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회 <우리아메리카은행장 >
드디어 9월12일 FOMC에서 연방기금(Fed Fund) 금리를 5.25%에서 4.75%, 재할인율을 5.75%에서 5.25%로 각각 0.5%씩 인하했다. 또 올 연말까지 1-2차례 더 인하가 있을지도 모른다.
소규모 자영업을 하시는 우리 동포들에게는 대출금리가 인하되어 다소 숨통이 트일 것 같다. 사실 그동안 금리인하 폭과 시기가 문제였던 점을 상기해 보면 금번 금리인하는 예정된 수순으로 풀이되며 오히려 미 경제 부양을 위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최근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는 지난해 말부터 불어 닥친 국내 주택경기의 하락에 근본을 두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신용점수가 통상 620점 이하인 가계에 대한 대출을 의미하는 것으로, 신용도가 낮은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대출금리는 통상 프라임 대출(우량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약 3%정도 높은 금리를 적용하게 되며, 프라임 대출과 달리 변동금리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 고금리 및 주택가격 하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취약성을 갖고 있다.
우리들에게도 익숙한 앨런 그린스펀 전 FRB의장을 비롯한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가 미국의 거시경제 지표는 물론, 찬 바람이 불고 있는 최근 주택경기 하락에 설상가상으로 결정타를 날리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주택소유주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한인들에게 주택이 주는 의미는 참 남다르다. 힘들게 노력하여 아메리칸드림을 일군 표상으로 집을 장만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주택시장에서 자기 보금자리의 가격이 하루가 멀게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에 두 말할 나위 없지 않은가.
필자는 지난 85-88년, 94-97년 두 차례에 걸쳐 미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지난 80년대 근무 당시 미국의 부동산 경기는 절정에 달했었고, 또 지난 95년엔 바닥시세를 면치 못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LA지역의 한인경제권은 뉴욕에 비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는데, 95년 당시 은행에
차압되어 350만 달러에 매각된 동포소유의 한 건물의 90년대 초 시장가격은 1,100만 달러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현재 그 건물의 가격은 부동산 시장 냉각을 감안하더라도 1,000만 달러를 훨씬 웃돌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렇다. 과거 부동산 가격이 하늘 모르고 오를 때, 경제적으로 여유가 충분치 않은 일부 동포들도 무리하게 차입을 늘려 부동산을 구입 소유하면서 명목상의 자산의 부(富)를 누리다가, 버블의 붕괴로 꿈의 재산을 날린 사례가 많았다. 지금도 내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미래에 대한
가치를 저울질하시는 독자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필자는 주식시세든, 부동산 경기든 최근 신문지상을 도배하고 있는 경제현안들은 경제주체별 개인적 경제활동이며 이 같은 현상들이 모여 경제전반을 아우르는 싸이클의 형태로 살아 움직여 간다. 우리속담에 ‘과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은 알고 보면 경제 참가자들의 순간적인 과함과 지나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월수입을 감안, 일정 금액 이상의 월 모기지 납부가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No Down-payment’ 또는 ‘Minimum Payment’ (네갬: Negative Amortization), 일정기간 ‘Interest Only Payment’등 변형된 모기지 상품을 개발, 서민들에게 무리하게 능력이상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 모기지 회사 및 금융기관들의 행위가 모두 바로 오늘의 서브프라임 사태를 일으킨 우리 경제 참가자들의 과욕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에 가속도가 붙은 주택경기 하락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는 전문가들 간에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는 2008년 말까지, 또 일부는 그 이상으로까지 악화될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 중요한 것은, 회복의 시기가 아니라, 연착륙이다. 이미 현 상황을 단기간에 돌이킬 수 있는 시기는 지난 듯하다. 그렇다면, ‘폭락’이니 ‘급락’이니 하는 달갑지 않은 표현보다는, 경제참가자들 모두가 만족하는 수준에서 서서히 시장의 힘으로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이른바 경기 싸이클에 따른 ‘연착륙’ 또는 ‘조정’이 모두에게 바람직한 시점이다. 필자는 이 과정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단기적으로는 ‘조정국면’에 다소 효과를 미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밀턴 프리드만 교수의 ‘합리적 기대가설’에서 시사되듯이, 시장 본연의 보이지 않는 힘이 시장참여자 모두에게 최선의 균형을 찾아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가을의 문턱이 되어 아침 저녁으로 찬 기운이 도는 이때, 서브프라임 사태와 부동산 경기하락이라는 두가지 경제현상 앞에서, 우리는 지금 앞으로 좀 더 멀리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과연 싸이클을 타며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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