 고향의 친구들과 전우들도 인터뷰를 했다. 드레스낙은 월북 후 다른 3명의 월북 미군들과 함께 장기간의 사상교육을 받은 후 북한 시민권이 제공되고 이어 사회에 투입된다.
드레스낙은 많은 반미영화에서 배우로 나왔고 또 영어강사로 활동했는데 지금은 은퇴한 상태. 그는 두 번의 결혼에서 3남을 두었는데 두 아들은 모두 평양의 엘리트들이 다니는 대학에 다니고 있다.
드레스낙은 한국어로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이라면서 주체사상의 장점을 차분하게 얘기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삶을 행복해 하면서 북한을 자신의 제2의 조국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가 대동강에서 낚시하는 평양 시민들과 담소하고 술을 마시는 모습이 매우 다정하고 인간적이다.
월북한 다른 미군 중 1명은 북한에서 납치해 온 일본 여자와 결혼했다가 20여년 후 미군 당국에 자수한 젠킨스다. 뮤직홀.
‘늑대’(The Wolf)
긴장감과 스릴 가득한 스페인의 정치 스릴러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1970년대 스페인에서의 분리 독립을 요구하며 테러활동을 전개한 바스크족 테러그룹인 ETA에 침투한 스페인 스파이에 관한 정치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액션 스릴러다.
무일푼 신세인 테마에게 ETA 단원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안 스페인 정보부가 그에게 두둑한 돈을 지불하고 자신들을 위한 첩자가 되어줄 것을 제의한다.
테마는 ‘늑대’라는 암호명으로 가짜 ETA 요원이 돼 테러리스트들과 함께 행동을 하면서 정보를 빼낸다. ‘늑대’는 여 테러리스트를 사랑하게 되고 ETA 요원들의 폭탄설치와 납치에 가담하게 되면서 자기가 한계를 넘어섰다는 것을 깨닫는다.
성인용. 18일 하오 7시30분, 이집션(6712 할리웃).
‘귀부인의 귀고리’(The Earrings of Madame De·1953)
허영심 많고 사랑에 굶주린 귀부인 루이즈(황홀하게 아름다운 다니엘 다리외)가 빚을 갚기 위해 남편 앙드레가 결혼선물로 준 다이아몬드를 보석상에 판 뒤 남편에게 귀고리를 잃어버렸다고 거짓말한다.
이어 이 귀고리는 보석상에서 다시 귀부인의 남편(샤를르 봐이에)의 손으로 건네지고 앙드레는 이것을 자기 정부 롤라에게 이별의 선물로 준다.
롤라는 이 귀고리를 도박장에서 판돈으로 잃는데 몇 달 후 이 보석을 사는 사람이 외교관 도나티(비토리요 데 시카). 그리고 도나티와 루이즈가 연인 사이가 되면서 도나티는 귀고리를 여인에게 선물로 준다. 결국 돌고 도는 귀고리 때문에 커다란 비극이 발생한다.
18일 에어로 극장(1328 Montana Ave. 샌타모니카).
‘라스와 진짜 여자’(Lars and the Real Girl) ★★★½
약간 음탕하고 변태적인 섹스 농담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영화는 상냥하고 달콤하고 부드럽고 가슴에 와 닿는 사회 부적응자의 자각과 변신에 관한 코믹한 드라마다.
20대 후반의 수줍음 많은 청년이 실물과 똑같은 섹시한 모습의 플래스틱 인형을 사랑하는 얘기인데 재미있는 것은 이같은 청년의 괴이한 행동을 가족과 이웃들이 모두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준다는 것이다. 아주 신선하고 매력적이면서 삐딱한 영화다.
미 중서부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회사 직원 라스(27)는 일요일에 교회 가고 평일에 직장 가는 것 외에는 일절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는 청년. 특히 그는 남이 자기를 만지는 것을 못 견딘다(라스가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한 과거 설명이 나온다).
라스는 형과 임신한 형수가 사는 집의 차고를 개조한 아파트에 살면서 형수가 함께 밥을 먹자고 계속 초대해도 이를 거절한다. 그리고 라스는 회사의 여직원 마고가 자기에게 호감을 표하는 것도 피한다.
그런데 어느 날 라스가 형 부부에게 마침내 비앙카라는 애인이 생겼다고 고백하면서 라스의 정신 나간 애정행각이 시작된다. 라스는 비앙카가 브라질과 덴마크인의 피를 가진 선교사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하는데 1년간 세상을 알기 위해 여행중이라고 알려준다. 그런데 문제는 비앙카는 라스가 인터넷을 통해 주문한 실물과 똑같은 실리콘 인형이라는 사실.
라스가 마침내 돌았구나 하고 생각한 그의 형 부부는 라스를 데리고 동네 정신과 의사를 찾아간다. 그런데 이 의사는 라스의 형 부부에게 라스의 기이한 행동을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라고 조언한다. 의사는 라스가 무슨 뜻이 있어 이런 짓을 하고 있다고 간파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 비앙카는 라스네 한 가족처럼 되면서 동네 모임에도 나가고 교회 예배에도 참석한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은 착한 라스의 섹시한 애인을 진짜 인간처럼 대한다. 이 과정에서 라스는 물론이요 동네 사람들까지 모두 새로운 자신들을 깨닫게 된다. 라스역의 라이언 가슬링이 호연한다. PG-13. 선셋5(323-848-3500), 랜드마크(310-281-8233),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브로드웨이 시네마(800-fandango#706).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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