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일성이 일으킨 6.25 한국전쟁으로 대한민국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 UN군은 1950년 9월 15일 역사적인 인천 상륙작전을 감행했다. 한국전쟁에서 UN군과 한국군을 총지휘한 맥아더 장군은 전선을 처음 시찰했던 6월 29일 이미 인천 상륙작전을 구상했다고 한다.
태평양 전쟁 중 상륙작전의 대가로 명성을 떨친 그는 북한 인민군의 거칠 것 없는 진격에 일격을 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적 배후에 상륙작전을 감행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적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전선 곳곳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이 적의 배후를 칠 생각을 한 것은 맥아더 장군 아니면 상상도 못할 것이다.
그런데 인천을 상륙지점으로 선택하는데 대하여 미 합동 참모본부는 물론 해군과 해병대 측은 강력하게 반대했다. 인천은 자연적 조건이 대규모 상륙작전을 하기에는 대단히 부적절한 곳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첫째, 간만의 차가 매우 심하다. 둘째, 인천항은 대규모 상륙함대가 집결하기에는 너무 협소할 뿐만 아니라 항구에 이르는 해상 접근로가 제한되어 있다. 셋째, 상륙해안의 높은 암벽을 오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아더 UN군 총사령관은 인천 상륙작전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심지어 미 육군참모총장과 해군 참모총장이 본토에서 날아와 맥아더 장군을 면접하고 만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맥아더 장군은 그들에게 여러 사람이 반대하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인천을 선택했다고 했다. 기습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상륙작전의 해군 사령관은 2차 대전 중 태평양상에 있는 수많은 섬들을 성공적으로 상륙시킨 상륙작전의 명장 해군 소장 도일이 작전 임무를 맡았다. 12일부터 함재기에 의한 서해안 일대 폭격, 13일부터는 인천 함포 사격이 개시됐다. 14일에는 적을 기만하기 위해 동해안의 영덕과 서해안의 군산을 소규모로 상륙작전을 전개했다. 15일 새벽 06시35분 제10군단이 월미도에 상륙 28분 만에 점령하였고 17시30분에 인천항에 상륙한 주역부대도 순식간에 인천을 점령하고 수도 서울을 향해 맹렬히 진격했다.
북한의 김일성은 UN군의 인천상륙이 있자 소위 민족 보위상 최용건을 서울 방위 사령관으로 임명하고 2만 명의 병력으로 최후 저항을 시도했으나 패주하고 말았다. 귀신도 잡는 한국 해병이 꿈에도 그리던 태극기를 중앙청 청사에 게양했다. 상륙전 15일 만에 잃었던 38선 이남 국토를 모두 탈환했다. 반면에 북한 인민군은 사기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져 전선이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10만 여명의 병력을 잃고 3만 여명의 패잔병이 북으로 도주했다.
맥아더 장군의 걸작품인 인천 상륙작전은 전쟁사에서 고대 그리스를 통일시킨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왕이 창안한 ‘망치와 모루’(Hammer & Anvil)의 원리를 적용한 것이었다. 즉 낙동강에서부터 정면 공격에 의한 반격은 엄청난 손실이 따르므로 인천에 상륙해 모루를 만들고 낙동강에서부터 망치를 휘둘러 독 안에 든 쥐처럼 그 속에 있는 적을 섬멸하는 작전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9.28 수복의 감격을 되새길 수 있는 태극기 게양의 재연 광경도 볼 수 없게 되어 아쉽다. 더 놀랄 일은 맥아더 동상마저 철거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1986년 5월 서 베를린을 방문했을 때 소감의 일부를 소개한다. 독일 연방공화국이 동서로 분단되었을 당시 자유진영의 서 베를린 지역에 2차 대전시 동 유럽에서 전사한 소련군의 묘지와 위령비가 건립되어 있는 것을 서독이 잘 보존해주고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소련군 보초가 2시간마다 교대식을 하는데 무릎을 굽히지 않고 수평으로 다리를 올리며 절도 있는 보행이 신기했다. 냉전시대 유일무이하게 소련군을 육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창구가 되어 자유진영의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엄청난 관광 자원이 되었다. 독일 국민은 이제는 적국이 된 소련군의 유해도 보존해 역사를 가르치는데 한국민은 나라를 구해준 은인의 흔적마저 없애려 한다면 말이 되는가. 9.28을 맞아 맥아더 장군을 생각한다.
박종식 / 예비역 육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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