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니 고등학교 한인 학부모 세미나 참석자들이 진지하게 강사들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위트니고 한인 학부모회 제공>
명문대 입학 경험담 나누고
AP과목 선택 등 정보 제공
한인 목소리 교육구에 전달
교육환경 개선에도 적극
위트니고
캘리포니아 최고 공립 고등학교로 손꼽히는 위트니 고등학교의 한인학부모회(회장 하워드 최)는 지난 27일 학교 다목적 룸에서 6~7학년 신입생들과 이들의 학부모는 물론 타학교 재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6년 학습계획’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학부모들이 관심을 모은 순서는 지난 1990년 중반 두 자녀를 모두 하버드대에 입학시키는데 성공한 조국남 증경회장의 경험담이었다. 한국에서 교사생활을 했던 조국남 회장의 메시지는 좋은 대학 진학의 열쇠는 아버지에 달려 있다는 것. 골프 치는 시간,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시간을 줄여 치맛바람보다 훨씬 효과가 큰 ‘바지바람’을 일으키라는 주문이었다.
아빠의 동조로 엄마의 말에 무게가 실릴 때 자녀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달라진 생활습관은 학업성적으로 연결되며, 향상된 학업성적은 결국 명문대학 진학이란 결과를 낳는다는 주장이다.
조 회장은 아내 위치에 힘을 실어주는 중국계 아버지들을 사례로 들었다. 부엌에서 식사준비를 하는 등 ‘엄마’에게 쥐여사는 아빠를 목격해 온 자녀들은 “아빠도 꼼짝 못하는 엄마의 말을 듣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공부하라”는 엄마의 말에 군소리 없이 따른다는 것. 이런 환경 영향으로 중국계 학생들이 아시아계 학생들 사이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는 분석이다.
또 조 회장은 아버지들이 학교 일에 나설 때 발생하는 변화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의 자녀들이 학교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7학년 때 10학년 수학을, 10학년 때는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대학 영어와 수학을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조 회장 자신이 직접 설득한 결과라고 말했다.
밤늦게 집에 귀가해 “공부했느냐” “밥 먹었느냐” 식의 상투적인 말만 하는 대부분의 한인 아버지와 달리 학교 일에 직접 매달린 조 회장의 노력은 두 자녀를 명문대학이 모두 탐을 내는 ‘좋은 상품’으로 만들어냈다.
물론 부모의 욕심이 자녀의 희망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도 전달됐다. 하워드 최 한인학부모회 회장은 “하버드가 자녀의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 만큼 자녀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게 해주라는 조언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라크레센타
위트니 고등학교에서 행사가 열리는 당일 같은 시간에 크레센타밸리(CV) 고등학교의 한인 학부모회(회장 비키 송)도 SAT 준비 및 대학 학비 마련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클리블랜드 고등학교의 교감인 엘레나 폴씨가 강사로 나와 대학 입학 전반에 대한 한인 학부모들의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이날 순서는 학년별 학과목 선택 및 관리, GPA관리, AP과목 선택 관리법, 대학 선택 요령 등의 내용이 강의된 1부와 대학 학비 마련 방안에 대한 질문과 응답이 이뤄진 2분 순서로 나눠져 진행됐다.
CV의 한인학부모회는 이 지역 교육환경의 지킴이를 자청하고 있다. 한때 LA 최고의 학군으로 이름을 날린 이 지역의 한인 인구는 지난 10년 사이에 250% 정도 증가했다. 초중고등학교 재학생의 30% 정도가 한인 학생이다. 특히 CV고등학교의 경우 9~12학년 한인 학생수가 80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한인 학부모회의 방침은 한인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이 지역의 질 높은 교육환경을 위해서는 한인 학부모들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1·5세인 비키 송 회장은 “한인 학부모회가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곳으로 인식되던 시절은 옛날이야기”라고 강조했다. 활동 목표가 교사들에게 식사 대접하는 수준에서 탈피, 한인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학교와 교육구 측에 정확하게 전달하고 교육환경 개선에 일조하는 것은 물론 입시 정보 제공처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CV 학부모회는 11월 내 대학 학자금 마련을 위한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어바인고
어바인 한인학부모회(회장 강민희)는 오는 10월6일부터 4차례에 걸쳐 SAT II 한국어 강좌를 연다. 학부모회가 자녀들의 SAT II 한국어 시험 성적 향상을 위해 마련한 ‘예상 문제 풀이 준비반’이 예상 외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아예 수강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3년 전 시작된 한국어 시험 준비반에는 그동안 자동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인 밸리, LA 등 지역 거주 학생들도 몰렸다. 유명세를 반영하듯 강좌 시작을 알리는 공고가 나가기도 전에 벌써 70여명이 등록했다.
어바인 고등학교 한인 학부모회의 한국어 시험 준비반 역시 남의 자식에게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내 새끼’에만 챙기려고 학교를 드나드는 ‘전형적인 치맛바람’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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