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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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6개월 전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5천 달러를 빌려주었습니다. 큰
금액도 아니고 믿을 만한 사람 같아서 차용증도 없이 그냥 check을 끊어서 주었습니다. 그런데 3개월 안에 갚겠다던 사람이 차일 피일 빚 갚기를 미루고 있습니다. 이제는 할 수 없이 재판을 해 야할 것 같은데 변호사 비용은 얼마나 될까요? 혹은 변호사 없이 재판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A: 삼국지에 보면 ‘계륵’이란 말이 나옵니다. 위 왕 조조가 ‘한중’이라는 곳의 땅을 차지하려고 군사를 배치했다가 차지해 봤자 별 이득이 없을 듯하자, 군사를 철수시키기 전 ‘계륵’이란 말로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계륵’이란 닭의 갈비 부분으로, 먹자니 먹을 것이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미국에서 몇 백불 혹은 몇 천불을 다투는 소송은 ‘계륵’과 같은 사건입니다. 웬만한 소송을 하려 해도 기둥뿌리가 뽑힐 각오는 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간단한 소송이라도 보통 6개월에서 1년은 기본이고 몇 년씩 끄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변호사 비용도 적게는 수 천불 많게는 수 만불, 수십 만불 이상을 지출해야 결판이 납니다.
이러다 보니 몇 백불 혹은 몇 천불 받으려고 소송을 시작하는 것은 잘못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소송을 해서 이기면 진 쪽에서 소송비용을 모두 부담해주는 것으로 잘못 알고 계시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알래스카 등 몇 개 주를 제외하고는 미국의 대부분 주에서 원칙적으로 이기던 지던, 자기 소송비용은 자신이 부담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지요.
상대방과 계약할 때 미리 분쟁을 예상하고 소송에서 지는 쪽이 소송비용을 부담하기로 미리 약속 한 경우에는 계약에 따라 보상이 가능합니다. 또는 집단소송, 민 권법, 지적 재산 권법 등 특정한 법에서 미리 정해놓은 경우도 법원은 진 쪽에서 소송비용을 부담하라고 명령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예외가 아니면 자기비용은 자기 부담입니다. 이런 상황이기에 수천 불을 돌려받기 위해 그 금액 이상을 써야 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분명히 받을 돈이 있는데 포기하기에는 너무 ‘억울’하지요.
때로는 이런 ‘계륵’ 과 같은 상황에서 변호사를 찾아와 ‘억울함’을 호소하며 도와달라고 간청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변호사 입장에서 본다면 이런 상황은 되찾아야 할 돈보다, 찾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인 케이스일 뿐이지,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 당하여 호소할 곳도 없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억울한’ 케이스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써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소액 재판소(SMALL CALIMS COURT)에 가서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소액 재판을 통해 7천5백 달러 이하를 청구하는 사건을 해결 할 수 있으며, 회사의 경우 5천 달러 이하의 사건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2천5백 달러 이상을 청구하는 사건은 한 해에 두건 까지만 소액 재판제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제한이 있습니다. 법원에는 많아야 75달러 정도의 비용만 내면 됩니다. 주의하셔야 할 것은 법정에 변호사가 대리인으로 설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변호사가 통역의 자격으로는 갈 수 있습니다.
소액재판은 비용부담을 적게 하기 위해 가급적 모든 절차를 간략하게 구성해놓고 있지만, 증인 신청이나 증거 제출요청을 하는 것이 생각만큼 그리
간단치는 않습니다. 따라서 서류를 제출했다 몇 번이나 퇴짜맞는 경우도 생기고, 고생 고생하다 변호사에게 서류 작성을 맡기는 경우도 생깁니다. 소액 재판을 하려면 소송을 제기하는 쪽에서 소장을 법원에 접수시킵니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듯이, 잘못된 법원에 소장을 접수시키면 소송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대개 소송을 당하는 편의 집이나 직장을 관할 하는 법원에 소장을 제출합니다. 혹은 계약서를 서명한 곳이나 손해가 발생한 곳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장이 접수되면 재판 날짜를 정해 주는데, 소송 제기자는 소송 받는 사람에게 소송 서류를 전달하고 법원에 보고를 합니다. 그리고 재 판날 법원에 가면 됩니다. 판사 앞에서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재판이 진행됩니다. 그날 반드시 자신의 입장을 증명해줄 서류나, 증거물, 증인을 대동해야 합니다. 혹시 상대방이나 3자가 갖고 있는 서류 중 나에게 유리한 자료가 있다면, 일정한 절차를 통해 그런 자료를 제출토록 할 수도 있습니다.
대개 재판은 10-20분 안에 끝나지만, 복잡한 사안인 경우 그날 해결이 안되고 다시 재판 날짜를 잡아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재판결과에 불만이 있는 경우, 소송을 먼저 제기 한쪽은 불복하지 못하지만, 상대방은 불복하여 항소할 수 있습니다. 이 항소재판도 일반 재판과는 다른 좀 간략한 절차를 이용하지만 변호사는 참여는 허용이 됩니다.
소송은 언제라도 제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일정 기간 내에만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예를 들어 10년 전의 일을 갖고 지금 소송을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것을 Statute of Limitation이라고 하는데, 캘리포니아의 경우 신체상해 사건의 경우는 2년 이내에, 그리고 문서에 의한 계약의 경우 4년, 구두계약인 경우 2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질문하신 분의 경우 다행히 6개월 전에 일어난 일이므로 소송을 제기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차용증을 받아둔 적이 없으므로 실제 돈을 빌려 준 것이 사실인지 여부를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나, check을 끊어주셨으니 이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할 것 같군요.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업을 하거나 돈 거래를 하는 경우, 분쟁은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이 분쟁을 적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해결하느냐입니다.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변호사의 검토를 받고, 합의
내용은 반드시 문서로 남겨 놓는 것이 차후 분쟁을 방지하고, 또 불가피하게 분쟁이 생겼더라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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