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수준에 맞추고 눈높이도 낮춰야
지난 노동절 연휴 우리 가족은 채널 아일랜드에 가서 fish & chips를 먹고 왔는데 바로 옆 자리에서 음식을 먹고 간 두 가족의 부모와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되었다. 첫 번째 가족은 6세 정도 되는 남자아이가 지붕 없는 유모차에 탄 갓난아이의 얼굴에 햇살이 비치지 않도록 커다란 타월을 유모차 양쪽 손잡이에 걸어서 막아주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 아이들의 보호자가 어디에 있을까 염려하면서 아이들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때 어떤 여성이 다가와서는 그 아이에게 이 테이블을 다 사용할 거냐고 물어보았다. 아이는 어른의 질문을 이해하였는지는 모르지만 “No”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여성이 그럼 내가 이 쪽 한쪽을 사용해도 될까 재차 물어보는데 아이가 우물쭈물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 엄마가 나타나서는 우리가 이 테이블을 다 사용한다고 말했다.
튀긴 스캘롭을 먹느라 정신을 팔고 있는 중에 금방 또 다른 가족이 그 테이블을 차지했는데 역시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왔었다. 7세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에게 엄마가 차에 같이 가서 감자 칩과 음료수를 가지고 오자고 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휭 하니 먼저 걸어갔다. 아이도 자리에서 일어나 엄마를 쫓아 나서는데 마침 아빠처럼 보이는 사람이 음식을 잔뜩 쟁반에 담아서 오다가 아이에게 “Gabriel! You can‘t go there!” 하면서 앞을 가로 막아섰다. 아이 표정이 금방 굳어져서 “Why?” 하면서 팔짱을 끼고 아빠를 빤히 보았다. 그 아이는 아빠의 행동이 이해할 수 없다는 것과 또 저지당한 것으로 인하여 화가 난 모습을 얼굴표정의 경직과 몸짓에서 읽을 수 있었다. 아빠는 그 말만 하고는 아이에게 더 이상 아무런 설명이 없었는데 일행 중의 다른 남자가 “You have to listen to him.” 하면서 아이를 나무랐다. 그때 엄마가 금방 다시 돌아와서는 아이 손을 낚아채듯이 데리고 갔다.
이들 두 가정 어른들의 행동을 보면서 아이들의 정서기능을 향상시키는 부모기술을 생각해 보았다. 유모차 아이의 경우 비록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지만 아이들에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아동 방치이다. 낯선 어른이 와서 테이블을 사용해도 되겠느냐고 물었을 때 이 아이는 두려웠을 것이다. 이런 결정을 스스로 내릴 능력이 없는 아이에게 이런 질문을 한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에게 이런 상황을 만들어준 엄마에게 책임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왔다면 잘못되었음을 말하고, 이런 상황에서 어떤 기분이었는지 물어보고, 그 기분을 수용해 주고, 다음에 또 잘 모르는 일을 누군가가 물어오면 어떻게 대처하여야 하는지 아이에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 그랬을 때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경험한 모든 것들이 중요한 배움의 경험으로 남고 심리적인 불안감 대신에 자신감으로 정서기억 속에 자리하게 된다.
두 번째 가정의 아빠는 아이가 엄마 말을 듣고 가고자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면 그 “Why?” 질문에 설명을 해주고 아빠에게 제지당한 기분이 어땠는지 물어준다. “혼자 자리를 떠는 일은 위험하기에 가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엄마가 가자고 한 것을 몰랐다. 아빠가 가로막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니?” 그러나 아무 설명도 없이 그 일은 그냥 넘어갔다. 이런 아이들은 장차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슷한 부당한 일을 당해도 그냥 넘어간다. 또 어른처럼 설명할 능력이 없는 아이는 분하고 억울한 기분은 가득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여서 처리하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그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 올바른 감정처리법을 부모를 통하여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올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감정을 표출하게 된다. 부모기술 전문가라면 자녀의 시각에서 상황을 바라볼 줄 아는 눈높이 조절능력이 필요하다. 감정능력, 인지능력, 문제해결 능력 등 모든 행동기능을 아이 수준에 맞추어서 가르쳐야 하기에 말이다. 바로 이런 부모기술이 자녀의 성품을 올바르게 자라도록 만든다.(213)234-8268
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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