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기식
SV 거주, 수필가
지금 TV에서 금년도 추석은 연휴가 5일이 되므로 4,000만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 하였으며, 약 430만대의 차량 이동이 될 것이라고 한다. 사정이야 어떻던 고향을 놔두고 서울로, 그리고 미국으로 떠나 온지 30여년, 삶의 고달픔에서 느닷없이 고향 생각이 나는 수도 있지마는 이렇게 명절이 돌아와 고국의 소식을 뉴스나 TV 화면을 통하여 볼 때는 향수에 젖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지금이야 한국의 교통이 고도로 발달 하였고 자가용차도 거의 집집마다 갖고 있어 명절에 고향에 가기가 수월 하여졌지마는 30여 년 전에는 고향에 가는 기차표를 사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려워 아예 고향에 가기를 단념하기도 하였다.
추석은 역사적으로 언제 어느 때부터 시작하였다는 정확한 기록은 없지마는 추석(秋夕)이란 말은 례기(禮記)에 추석월(秋夕月)이라는 기록에서 중추절이라고도 하고, ‘가윗 날’이라고도 하였는데 ‘가윗 날’은 신라시대부터 추석이 시작 되어 한국의 4대명절중의 하나로 온 가족이 차례(茶 禮 )를 올려 조상을 기리는 추원보본(追遠報本)의 행사로 그 해 새로 난 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조상에게 바치며 풍작을 고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곳저곳에 헤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은 ‘가윗 날’ 그 집안의 어른을 모시고 조상들에게 제사를 올리려고 고향에를 가는 것이다.
가까스로 산 차표로 선물 꾸러미를 들고 버스나 기차를 탔을 때는 자리가 없어 서서 몇 시간을 가더라도 자기를 기다리고 계시는 부모님들의 모습과 고향을 그리는 즐거움에 다리가 아픈 것도, 허리가 비비 꼬이는 것도 참는다. 정거장에 내려 시골의 논두렁길, 밭두렁길, 고향마을 뒷산 마루턱 선황당(城隍堂)에 고향에 무사히 돌아옴을 인사드리고, 언덕길을 내려가면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하시며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계시는 부모님이나 형제들을 얼싸 안으며 만나는 그 반가움이야 무슨 말로 표현을 할까!
나의 고향은 충청도 청주에서 북쪽으로 약 50여리 떨어져있는 산골 마을, 고향 마을에서는 음력 8월14일을 ‘작은추석’이라하며 추석을 ‘팔월 보름’ 또는 ‘한가위’이라고 한다. 부침개 등 제사 음식은 낮에 만들고, 추석음식의 가장 대표적 음식인 송편은 온 천지를 달빛이 가득채운 작은 추석날밤, 그 해의 풍작과 온 가족의 만남의 반가움의 기쁨을 주기 위하여 일렁거리는 달빛을 받으며, 어머니를 모시고 아들 며느리 손자 남녀 온 가족이 대청마루에 또는 뜰에 모여 앉아서 송편 반죽을 떼어 두 손바닥으로 비벼 새알처럼 만들고 두엄지로 고물 구멍을 만들어 팥고물, 콩고물, 날콩, 동부등 송편 속을 넣어 송편을 비즈면 두루뭉성이 송편 옆이 터진 송편 주먹만한 송편 그래도 자기가 제일 잘 빚었다고 으스대면 ‘송편은 요렇게 예쁘게 빚는거여!’하시며 빙그레 웃으시는 어머님의 얼굴은 온 가족이 모인 즐거움에 마냥 흐뭇해 보이며 가족들은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서울에는 고층 건물이 늘어나고, 시내버스가 윙윙거리며 달리고, 인구가 서울로 모여들며, 공장이 늘어나고 소매치기는 남의 주머니를 슬쩍하는 소매치기 이야기, 남의 보따리를 들고 뛰는 날치기 이야기 등 서울의 별난 이야기를 듣는 가족들의 얼굴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그리고 밑에 집 꽃순이가 시집가던 날 일어났던 일, 뒷집 상순이 할머니가 돌아가시어 장사를 모시던 이야기, 윗마을 돌쇠가 7월 백중에 씨름판에서 누렁이황송아지를 상타온 이야기 등, 고향 마을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나누며 송편을 빚는 가족들은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며 빚은 송편을 솔잎 한케 송편 한케 하여 송편을 쩌 낸다. 쩌 낸 송편에 참기름을 살짝 바르면 고소한 맛과 송편에서 풍기는 솔잎의 향기는 그 향기를 맡으며 송편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리 우리가 좋은 말로 표현을 하여도 그 맛을 모른다.
이런 추석의 추억은 20년, 30년 전의 추석이다. 오늘의 추석은 비행기타고, 특급열차 타고, 자가용을 몰고 붕-하고 추석을 맞이하러 가는 길이기에 한결 쉬워졌으며, 정거장에서 내려 선물꾸러미를 들고 오리 길 십리 길을 힘겹게 걸어서 갈 필요도 없다. 오늘의 한국은 시골 마을 구석구석까지도 자가용차나 기타 승용차가 갈 수 있도록 확 트여 있다. 오늘의 추석 송편도 도회지서나 농촌에서나 집에서 정성들여 빚어 내지 않고, 떡집에다 맡겨 만들어 오기 때문에 온 가족이 정성들여 빚은 그 송편의 맛도 없으며 그 향긋한 솔 냄새도 맡을 수가 없는 추석으로 변 하여갔다.
경부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서해고속도로를 귀성 자가용차로 꽉 메워진 TV 화면을 보면서, 그 옛 날 서울서 충청도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과 아우들에게 줄 선물 꾸러미를 들고 빽빽하게 꽉 찬 기차 안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며 경부선 열차를 타고 가던 향수에 잠시나마 잠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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