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동주’라는 말이 있다. 중국의 전국시대에 오나라와 월나라는 불공대천의 원수지간이었으므로 두 나라의 사람들이 사이가 나빴다. 그런데 오나라의 병법가인 손자의 손자병법에 이런 기록이 있다. “오나라의 사람과 월나라의 사람은 서로 미워하지만 같은 배를 타고 물을 건널 때 거센 바람을 만나게 되면 서로 구원하는 것이 마치 왼손과 오른손과 같다” 여기서 오월동주라는 말이 생겨났는데 사이가 나쁜 사람들간에도 어쩔 수 없이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만사가 아닌가 싶다.
특히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주종관계를 보면 이 오월동주란 말이 실감난다. 기업에서 주인과 종업원, 즉 노사간에는 이해가 합치되면서도 상반되는 이중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 노사가 힘을 합쳐 가업을 발전시켜야 하지만 노의 이익은 사의 불이익이 되고 사의 이익은 노의 불이익이
되는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기업가는 자본을 투자하여 생산설비를 하고 노동력을 사들여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 이윤을 추구한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비용을 절감하려면 노동력을 싸게 구입해야 하고 구입한 노동력을 최대한 부려먹어야 한
다. 즉 종업원의 임금을 적게 주고 과중하게 혹사하기를 바란다. 이와 반대로 노동자는 많은 보수를 받으면서 일을 적게 하기를 원한다.
이처럼 이해가 상반되는 주종관계에서 고용주가 우세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피고용자를 위한 노동조합이 생겨났다. 또 민주정치제도와 맞물려 노동조건을 규정한 노동법규, 이 법규를 관장하는 정부기관과 노동자의 권익을 도와주는 사회단체가 등장했다. 그리하여 고용과 해용, 임금
액수의 결정 등에서 우세한 입장에 있는 고용주가 최저임금, 근로조건 등을 규정한 법규 등의 견제로 주종관계의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고용주가 이러한 노동 보호장치를 무시하고 고용주로서의 힘을 악용할 때 피고용자는 큰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피고용자에게 터무니 없이 싼 임금을 주고 그것도 제 때에 주지 않고 일을 혹사시키는 경우이다. 특히 피고용자가 신분문제 등 약점이 있을 경우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고용주가 이른바 악덕 업주인 것이다.이런 악덕 업주가 있는가 하면 업주의 등을 쳐 먹는 악질 종업원도 있다. 이들은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각종 법규를 악용하거나 업주의 약점을 악용하여 노동의 대가가 아닌 거액의 돈을 업주에게서 빼앗고 있다. 그 한 예가 한인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오버타임 소송이다.
한인사회의 주종 업종인 청과, 델리, 세탁, 네일업종에서는 임금을 일당으로 계산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다. 예를들어 하루 일당이 100달러로 정해지면 주 6일을 일할 경우 600달러를 주급으로 지급한다. 이 경우 하루 10시간씩 일을 했다면 주 60시간이 되는데 노동청의 기준으로 볼 때는 기본 노동시간 40시간에 20시간의 오버타임 근무가 된다.노동청은 주급 600달러를 기본시간 40시간의 임금으로 간주하여 20시간의 오버타임에 대한 1.5
배를 가산한 1,050달러가 주급이 되어야 한다고 계산한다.
이러한 사정을 악용한 종업원이 오버타임 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노동청에 고발하여 1주에 450달러의 오버타임 수당을 1년간 계산하면 2만3,400달러, 10년간이라면 23만4,000달러를 주인에게서 빼앗는다. 참으로 악질 종업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이런 사례가 뉴욕의 일부 식당과 네일업소에서 발생하여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LA에서는 뉴욕보다도 이런 사태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LA의 한인 요식업협
회에 따르면 업계의 최대 고민이 이런 종업원들의 소송이라고 한다. 악질 종업원들이 이처럼 법을 악용하는 행위에 노동청과 일부 비영리 봉사기관까지 본의 아니게 돕고 있는 형편이다.
업주들이 이와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임금 기록을 철저히 보관해야 한다. 종업원에게 지급한 주급을 오버타임을 포함한 시간당 임금으로 역산하여 최저임금 이상이 되도록 만들고 이 시간당 임금에 의한 주급 지급내용과 근무시간을 명시한 서류에 종업원의 서명을 받아두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자료가 없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오월동주는 배를 같이 타고 있을 때는 서로 협력하는 사이지만 뭍에 내리고 나면 원수가 된다는 말도 된다. 한인업계가 오월동주가 되어서는 안된다. 악덕업주도 사라져야 하지만 악질 종업원도 근절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법규와 규정을 철저히 지키고 법규와 규정에 맞게 서류를 구비해 두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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