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Bear Bite로
탓셴쉬니 쉬니-알섹 강을 따라
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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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여섯시가 되니 “커-피-“ 하며 기상 나팔을 분다. 아침 커피가 준비됐다는 소리다. 당일 출발 전까지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하지만, 화장실 업무가 최우선이었다. 그리고는 세면인데, 출발 전 부터 “만약 수염을 두 주간 안 깎으면 어떻게 보일까 ?” 하는 호기심도 가졌었지만, 매일 면도를 하기로 했었다. 수염이 중동 사람처럼 짙게 자라지도 않는데 길러봤자 고양이 수염일테니 부지런히 강가에서 깎았다.
슬리핑 백, 패드 하며 텐트까지 모두 접어서 처음처럼 짐을 챙겼다. 그리고는 아침을 먹은 후, 짐을 모두 보트 옆으로 갖다 놨다. 보트에 짐을 싣고 줄로 매는 순서가 있기 때문에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비는 그쳤지만 강 표면과 먼 산의 만년설의 증발로, 항상 구름이 끼어 있었다. 구름 한점 없는 날이란 한낱 소원에 불과했었다.
잠시 둘러 앉아 Tom의 틀링기트 인디언의 역사 강의를 들었다. 앨라스카의 인디언들은 대륙의 카지노를 운영하는 인디언들과는 다르게 자신들의 수산업을 경영한다고 했다. 주식 시장에 상장된 기업도 있다고 했다. 앨라스카에서 판매되는 연어 (Salmon)는 야생으로 개인이 사육해서 파는 것과는 질과 맛이 다르다고 했다.
짐을 모두 싣고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누가 지었는지 사람도 없는 곳에 이름을 다 지어 놓았다. 오늘 밤에 텐트를 칠 곳은 약 25마일 떨어진 베어 바이트라는 곳이다. 즉 25마일을 노를 저어 내려 가야 했다. 어저께 내린 비로 강물은 불어 있었다. 강이 깊어지니 노를 저어 내려 가기엔 한결 쉬웠다.
조금 내려 가자니 독수리 한쌍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다. 보트가 움직이므로 항상 샷터 속도는 250분의 1초 이상으로 빠르게 두고 찍었다. 강을 타고 가다 볼거리라도 생기면 보트를 그쪽으로 돌렸다. 조금 더 내려 가자니, 비버 (beaver)들이 저질러 놓은 나무를 갉아 놓은 자국들이 보였다. 비버는 서생원의 일종이라 이빨이 자란다. 그래서 밤이되면 나무 둥치에다 이빨을 갈기 때문에 나무가 쓰러지게 된다. 이들은 밤에 나와 이 짓을 하기 때문에 독수리에게 발각되지 않는다. 때로는 독수리들의 둥지가 나무와 함께 쓰러질 때도 있다.
구시월이 되면, 산란기를 맞아 연어들이 본격적으로 강 상류를 향해 가기 때문에 이 지역으로 독수리들이 본격적으로 몰려든다. 그 때엔 강물도 줄어서 고무 보트 마저도 타고 내려갈 수가 없다. 용맹을 떨치던 독수리들이 늙어 죽을 때, 강에라도 떨어지면 고기들의 밥이 되니 돌고 도는 생이라고나 할까…
항상 구름이 있어 맑은 하늘보다는 사진이 드라매틱해서 좋았다. 때때로 구름 사이로 해가 나와 조명이라도 할 때면, 샷터를 마구 클릭클릭했다. 보트는 유콘 지역을 벗어나 다시 브리티쉬 컬럼비아로 들어왔다. 모기들도 이 경계선을 넘어 따라왔다. 가다가 배고파서 배를 세워 점심 식사를 했다. 어렵게 차리는 식사보다는 김치 컵 라면이 더 좋을 듯 했다. 또한, 이미 시간 감각을 잃은 지 오래였다.
그리고는 또 출발이었다. 그 다음엔 캠프 파이어를 위해 나무 수집 스톱이었다. 모두 내려 마른 가지 젖은 가지 할 것 없이 모았다. 모두들 한마디 이야기도 않고 열심히 나뭇가지들을 줏어 모았다. 지역 사회 봉사를 해보면, 이들은 봉사 시간엔 불필요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 미국의 시간급을 잘 나타낸다고나 할까. “시간당 얼마”하면 농담이나 잡담하는 한시간이 아니라 일하는 한 시간을 말한다.
패트릭은 몸무게가 300 파운드 되는 녀석인데, 허리 아프다며 빠졌다. 왕따를 달리 당하는 게 아닌 듯 싶었다. 코를 심하게 곤다면, 제일 먼저 체중을 줄여야한다. 체중을 줄이면 혈압이니 당이니 콜레스테롤이니 하는 성인병 요인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사진 장비들을 들고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체력 증가와 아울러 체내에 쌓인 에너지를 태운다. 사실 십여년간 복용하던 혈압약을 끊은지도 삼년이 되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러한 성인병 예방약은 한번 복용하기 시작하면 끝까지 간다고 하지만, 이 카메라가 약을 끊었다.
