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메스꺼움·구토·현기증…
한때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소재로 등장해온 뇌종양은 불치병으로 주인공이 자주 걸리는 병이었다. 최근에는 이종격투기 스타 최홍만 선수의 뇌종양 논란, 드라마 ‘가을동화’의 아역 탤런트 출신으로 뇌종양 투병을 하다 20세 나이에 안타깝게 사망한 이애정양, 또 지난해 탤런트 이의정이 뇌종양(뇌림프종) 진단을 받는 등 잘 알려진 스타들의 뇌종양 발병이나 사망이 계속 이어지면서 도대체 뇌종양은 어떤 질환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뇌종양은 한마디로 뇌신경계 질환이다. 전문가들은 “시한부 삶이 연상되는 단순한 불치병이 아니라, 뇌종양에 종류도 많아 완쾌 가능한 경우도 있고, 고치기 힘든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발병환자의 나이가 소아 또는 40대 후반~60대 초반에 분포했던 예전과 다르게 최근에는 30~40대 발병도 늘고 있다. 뇌종양에 대해 알아본다.
<뇌종양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나타난다고 해서 다 뇌종양으로 의심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벼운 두통이라고 진통제를 먹고 병을 키우는 사례도 종종 있다.>
유명 탤런트·스포츠맨 최근 발병으로 관심
40∼60대뿐 아니라 20대 젊은층에도 나타나
종양 크기·형태·발생 부위따라 증상 천차만별
10명중 절반은 다른 질환 착각해 시기 놓쳐
#뇌종양이란
뇌종양은 말 그대로 두뇌 안에 생긴 혹 덩어리나 비정상적으로 성장하는 세포조직을 말한다.
뇌종양은 크게 뇌 자체에서 시작된 원발성 뇌종양, 인체 내 다른 곳에서 시작된 암이 뇌까지 펴진 경우인 전이성 뇌종양으로 나뉜다.
원발성 뇌종양은 양성 종양 또는 악성 종양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원발성 뇌종양으로 양성 종양인 경우는 자라는 속도도 느리고, 물론 생긴 장소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다 제거하기는 쉬운 편이며 악성종양보다는 재발 확률도 낮다.
하지만 악성종양인 경우 자라는 속도도 빠르고, 종양이 생긴 근처의 뇌세포를 파괴하기도 해 문제다. 하지만 양성종양이라도 다른 종류의 암의 양성종양과는 다르게 생명의 위협이 될 수 있으며 극히 드물게 양성 종양이 악성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소아 뇌종양의 경우 대부분 원발성 뇌종양으로 진단받게 되며, 성인은 폐암, 유방암, 대장암, 피부암 등 다른 암 때문에 전이성 뇌종양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전이성 뇌종양의 치료는 원래 암이 시작된 곳의 암 치료와 크기에 따라 좌우된다.
또한 소아암에서는 뇌종양이 루케미아(leukemia, 백혈병)에 이어 두번째로 걸리기 쉬운 암이다.
미 뇌종양협회(American Brain Tumor Association)에 따르면 올해 뇌종양 환자는 약 4만4,685 건 정도 보고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린이 뇌종양을 소재로 다룬 한국 영화‘안녕 형아’.>
#뇌종양의 분류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원발성 뇌종양은 세포의 타입 또는 뇌 어디에 종양이 생기는가에 따라 분류되는데, 뇌 자체에서 생긴 신경교종(glioma)이 가장 많고 뇌수막종(meningioma), 몸의 호르몬 기능을 담당하는 뇌하수체에서 생긴 뇌하수체 종양, 신경초종 등의 순으로 많다.
전체 뇌종양 중 약 50%가 신경교종. 이중 약60%가 악성으로 분류된다. 숫자상으로는 여성보다는 남성에 많고, 2세 이전과 60대 이후 연령층을 제외하면 거의 비슷한 발생빈도를 보인다. 다만 평균적으로는 40~50대 환자가 가장 많다.
신경교종은 또 성상세포종, 뇌간 신경교종, 상의세포종, 핍지 교종으로 나뉜다. 성상세포종은 뇌의 성상세포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뇌와 척수 중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으며 성인은 대뇌에서 많이 나타나고, 소아나 청소년은 뇌간, 소뇌, 시신경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 또 양성이냐 악성이냐에 따라 양성 성상세포종, 역행성 성상세포종, 다형성 아교모세포종으로 나뉜다.
소아암에서 가장 흔한 암으로 알려진 수모세포종은 소뇌에 생기는 암. 뇌를 둘러싼 3가지 막에서 발생하는 뇌수막종은 느리게 자라는 편이다. 하지만 뇌수막종은 여성이 남성보다 발병이 높은 암으로 40세 이후가 여성에게 발생할 수 있지만 어린이라도 걸릴 수 있다.
신경초종(신경종)은 뇌에서 각 신체부위로 나오는 신경을 둘러싸서 받쳐주는 신경 섬유초 세포(슈반세포)에 생기는 것으로 대부분 뇌나 척수에서 나온 신경이 뼈 속 통로로 들어가는 과정까지 좁은 곳에서 발생하며 청신경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보통 청신경초종이라 하며, 척수에 발생하면 척수신경초종이라 한다.
신체로 나가는 신경 중에는 평형감각과 듣기를 컨트롤 하는 것도 있어 청력이나 평형감각에 이상증세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그 밖에 두개인두종, 생식세포종(배아종) 등이 있다.
