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변명 - 김우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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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하고도 샌프란시스코 시 근교다. 맑은 공기, 맑은 물. 더 없이 따사로운 햇살. 살 맛을 더해 준다. 넓은 땅. 민둥산은 민둥산대로, 울창한 숲은 숲 그냥 그대로 부럽다. 땀 흘린 만큼 자리잡을 수 있어 좋고, 마음놓고 챙길 수 있는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있어 좋았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나고, 이웃들과 어울리다 보니 또 다른 것이 눈에 띈다. 법(法)이 살아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만 해도 130여 인종이 모여 산다. 다른 언어, 풍속, 문화를 지닌 이웃들이 ‘미국 속으로 녹아드는 것’을 보게 된다. 모두가 법만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미국의 이익에 대한 ‘한 목소리’도 별나다. 어찌보면 “국가”라는 무거움이 아니다. 그저 내 이익을 지키겠다는 투다. 여야가 없다. 테러와의 전쟁, 이라크 전쟁을 두고 입으로 싸울 때 보면 확연히 갈린다. 그러나 대통령의 뜻은 투표에서 살아난다. 더욱 더 부러운 것은 “미합중국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대통령 개인을 놓고서는 못할 말이 없다. 코미디언의 놀림감이다. 그러나 “미합중국 대통령”을 두고서는 그게 아니다. 상하 양원 합동회의장을 들어서는 대통령. 의원들 모두가 ‘기립박수’로 맞는다. 연설 중간 중간에 또 기립박수로 격려와 지지를 보낸다. 정말 보기 좋았다. 스스로 품격을 지키는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다. 법치 선진국을 지키는 대통령의 품위와 권위, 정말 당당하다.
서울은 어떠한가. 박통, 전통 때까지는 무서워 설설 길 때다. 끌려 가면 뼛골이 성하질 못했을 때는 말 할 것 없다. 그 뒤만 따져 보자. 민주화 기운이 싹 트기는 노태우 전 대통령 때부터다. 북방외교의 틀을 다진 것만으로도 대접해 줄 만하건만 그게 아니다. ‘물태우’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어떤가. ”나라 망친 무식꾼”이란다. 그러나 “부산 영샘이”가 아니었다면 그 누가 ‘정치군인세력 하나회’의 뿌리를 뽑았을 것인가. ‘문민’이라는 낱말을 살려 냈다. 비록 ‘소통령’을 양육한 잘못이 있다 해도 매질이 너무 가혹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르면 입은 더 험해진다. 옮기기가 민망할 정도다. 민주화와 한반도 통일을 위해 바친 삶도 거부된다. 호남의 천 년 한(恨)을 풀며 이룩한 6.15 남북 정상회담도, 호남의 영남 대통령 시대를 연 공로도 짓밟힌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그래도 약과다.
진보좌파 대통령인 탓인가. 지난 4년 반 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말과 행적과 그를 두고 들려 오는 입소문을 듣노라면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술 안주감으로 회를 치고, 지지고 볶는 것이야 열 번 이해 할 수 있다. 그러나 개, 돼지, 소, 말까지도 대통령을 비판하고, 대통령 욕 못하면 병신이라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잊는다. 정말 저럴 수도 있는 것인가. 누워 침 뱉긴데….
우리들의 눈에도 변혁이 읽힌다. 정치 개혁도 눈에 띈다. 무소불위의 통치권도 많이 찢겨 나갔다. 옛날 같으면 권력의 시녀였던 ‘국정원, 검찰청, 국세청’도 제자리를 찾았다. 죽네죽네 하지만 나라 살림 역시 몰라보게 좋아졌다. 수출은 3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50억 달러가 없어 ‘국가 파산’ 지경에 몰렸던 때가 언제인가. 한국은행 보유 달러가 2천억 달러가 넘는다니, 눈치 보고 꿀릴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대통령 입에서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 왜 성과는 평가해 주지 않느냐”는 억울함이 쏟아져 나온다. 누구를 편들 수도 없고, 누구만을 탓할 수도 없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변양균, 신정아 사건’이나 ‘정윤재 전 비서관 사건’을 두고 봐도 노대통령은 말로 화를 키웠다. 10월 초에 있을 남북 정상회담을 두고 준비할 일이 한 둘이겠는가. 북미관계, 북일관계의 변화를 못 본 척 해도 되는 것인가. 정기국회에 넘겨진 한미 FTA 문제인들 손쉬운 일인가. 어느 것 하나도 뒤로 미룰 것이 아니다. 어쩌면 민족의 명운을 걸어야 할 큰 정치를 앞에 두고 헛눈을 팔다니,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있을 수 있는 부하 직원들의 ‘부적절한 행동’이나 부정을 적시, 비판하는 언론을 두고, 꼭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했던가. 며칠만 참았어도….
‘변, 정 사건’으로 당당했던 참여정부의 도덕적 우월성이 박살난다. 두 부하 직원의 불의부정으로 대통령의 권위와 품위가 으깨진다. ”제가 매우 황당한 것은, 믿음을 무겁게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서 믿음이 무너졌을 때 얼마나 난감할지….” 그 마음 오죽 했겠는가. 정 비서관을 두고서는 “저와 그 사람과의 관계를 보아 제가 사과라도 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사건이 더 잘못되면 “이것은 측근 비리’라고 이름을 붙여도 변명하지 않겠다”고 고개를 숙인다. 안타까운 노릇이다. 끝까지 지키겠다는 부하사랑이다. 노 대통령의 마음이다. 등잔 밑의 어두움을 소홀히 했다. 책임을 묻고, 질책해 마땅하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이나 한미 FTA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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