저녁이 되어 베어 바이트라는 곳에 잠자리를 펴기로 했다. 모두들 지쳤는지 가지고 온 술들을 한 모금씩 했다. 이날 밤, 패트릭은 아주 멀리 깊은 곳에다 텐트를 쳤다. 내일은 이곳에서 하루를 쉰다. 정수제를 탄 물의 맛은 아주 이상했다. 다른 사람은 정수제를 전혀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컴퓨터 위로는 Kodak Professional Service가 보내준 2007년도 캘런더가 걸려있다. 구월이 되어서 한장 넘기니 바로 벨기에의 브루지에서 네덜랜드의 슬루이스까지 가는 Damse Vaart라는 강에 나란히 있는 Damme Belgium Poplar 나무들의 사진이 나왔다.
이 사진을 보는 순간 브루지에서 아들과 자전거를 빌려타고 Damme 을 지나 이 강변을 달리던 그 기억에 지난 회에선 브루지를, 이번 회에선 슬루이스 (Sleus라고도 쓴다) 가는 길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길은 편도 약 10마일로 길이 대형 관광 버스가 다니기엔 조금 좁은 듯하고, Rick Steves가 자전거 여행을 권하는 곳이기도 하다. 끝없이 가지런히 있는 이 포플라 나무들이 한적한 이곳의 낭만과 여유를 보여주는 듯 했다. 오래도록 안타던 자전거라 아들이 가다가 기다리곤 했었다. 아버지 학교도 중요하지만, 부모가 자녀들과 직접 무엇을 함께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았다. 사진 예술에는 전혀 관심을 안보이던 아들이 근래엔 카메라와 렌즈를 자신의 돈으로 하나 사서는, 아버지와 가까와지겠다고 전화로 귀찮도록 묻는다.
가는 길에 아기자기한 것들을 많이 본다. 이상한 조각상하며, 유럽 농촌의 풍경이 위스콘신 주의 한 전원 풍경이라고나 할까, “빨리 빨리”라는 단어가 전혀 필요없는 곳이었다. 마구잡이로 한인 관광객들의 양적인 욕구를 채우는 관광이 아니라, 내 기분 내키는대로 나의 일정에 따라 천천히 타는 이 자전거 여행은 휴가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도록 깨우쳐 주는 것 같았다. 한 카페에 들렀을 때에는 모두들 처음 보는 동양인인지 관심있는 눈초리를 보냈다. 사실, 대도시에서는 많은 소수 민족들을 대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외국인들의 어색한 액센트에도 익숙해 있지만, 시골 사람들은 소수 민족을 대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자신의 영어 발음이 어떤지 알고 싶으면, 아이다호나 몬태나 주 산골의 농부들과 대화해볼 수 있겠다.
이 강을 따라 네덜랜드 국경을 넘으면 국경 도시 슬루이스이다. 듣던대로 이곳은 자유 개방 국가라 섹스 산업화가 된 곳이라 극장 뿐만 아니라 이상한 가게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사진을 찍으니 아들이 왜 그런 사진을 찍느냐고 핀잔을 준다. 기록을 위해서 훗날 쓰일 때가 있을 거라고 답했었는데, 오늘 이렇게 쓰인다.
점심 식사를 하러 어느 레스토랑의 길거리 쪽 좌석에 앉아서 메뉴를 보고 있으려니 눈 앞이 캄캄했다. 영어로 쓰여 있지 않으니, 무슨 말인지 알 길이 전혀 없었다. 어릴 때, 외교관이 되고 싶어 영어, 일어 및 독어를 공부했었는데 어느 하나 통하질 않는 것 같았다. 에라 모르겠다 하며 혹시 영어로 된 메뉴가 없느냐고 물었더니 무엇을 원하느냐고 영어로 되묻는다. 쉽게 샌드위치라고 했더니 미국처럼 무슨 샌드위치냐, 무엇을 얹어줄까 하고 묻지도 않고 그냥 샌드위치 하나를 갖다준다. 끼니를 떼웠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동네를 다니다 다시 브루지로 향했다.
방문 안내:
(1) 일단 브루지에 도착하면 길 찾기는 쉽다.
(2) 다행히 영어는 쉽게 통할 수 있다.
(3) Google.com 에서 지도를 다운 받든지, Rick Steves의“Europe through the Backdoor”라는 책을 참고하기 바란다.
(4) 한적한 길이라 자전거 헬멧은 빌리지 않았다. 개인의 결정에 달렸다.
(5) 간식이나 음료수를 준비해서 가면, 천천히 낭만적인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사진 촬영 안내:
(1)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관찰력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예사로 지나치면 소재를 찾기 힘들어 진다.
(2) 소재를 찾았으면 생각을 정리해서 간단하게 구도를 짤 것.
(3) 자기 자신이 벽에 걸어 놓고 매일 심취될 수 있는 소재를 찾을 것.
(4) C-PL과 G-ND (2-stop) 필터가 있으면 좋다.
(5) 자전거 타는 자기 자신의 “증명 사진”도 마련해 두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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