#증상
종양의 사이즈, 타입 또한 발생한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 증상은 매우 천차만별이다. 또한 종양이 신경을 압박하거나 종양 부위의 뇌세포를 손상시키면서 다른 부위에 장애나 마비 등을 나타낼 수 있다.
특히 상당수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종양이 어느 정도 커진 후에야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는 것은 환자마다 증상에 차이가 있기 때문. 전문의들에 따르면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이비인후과 진찰을 받았으나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몇 년을 보내고 시력까지 나빠져 마비증상까지 나타난 뒤에야 신경외과에서 종양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또 시력저하로 안과 검사와 치료를 받다가 1년 후 시력을 상실한 후에야 뇌종양 진단을 받는 경우, 정신질환자로 오인 받아 오랜 세월 정신과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나중에야 뇌종양으로 판명되어 수술을 받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환자 10명 중 4~5명은 발병 초기에는 다른 질환으로 착각, 엉뚱한 검사와 치료를 받다가 시기를 놓치는 것이 현실이다. 뇌종양 이상반응은 크게 두개강내 압력 상승으로 인한 증상, 종양 발생위치에 따른 국소증상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뇌압상승으로 인한 증상은 두통, 구역질, 구토, 현기증을 동반한다. 뇌압이 많이 상승했을 때는 의식장애나 혼수상태를 보이며 불규칙한 호흡과 심장박동, 딸꾹질이 나타나기도 한다.
종양의 발생 부위에 따라 언어나 청력, 시력 장애, 걷기나 평형감각 문제, 기분변화,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발작이나 경련, 신경마비 증상으로 팔 다리의 감각이 마비되거나 쏘는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두통에서부터 마비나 발작 등 증상이 나타나난다고 바로 뇌종양으로 진단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증상만으로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는 것은 어렵다. 컴퓨터단층촬영(CT Scan)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 등을 받아야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뇌종양 논란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종격투기 최홍만 선수.>
<얼마전 뇌종양으로 사망한 아역 탤런트 출신 이애정.>
#두통, 어지럼증, 구역질을 자주 하면 뇌종양을 의심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두통과 함께 메스꺼움이나 구토, 현기증 등 다른 증세가 나타나면 뇌종양이나 뇌하수체 등 뇌 기능의 이상이 원인일 수 있다. 물론 가벼운 두통이라고 진통제로 치료하면 자칫 병을 키울 수도 있다. 특히 아침에 심한 두통인 경우 의심해볼 수 있다. 두통이 심하면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장년층 이상의 고령자들에게 나타나는 어지럼증은 주로 뇌종양, 뇌 혈액순환 장애 등 중추성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고령자들이 갑자기 심한 두통과 함께 어지럽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마비되면 지체없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뇌종양일 경우에는 종양이 몸의 운동기능을 좌우하는 부위에 영향을 주어 두통과 함께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난다. 또 젊은 층에서도 뇌종양에 의해 중추성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구토나 구역질이 잦다고 해서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구역감은 잘못된 양치질이나 과도한 음주나 흡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다만 구토물에 쓴 맛이 없고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일 때는 식도협착이나 또는 뇌종양을 의심할 수 있다. 구역질 없이 바로 구토를 한다면 뇌압 상승질환을, 갑자기 심한 구토 증세가 나타난다면 응급수술이 필요할 수 있어 전문의 진찰이 필요하다.
<악성·양성 종양 여부따라 수술·화학요법 선택>
#치료
일단 주치의가 뇌종양을 의심하면 신경외과, 신경 암전문의, 암전문의, 방사선 암 전문의 등 스페셜리스트에게 보내거나 환자가 리퍼를 요구하기도 한다. 환자로서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치료 전에는 세컨드 오피니언(second opinion)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
또한 치료에 임하기 전에 뇌종양이 진단된다면, 어떤 종류인지, 악성인지 양성인지, 증세가 어느 정도인지,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치료시 부작용 등에 관해 의사와 꼼꼼히 상담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치료로는 뇌수술, 뇌신경 수술, 방사선 치료 또는 항암제를 이용한 화학요법, 수술과 다른 치료를 병행하는 복합 치료 등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뇌종양 수술을 받으면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거나 반신불수가 된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물론 뇌종양 때문에 혹은 치료의 부작용으로 안면마비, 반신마비 증세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뇌종양이 그런 것은 아니며, 수술이 필요한 시점에는 수술요법을 받아야 한다.
뇌종양은 치료가 어려운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완쾌된 경우 75%는 양성, 23%는 악성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양성 뇌종양으로 수막종은 5년 생존율이 95%, 뇌하수체 선종도 96% 정도다. 하지만 악성 뇌종양은 아교모세포종이 약7%, 성상세포종 중 악성인 경우 24%, 성상세포종이 61% 정도로 악성 뇌종양은 치료가 어렵다.
#예방법은
뇌종양은 안타깝게도 이렇다할 예방법이 없다. 식생활, 생활습관과 상관성을 찾기 어렵고, 발병원인도 정확하지 않아 예방이 어려운 질병으로 꼽히고 있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조기 진단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편 여성의 발병률이 높은 뇌수막종은 여성호르몬과 관계있다. 여성 뇌하수체 종양의 경우도 생리가 중단되는 증상을 보이므로 생리 중단, 심한 두통 등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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