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는 옷을 벗어 출세했다. 고졸 학력인 신정아가 동국대학 교수, 예술 대전인 광주 비엔날레 감독, 대형 전시회를 이끌어낸 큐레이터로 인정을 받았으니 그의 수완이 놀랍기만 하다. 한국에서 이곳 LA까지 날아온 신정아 학력위조사건은 이제 학력 위조를 뛰어넘어 추잡한 정치섹스스캔들로 확대됐다. 얼마전 한국의 문화일보가 신정아의 것이라며 신문에 게재한 누드사진까지 게재했다가 지나친 선정주의라며 여성계와 문화계의 뭇매를 맞았다.
한국의 검찰은 딸같은 23세 연하의 신정아와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가며 뒤를 봐줬다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사법처리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검찰은 신정아의 이메일을 복원해 두사람이 주고받은 낯 뜨거운 연서를 찾아내며 둘의 불륜관계를 규명하는 개가(?)를 올렸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변씨의 신정아 봐주기에 불법 행위 혐의를 포착했다며 뒤를 캐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한국 언론들도 앞다퉈 보도한다. 나이를 뛰어넘은 신정아-변양균 불륜을 정치 스캔들로 몰아가며 몽통 찾기에 집중한다. 검찰이 낸 구속영장을 법원이‘사생활’이라며 기각하자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막판 노무현 정부를 권력형 비리 정권으로 묶으려는 인상이 짙다.
2000년작 ‘컨텐더’는 정치인의 섹스스캔들을 다룬 영화다. 대통령은 유고로 자리가 빈 부통령에 여성 상원의원을 지명한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동안 여성 차별주의자 법사위원장은 대학시절 섹스파티를 들쳐 내며 온갖 인신공격성 질문을 퍼 붓는다. 이 여성상원의원은 사생활일 뿐이라며 스캔들에 대해 일체 부정도 시인도 하지 않는다. 영화는 시시비비를 가리기 보다는 정치꾼들의 정치 놀음에 ‘황색 저널리즘’에 빠져 선정성만을 앞세우는 언론의 장삿속도 꼬집는다.
요즘 한국 TV를 보면 불륜과 이혼이 판친다. ‘내남자의 여자’라는 드라마는 대놓고 바람피우는 남편의 여자와 맞대결을 하며 남편 지키기에 열을 올린다. 십여년 전에는 어림도 없는 소재였다. 한국이 그만큼 성이나 사회 문제에 대해 개방적이 됐다고 해석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서는 요즘 애인 없는 유부녀는 왕따 당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불륜이 판치고, 그것도 공중파 TV를 통해 거리낌없이 방영된다. 물론 미국에도 불륜을 담은 드라마는 많다. ABC방송을 타는 ‘위기의 주부들’이 무료한 주부들의 거침없는 연애 이야기로 뒤범벅되기는 한다.
한국 일간지들이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자세히 살펴보면 곳곳에 낯뜨거운 장면을 담은 사진이나 글들이 수두룩하게 실려 있다. 음란사이트와도 연결돼 있어 성인임을 증명 하면 언제라도 야한 내용의 그림과 동영상을 실컷 감상할 수 있게 돼 있다. 미국의 일간지 웹사이트에는 아무리 뒤져봐도 음란사이트를 찾아볼 수 없다. 야한 사진도 기껏해야 패션쇼 정도에 그친다. 음란에 물든 요즘 한국인들의 정서가 어떤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 언론이나 미디어가 사회 문제를 야기 시키는 장본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유심히 보면 깡패가 멋있는 ‘의적’으로 등장하곤 한다. 어쩔 수 없이 깡패가 됐는데 주먹을 쓰면서도 의리를 강조하고 불의에 분연히 일어나 악당들을 무찌른다.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며 통쾌한 기분을 준다.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것을 본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은 깡패를 세상을 멋지게 살아가는 인생으로 잘못 오해할 수 있다. 깡패는 깡패다. 무슨 의리가 있고 정의가 있다고 미화까지 시켜가는지 모르겠다.
드라마에서는 술 마시는 장면이 넘쳐난다. 화가 나면 남자고 여자고 소주병을 끼고 술을 마셔댄다. 거의 모든 드라마에서 매일 술을 마시는 장면이 여과 없이 등장한다. 한국식의 독특한 술 권하는 문화라지만 정도가 지나치다.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 르윈스키의 ‘부적절한 관계’로 미국이 들끓었다. 그래도 지금의 신정아-변양균 사태에는 미치지 못했다. 미디어가 나서서 불륜 부추기는 한국 사회가 낳은 한국판 양귀비 사건이다.
김정섭 부국장 대우 사회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