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 안에서는 머리를 끝까지 고정해야”
벙커샷은 프로들에게도 부담스럽다. 승부를 목전에 둔 순간 벙커에 빠진 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우승컵을 날려버리는 것도 부지기수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벙커에 빠지면 더블 보기나 소위 ‘양파’로 부르는 더블 파를 범하기 일쑤다.
그런가 하면 미국 PGA 투어 한국 간판 최경주는 벙커에 빠졌을 때 파세이브에 성공하는 샌드세이브율에서 톱10 안에 들만큼 벙커샷에 자신감을 보인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벙커샷만 제대로 익힌다면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지난 6월 한국프로골프 에이스저축은행 몽베르오픈에서 프로 데뷔 5년 만에 마수걸이 우승을 거둔 배성철(27)에게서 벙커샷 요령을 들어본다.
■실수 유형
-너무 뒤쪽을 때려 모래만 흩뿌린다.
-토핑을 내 볼을 총알처럼 멀리 보내고 만다.
-자신감이 없어 과감한 스윙을 못한다.
■벙커에서만이라도 머리 고정
벙커샷은 기본적으로 볼 바로 뒤쪽의 모래를 때려 볼을 띄우는 것이다. 흔히 이것을 ‘모래를 폭파시킨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너무 뒤쪽을 때리면 모래만 흩뿌려질 뿐 볼은 제자리에 그대로다. 반대로 볼 허리를 때리는 경우도 숱하게 많다. 벙커샷은 이렇듯 정확한 임팩트가 관건이다.
바꿔 말하면 머리를 끝까지 고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임팩트 순간 사진을 보자. 모래가 폭파되면서 볼이 떠오르고 있다. 이 순간에도 나의 시선은 볼이 놓여 있던 자리에 고정되어 있다.
벙커샷에 대한 많은 이론이 존재하지만 기본을 뛰어넘는 변칙은 없다. 변칙은 특수한 상황에만 쓰일 뿐이다.
벙커에서만이라도 머리를 고정하도록 한다. 머리가 움직이면 당신의 몸도 함께 움직이게 되고 그건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진다.
■왜 그래야 하나
만약 머리가 좌우로 움직인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당신의 몸도 백스윙 때 오른쪽으로 이동했다가 다운스윙을 시작하면서 다시 원위치로 오게 된다. 이런 동작은 뒤땅의 일차적인 원인이다.
머리가 상하로 움직일 때는 어떨까. 이는 몸도 상하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로 토핑을 유발한다. 머리를 고정한다는 것은 시선을 끝까지 볼에 유지시켜야 한다는 뜻도 있지만 그만큼 동작을 간결하게 하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1. 오른발에 체중을 둔 어드레스는 스윙 중 일어나는 체중 이동 동작으로 인해 뒤땅이나 토핑으로 이어질 수 있다. 2. 어드레스 단계부터 왼발에 체중을 두면 무게 중심이 이미 이동했기 때문에 불필요한 동작이 없어진다. 정확한 임팩트의 비결이다. 3. 페이스를 여는 정도에 따라 스핀량을 조절할 수 있다.
■어떻게 하나
이미지 트레이닝만큼 좋은 연습방법도 없다. 옆의 사진처럼 어드레스 직전과 연습 스윙을 할 때 의도적으로 머리를 고정해야 한다는 점을 되새긴다.
◈왼발 체중이 실수 방지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끝이 좋은 법이다. 스윙에서 첫 단추는 어드레스다. 일반적인 어드레스와 달리 벙커샷에서는 체중의 거의 대부분을 시작부터 왼쪽에 둔다.
나의 경우에는 약 80%를 왼발에 둔다. 이는 다운스윙, 임팩트, 폴로스루가 이어지는 동안 이루어지는 체중이동 동작을 생략하겠다는 사전 포석이다.
벙커샷은 정확한 임팩트가 관건이라고 이미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고 왼발에 체중을 둔 어드레스가 이를 도와주는 것이다.
◈스핀량은 페이스로 조절
프로들의 경우 벙커샷에도 스핀을 걸어 볼을 곧바로 세운다. 스핀량을 조절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페이스 조작이다.
페이스를 약간만 오픈한 채 샷을 하면 볼은 좀 더 낮은 탄도로 멀리 날아가고, 활짝 열어젖히면 부드럽게 뜬 후 곧바로 서게 된다.
페이스를 과도하게 오픈할 경우 ‘혹시 힐에 맞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에 직면하기도 하지만 자신감을 갖고 스윙을 하도록 한다.
■턱이 높을 땐 V자 스윙
높은 벙커턱은 프로에게도 위협적이다. 유일한 탈출법은 볼을 높이 띄우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거리가 길고 낮게 띄울 때는 완만한 스윙 궤도를 그리지만 높이 띄울 때는 V자 형태의 스윙을 하도록 한다.
위쪽의 사진은 내가 볼을 높이 띄울 때의 백스윙과 폴로스루 동작이다. 자세히 보면 클럽이 몸 바로 안쪽에 붙어있다.
가파르게 클럽을 들어 올린 후 안쪽으로 급격한 폴로스루 동작이 이루어진 것이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급격한 백스윙은 이와 같은 동작을 이끌어내고 볼은 솟구쳐 오른다.
물론 이 순간 스탠스는 오픈되어 있고 왼발을 약간 뒤로 빼 정렬선이 타깃보다 약간 왼쪽을 향하도록 했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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