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어떤 학생을 원하는가? 그리고 많은 지원서 중에서 합격증을 받아들 학생을 선별하는 입학사정관들은 어떤 관점에서 지원서류를 검토하는 것일까? 통계를 보면 탑 명문대학이라고 해서 등록률이 그리 높은 것만도 아니다. 하버드 대학에서 합격통지서를 보내면 100% 다 그 대학에 진학할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79.3%만 실제로 등록하고 나머지는 다른 대학으로 새고 있다. 전교생에게 100% 학비를 면제해 주는 쿠퍼유니온대학도 실제 등록률은 77.7%이다. 하버드와 쿠퍼유니온의 합격률은 겨우 각각 9.3%, 10%일뿐인데도 그렇다. 이건 대학도 학생을 고르지만 학생도 대학을 고르고 있는 미국대학 특유의 입학시스템 때문이다. 카플란사가 캘리포니아 클레어몬트에 소재한 포모나 칼리지의 부학장이며 입학사정학장인 포쉬로부터 대학은 어떤 학생을 원하는지 알아봤다.
완벽한 지원서들 속에서
‘진짜 순수한 학생’찾기
과장·허위·잠재력 등
‘족집게’ 처럼 선별해내
■입학사정관의 역할은?
학생과 대학을 맺어주는 중매쟁이이다. 지원서류 심사와 인터뷰 과정은 남녀의 데이트에 해당한다. 데이트를 하면서 사귀어본 다음 서로 마음에 들어야 결혼에 골인하는 것처럼 대학과 학생이 4년간, 어떤 의미에서는 평생 맺어지기 위해서는 서로 탐색하고 고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입학사정관들이 바른 연결을 위해 ‘독수리 눈’을 뜨고 분석력과 비판력을 가지고 지원서류를 읽고 상식을 동원해서 에세이와 추선서를 읽고 직관력을 동원해 지원자의 재능, 배경, 경험, 기술을 입체적으로 판단한다.
■진짜처럼 보이는 것들 중에서 순수한 진짜(authentic)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부모가 지원할 대학 목록을 만들어 주고, 학원이나 가정교사가 시험준비를 시켜주고, 컨설턴트가 학생의 이력서를 빛내줄 과외활동을 골라주는 등 요즘은 만들어진 학생이 의외로 많다. 학생은 만들어 지고 지원서는 포장이 됐다는 뜻이다. 이는 입학사정관들과 커뮤니티간에 잘못된 의사전달이 원인일 수도 있다. 입학사정관들이 공부도 잘해야 하지만 다방면을 고루 시도 해본 학생을 원한다고 한마디 하면 학부모들은 과외활동 숫자를 늘린다. 학생들은 이것저것 시도해 보느라고 시간이 없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찾아내는 학생도 있지만 잘못된 목표로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하는 부류도 있다.
요즘은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서 외국어와 문화를 배우게 해준다고 거액을 들여 외국으로의 체험여행을 주선하는 전문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런 체험은 굳이 외국으로 돈을 많이 들여 나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인근 동네에서 찾아 봐도 충분한 것들이다.
이럴 때 사정관들은 이 학생이 돈 있는 집에 태어나 여행이나 하고 싶어서 이런 프로그램을 택했는지 아니면 진짜 문화체험을 하고 싶어 이런 프로그램에 가입했는지를 가늠하기 위해 각종 잣대를 들이대며 진짜 동기를 찾으려 애쓰게 된다.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지원서 검토절차는 불완전한 과정이다. 그러나 인간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거름장치를 갖추고 있다. 봉사활동과 과외활동 시간을 부풀려 적어도 탄로가 난다. 사정관들의 눈에는 몇%까지 늘렸는가도 보인다. 서류에는 몇 가지 클럽에서 회장과 리더로 일했다고 적혀 있는데 교사 추천서에는 그런 대목이 한 가지도 언급되지 않았다면 이도 거름창치에 걸린 것이다. 활동시간을 적을 때 수학적인 계산을 정확히 해서 적을 필요가 있다.
■완벽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고교 시니어, 이제 17~18세들이다. 꽃은 피고 있지만 열매 맺기에는 이른 나이이고 설혹 열매가 맺혔다고 하더라도 덜 익은 풋사과이다. 가능성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지 번쩍 번쩍 빛나는 결과를 보여주려고 과장하지 말아야 한다.
■같은 지원서라도 사정관과 대학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다
공대 사정관이 보는 눈이 다르고 인문대학 사정관이 보는 눈이 다르다. 공통지원서라고 해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포모나의 경우 공부도 잘해야 하지만 남과 잘 어울려 놀 수 있는 학생을 원한다. 98%의 학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므로 24시간을 함께 보내기 때문이다. 대학에 따라서는 작은 세미나에 잘 적응하는 학생을 고를 수도 있지만 대형 강의와 그룹 프로젝트를 잘 따라갈 수 있는 학생을 선별할 수도 있다.
■대학의 학문적인, 사회적인 분위기를 업그레이드 시킬 학생을 원한다
때문에 학생도 지원할 대학의 ‘브로셔 뒷면’을 보아야 한다. 이 학교에는 어떤 종류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으며 이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어떤 스타일로 노는가? 나는 여기에 적응할 수 있고 분위기에 일조를 할 수 있는가? 대학도 맞는 학생을 골라야 하지만 학생도 자신에게 맞는 대학을 선택해야 되기 때문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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