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스쿨 나잇’
컴퓨터를 작동시키려면 원하는 글자를 쳐 넣은 다음 ‘엔터 키’를 눌러야 하는 것처럼 아이의 성공적인 학교생활을 도우려면 학교에서 1년간 진행될 사항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새 학년이 시작된 3~4주 후에 시작하는 ‘백 투 스쿨 나잇’(Back to School Night)은 학부모에게 학교를 공개하는 일종의 오픈 하우스이다. 이 밤을 잘만 활용하면 미국 학제에 낯선 한인 학부모들도 미국학교 제도에 훨씬 익숙해지고 아이와의 대화도 풍성해 질 수 있다. 지금 미 전국 초 중 고등학교에서 한창 진행 중인 ‘백 투 스쿨 나잇’에 대해 알아본다.
■백 투 스쿨 나잇이란 무엇인가?
아이를 1년간 가르칠 교사를 만나게 되고 그 교사의 약력, 백그라운드, 교사 경력 등을 알게된다. 그리고 1년간 진행될 수업의 방향, 교과목 진행, 교사가 학생에게 원하는 것, 숙제와 시험출제 경향, 점수 매기는 방법 등이 소개된다.
◆ 초등학교
킨더가튼부터 5~6학년까지 학제가 길기 때문에 대부분 2~3명의 자녀가 같은 학교에 동시에 재학하게 된다. 학교 측에서도 이를 감안, 킨더가튼~3학년 먼저 시작하고 4~6학년은 늦게 시작하도록 배려, 한 학부모가 저학년 자녀와 고학년 자녀의 클래스를 모두 방문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초등학교의 백 투 스쿨 나잇은 비교적 간단하다. 3학년까지는 보통 담임교사 한 명이 1년간 학생을 지도하게 되므로 아이의 담임반만 방문하면 된다. 고학년인 경우는 학교에 따라 영어, 과학, 사회과목을 각기 다른 선생이 가르치기도 하지만 이들 교사가 한 클래스에 모두 모여 학부모에게 교과과정을 차례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 학부모가 이리 저리 클래스를 옮겨 다닐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다.
◆중고등학교
자녀가 ‘0 피리어드’를 선택한다면 중학교의 경우 7과목을 택하게 되고 고등학교의 경우 많게는 8과목까지 허용하는 학교가 있다. 자녀가 택한 교과목의 담당교사 클래스를 모두 찾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스케줄대로 일목요연하게 움직여야 한다. 한 클래스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10~15분으로 정해져 있고 다음 5분의 간격을 이용해 다음 클래스로 옮겨가야 한다. 이렇게 옮겨 다니는 시간이 총 2시간가량 걸린다. 중고교의 경우 백 투 스쿨 나잇은 6시30분에 시작해서 8시30분에 끝나는 경우가 많다.
■초대장과 스케줄을 사전에 면밀히 파악
백 투 스쿨 나잇 며칠 전에 학생을 통해 전달되는 초대장에는 이날 진행될 사항과 스케줄, 캠퍼스 지도 등이 부착되어 있다. 스케줄은 자녀가 학사 일정이 진행되는 동안 매일 듣는 순서대로 교사의 이름, 교과목, 교실 번호 등이 적혀있다. 이 스케줄에 맞춰서 부모가 직접 담당 과목 교사의 방을 찾아가야 한다.
■ 교사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교과서가 아니라 교사이다. 이날 교사들은 5분 간격으로 계속 자신과 자신의 교과목에 대해 부모들에게 소개하는 날이다.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설명하는 교사도 있고 인쇄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나눠주는 교사도 있지만 그냥 ‘맨 입’으로 떠드는 선생도 있는 등 교사마다 전달방식이 다르다. 부모들과 친근감을 쌓기 위해 자신의 가족사진을 프로젝트로 띄우는 교사도 있다.
■개인적인 긴 질문은 삼가도록
10분이란 교사가 자신의 학력, 경력을 소개한 뒤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과목의 개요, 지도방법, 채점방식 등을 모두 설명하기에 그리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대부분 교사가 아직 말을 하고 있는 동안 종이 울려 학부모들이 다른 반으로 옮겨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이날은 교사에게 자신의 아이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하고 자신이 누구의 부모라는 것을 교사에게 인지시킬 여유가 없다. 교실에 들어가기 전에 학생이름과 부모이름을 쓰는 참석자 명단에 기입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질문이나 개인적인 면담이 필요하면 교사가 공개한 전자메일이나 전화번호로 나중에 하면 된다. 이때도 교사가 선호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다. 교사들은 일장연설 후 맨 마지막으로 항상 “나는 가르쳐야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시간이 없으니 질문이 있으면 항상 어느 때건 전화로 하십시오” 라고 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니 전화보다는 전자 메일로 연락 주십시오”라고 부탁하는 이가 있는 등 각자 스타일에 따라 선호하는 연락 방법이 다름을 주의해야 한다.
■미리 캠퍼스를 파악해 두는 것도 요령
지역과 동네마다 다르지만 이날 학교는 ‘불’이 난다. 1,000명이 재학 중인 학교라면 1,300명의 부모가 동시에 몰려들기 때문이다. 양부모가 함께 오는 가정이 30% 정도는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주차난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학교 주차장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학교 인근 동네 길에 주차하게 되고 때론 학교 측의 배려로 인근 고교에 주차해 두고 셔틀버스를 타고 중학교로 옮기기도 한다. 따라서 주차할 자리를 확보하려면 서둘러서 도착하고 5분 만에 다른 클래스를 찾아갈 수 있도록 미리 캠퍼스 구도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자녀는 동반하지 않는다
이날 행사는 부모와 학교 간에 다리를 놓기 위해 진행되는 것이다. 자녀는 집에 두고 가야 한다. 간혹 초등학교 학부모의 경우 자녀를 동반,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을 운동장에서 놀리기도 하는데 유사시의 배상문제로 학교 측이 이를 금하고 있다.
■복장은 간편하게
청바지부터 정장까지 모두 무방하다. 그러나 신발만은 운동화나 단화 등으로 편한 것이 좋다. 5분 간격으로 중고교의 넓은 캠퍼스 ‘종횡무진’하려면 하이힐로는 불편한 점이 많다. 특히 격무에 시달린 날에는 더욱 그렇다.
■선물은 금물, 그러나 기부 물품은 OK
초대장에 미리 도네이션 물품 리스트가 올라와 있다. 클리넥스, 와이퍼, 페이퍼 타월, 연필과 펜, 복사용 종이, 학용품 등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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