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사고나 치지 않을까 걱정 된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한 한국 내 신문의 논평이다. 다음달 2일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다. 그 북한 방문 중 노 대통령이 보일 행보와 관련해 내보이고 있는 우려다.
아직 의제가 확정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들리는 얘기로는 평화체제,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대대적인 경제원조 등이 주 의제가 될 것이라고 한다. 거기다가 김일성-정일 부자를 찬양하는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을 김정일과 나란히 앉아 관람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하나가 폭발성의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때문에 노 대통령의 평소 튀는 발언에, 또 역발상의 행동거지와 관련해 사고나 치지 않을지 걱정이라는 거다.
사고나 치지 않을까. 두 주가 지나도록 계속 이어지는 북한-시리아 커넥션 관련 보도를 대하면서 슬며시 드는 생각이다. 엉뚱한 비약인지 모른지만.
하여튼 쾌도난마식이다. 모든 걸 다 안다는 듯이. 북한-시리아 커넥션과 관련된 한국의 자세다. 안보가 걸린 문제를 그런 식으로 대해도 좋은 것인지….
한국은 신정아 스캔들로 지고 새고 있었다. 미국은 이라크사태 진실을 둘러싼 공방에 여념이 없었고. 그 때, 그러니까 2007년 9월6일 일단의 이스라엘 전폭기들이 소리 없이 시리아영공을 침투했다. 타겟은 북부 시리아의 모처. 폭격을 감행한 것이다.
그 사실만 알려졌다. 진상은 아직도 베일에 싸여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한 곳으로 모아진다. 시리아가 북한의 도움을 받아 핵에 손대고 있었고 그 시설을 이스라엘 전폭기가 파괴했다는 것이다.
그 보도의 타이밍이 그런데 절묘하다.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미국 등 북한 핵시설 불능화 실무팀이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시점이다. 그래서인가. 당장 제기된 게 음모설이다.
6자회담 재개에 회의적이다. 아니, 반대다. 미국의 네오콘의 입장이다. 그 네오콘이 이스라엘과 합작을 해 6자회담 재개를 방해하고 나섰다는 거다. 공식적인 언급은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를 비롯해 한국 사회 전반에서 보이고 있는 시각 같다.
미 주류 언론과 네오콘, 그리고 유대계 로비의 삼각구도가 새삼 들먹여진다. 그러면서 북한-시리아 커넥션을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다. 그 뉴스를 매일 같이 보도하고 있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릿 저널 등 미국의 유수 신문들은 죄다 특종에 눈이 멀어 음모세력의 언론 플레이에 놀아나고 있다는 식의 지적과 함께.
딴은 그럴듯하게도 들린다. 김정일 체제에 대한 부시의 입장 변화에 공화당 내 강경파들이 실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언론을 그렇게 모두 저능아 취급을 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과의 합작’설도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그런 마당에 네오콘의 사주를 받고 시리아 공습에 나선다. 도무지 상식에 닿지 않는 이야기다.
이스라엘로서는 전쟁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안보상 중차대한 문제가 생겼다는 판단과 함께 공습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지적으로, 이스라엘은 6개월 전부터 정보를 추적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여름 구체적 정보를 부시 대통령과 공유했고 또 미국 측의 정보 확인 작업을 거쳐 마침내 공습에 나섰다는 보도다.
부시를 비롯한 미 정부 고위당국자들의 발언도 여간 신중한 게 아니다. 북한체제 본질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 라이스 국무의 지적이다. 북한의 핵확산을 처음부터 우려해 왔다는 말이다. 북한이 6자회담의 성공을 원한다면 무기 확산을 해서는 안 된다. 부시의 발언으로, 6자회담에서 북한-시리아 커넥션 등 북한의 무기 확산 문제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안보에는 1%의 허점이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북한-시리아 커넥션은 아직까지는 ‘설’(說)이다. 그러나 그 설이 부분적으로만 사실로 입증될 경우에도 한반도 전체가 중동발 변수로 전화에 휩싸일 수 있다.
북한 핵확산이 사실이라면 이는 핵확산 방지를 위해 미 행정부가 설정한 레드라인을 어긴 결과가 되는 것이다. 그 경우 미국의 무력제재를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미국이 무엇보다 꺼리는 건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불량국가에 핵이 확산되는 사태다.
북한-시리아 커넥션은 이 모든 요소를 지니고 있다. 때문에 자칫 중동발 전화에 말려들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정말이지 사고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좀처럼 떨쳐지지 않는 생각이다.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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