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증… 15%가 우울증 진단
성인으로 간주돼 ‘프라이버시 보호’
학교측이 가족들에 알리지 못해
학생 스스로도 부모의 질책·실망 염려
도움 구하지 못한채 우울증·알콜·마약에
우울증, 조울증(양극성 장애, bipolar disorder), 조증(manic), 자폐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대학보건협회(American College Health Assn.) 2006년 통계에 따르면 미 대학생 중 15%가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2005년의 5%에 비하면 1년새 무려 3배나 증가한 수치다. 또 2004년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약 50% 정도가 전년도 학기동안 우울증을 심하게 느껴 1회 이상 수업이나 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대학생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인 ‘제드 파운데이션’(Jed Foundation)에서는 매년 약 1,100명의 대학생이 자살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살충동을 느끼는 것도 흔하다. AC HA의 2005년도 설문조사에서는 여대생의 11%, 남자는 9%나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이같이 대학생의 정신질환이 대학생의 경우 성인으로 간주돼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법과 맞물려 가족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한인 가정의 경우 부모가 자녀의 병을 부정하거나 잘못 인식하는 경우도 있으며, 자녀 역시 부모에게 자신이 겪고 있는 정신질환을 알렸을 경우 부모의 이해나 관심보다는 질타를 받을 것을 걱정하기 때문에 치료가 더욱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선택적 무언증’(Selective Mutism)으로 알려진 불안장애를 진단받았다는 버지니아텍 조승희 사건은 극히 드문 케이스지만 우울증이나 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이 심하면 자살, 살인, 강간, 폭행 등 예기치 했던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다.
우울증, 조울증 등 대학생들에게 흔한 정신질환을 알아보고, 가족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 대학생들이 겪을 수 있는 정신질환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흔히 ‘정신병’(Mental Illness) 하면 단순히 ‘미쳤다’ 혹은, ‘정신장애’를 생각하기 쉽지만 인지 장애, 기분 장애, 불안 장애, 정신 장애, 행동 장애, 발달 장애, 중독 등 광범위하게 나눌 수 있다. 정신질환으로 진단되려면 환자의 상태가 생활이 힘든 지경에 이를 정도로 고통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거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또한 심리학적, 사회적, 대인관계 및 생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종합하게 된다. 우울, 스트레스, 조증 , 불안 등 증세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방해하거나 일상생활, 가족과의 관계, 학교생활 등에서 심각한 트러블이나 피해망상증 등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대학생들이 겪을 수 있는 정신질환에는 알콜 중독,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 자폐증, 조울증, 경계성 인격 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우울증, 마약 중독, 거식증이나 폭식증 같은 섭식 장애, 강박장애(Obsessive-compulsive disorder), 마약 중독, 불안장애, 공포 장애, 정신분열증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울증과 조울증이다. 사실 생활에 불편함을 주지 않는 정도의 우울증이나 불안증은 누구나 갖고 있을 수 있다. 우울한 기분을 느꼈다고 해서 바로 우울증으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증상이 넘치면 병이 된다.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은 발병 확률이 성인 6명당 한 명 꼴로 매우 높은 편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2배나 더 높다.또한 조울증은 우울증보다 자살확률이 2.5배나 더 높으며, 우울증보다 덜 알려져 있어 문제다. 조울증은 우울한 증상만 오는 우울증에 비해 흥분상태나 과도하게 기분 좋은 상태와 우울상태가 반복되는 특성이 있다. 우울증과 조증이 반복되며 환자에 따라 우울증 없이 조증만 나타내기도 한다. 특히 조울증은 우울증에 비해 청소년기에 발생할 확률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대학생 우울증이나 조울증 등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부모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자책감, 청소년기를 지나 새로운 대학생활에의 적응 실패, 성적 비관, 실패나 좌절이 나타나는 상황의 반복, 자신감 결여,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부모의 경제적 불안, 대인관계 실패,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 악화 등 원인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프라이버시가 우선인가, 치료가 우선인가
‘정신질환 학생 처리’ 개선 필요
치료받은 학생들에 대한
퇴학 등 불이익도 없어야
■ 학생 프라이버시 보호법이 문제
UC계열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한인 김모양(20)은 우울증으로 학교 카운슬러를 만나고 있는 중이다. 김양은 “학교에서 부모에게 직접 내 병증이나 상황에 대해 알린다면 절대 카운슬링을 받으러 가지 않을 것”이라며 “부모가 알게 되면 완벽한 딸로 알고 있는 부모의 기대를 꺾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대학생 숫자 및 자살률도 증가하면서 미국 내 대학당국이나 정신질환 전문가들은 학생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지 아니면 아픈 학생을 어떻게든 도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1974년 통과된 ‘FERPA(Family Educational Rights and Privacy Act)’법에 의해 학교 당국은 학생이 요구하는 프라이버시를 지킬 의무가 있다. 따라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도 학생이 원하지 않으면 가족이나 해당교수에게 알릴 수 없다.
사실 각 대학교들이 FERPA 법에 의해 학생이나 학생의 의료 관련 정보보호를 엄격히 지키고 있다는 것에 생소하게 여기는 학부모들도 많다. 하지만 응급상황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대학에서도 부모에게 알릴 수 있는 예외 적용을 할 수 있지만 혹 발생할 수 있는 소송문제 때문에 실제로는 대학에서는 예외없이 FERPA 법을 준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예로 지난 2000년 MIT 기숙사에서 우울증으로 사망한 한 한인 여학생의 케이스에서도 부모는 학교가 딸의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며 이런 비슷한 예로 법적인 소송을 당하는 대학들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최근 펜실베니아 주 공화당 소속 팀 머피 하원의원은FERPA법을 개선한 법안(‘Mental Health Security for America’s Famillies in Education Act’)을 상정했다. 라이선스를 소지하고 있는 정신건강 전문가가 환자인 학생이 자살할 위험이 있거나 타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판단되면 학교에서 그 해당학생의 가족에게 알릴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정신과적 문제로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어야하는 것도 지적되는 대목이다. 정신과 질환을 받은 학생을 학교 측에서 퇴학 처리하는 사례도 만만치 않게 보고되고 있는 것. 때문에 학교 복귀를 놓고 다시 소송문제로까지 비화되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혹시라도 퇴학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겪게 될까봐 학교에서 제공하는 카운슬링의 비용이 대부분 무료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병증을 숨기는 사례도 많다. ‘제드 파운데이션’에 따르면 자살을 시도한 대학생의 80%나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정신건강 카운슬링 센터에서 도움을 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부모와 학교 모두 도와야
최근 새학기가 시작된 여러 대학에서는 대학생활 시작하기, 대학생활에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법 등 다양한 세미나와 카운슬링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문화적 배경이나 언어, 정체성 문제 등을 겪는 한인 이민자 가정의 경우 부모의 관심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자녀의 기분이 불안정하거나, 의미 없는 것에 몰두하거나, 화를 잘 내거나, 반항적, 싸우려고 한다거나, 평소 하던 일에 흥미를 잃거나, 체중 급증 또는 급격한 체중 감소, 섭식 장애, 불면증,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가 나빠지는 등 자녀가 보내는 신호를 체크해 보아야 한다.
한인타운의 한 전문가는 “문제는 한인 부모의 경우 자녀의 병증을 창피해 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다”라며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임을 명심하고 자녀에 대한 기대를 바꾸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함께 카운슬링을 다니거나 서포트 그룹에 참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정신질환 치료 정보 및 도움 얻을 수 있는 곳
-미 대학 보건 협회 (410)859-1500 www.acha.org
-미 우울증 및 조울증 협회
(800)826-3632 www.ndmda.org
-미 정신질환자 연맹 (800)950-6264 www.nami.org
-미 정신과 협회 (800)228 1114 www.nmha.org
-국립정신 보건원 (866)615-6464 www.nimh.nih.gov
-바젤론 센터 (202)467-5730 www.bazelon.org.
-액티브 마인드 (202)719-1177
www.activemindsoncampus.org
-우울증 가족 인식 협회 (781)890-0220
www.familyaware.org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서는 대학 클럽활동 등 사회활동을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학생활에서 스트레스 줄이려면
-긴장을 완화하고 편안하게 지낸다. 명상이나 심호흡, 음악, 요가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금연. 니코틴은 스트레스 레벨을 더 높인다.
-커피와 알콜도 자제한다. 카페인은 흥분제이며 알코올은 오히려 더 우울해하게 만들 수 있다.
-건강하게 규칙적으로 식사한다. 유제품,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 과일과 야채, 홀그레인 등 균형있게 식사한다. 당이 높은 음식은 피하고 현미 등 복합 탄수화물 음식을 고른다.
-운동한다. 수영, 뛰기, 조깅, 요가, 자전거 등 체내 엔돌핀을 끌어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잘 잔다. 하루 평균 8시간은 숙면을 취한다.
-뭐든지 적당할 줄 알아야 한다. 모든 활동에 지나치게 의미부여를 하거나 너무 빠지지 않는다.
-건강하지 못한 생각은 중단한다. 부정적인 생각은 불안의 원인이 되며 스트레스가 된다.
-사회활동을 활발히 한다. 사회적 관계는 기분을 북돋워주고,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된다. 교회 그룹이나 로컬 YMCA, 커뮤니티 센터,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비영리 단체, 서포트 그룹 등 다양하게 사회활동을 늘려본다. 클럽에 들어가는 것도 좋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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