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잔치를 보면서
===
만들어 낸 이야기다. 때는 지난 60년대다. 서울 낙원동 골목 초가집. 한지붕 아래에서 머리 좋은 고학생과 또순이가 산다. 처녀총각이다 보니 눈이 맞는다. 한솥밥을 먹게 된다. 또순이는 고학생을 낭군으로 모시고 뒷바라지에 나선다. 온갖 궂은 일도 마다 않고 정성을 다한다. 그렇게 몇 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고학생 낭군이 그 어려운 “고등고시 (지금의 사법고시)”에 합격한다. 뭣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또순이는 눈치만 본다. 고향에 다녀오겠다고 나갔다 새촘한 처녀와 함께 돌아온 고학생 낭군이 빨래하는 또순이를 부른다. 그리고 이른다. 돈뭉치를 내밀면서….
“그동안 고마웠소. 결코 잊지 않겠소. 알다시피 나는 앞으로 ‘판검사’가 될 사람이오. 당신과 결혼할 수는 없소. 이 돈으로 구멍가게라도 꾸미고, 잘 살기를 바라오. 내 마음도 괴로우니 아무 말 말고, 이해하여 주기 바라오.” 그게 전부다. 짐 싸 가지고 떠나 버린다. 차마 못할 짓이 아니던가?
이 풍진 세상, 이런 류의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욕심 때문에 지켜야 할 자기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말은 번지르 좋다. 이유도 그럴듯 하다. 그러나 “나 잘 났다”하는 당신만은 안된다. 그렇게 등을 보여서는 안된다. 하물며 그 ‘꼴 같잖은 꼴’을 보며 누가 박수를 쳐대는가. 그것도 부족해 동가숙(東家宿) 서가식(西家食) 하겠다는 그런 인물을 나라의 지도자로 내세워, 국가와 민족의 앞날을 맡기자고 누가 설쳐대는가. ”손학규식 정치”를 서울에서 본다. 지구촌 어느 구석에서 볼 수 있는 정치 유형이며 행태인가. 그것이 21세기형 선진 서울의 모습이란 말인가.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예선전이 끝났다. 정동영(24.5%),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그리고 전 경기지사였던 손학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도중에 불리하자 뛰쳐 나와 여권에서 둥지를 틀고, 놀랍게도 예비경선 분위기를 휘어 잡았다. 비록 0.3% 54표 차이지만 1등은 1등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6일, TV토론을 시작으로 16개 시, 도를 순회하며 본경선을 치른다. 10월 15일 대선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처음 3, 4지역 경선 결과 쯤이면 변화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힘의 응집과 폭발 가능성이 엿보이면 성공이다. 처음 눈여겨 지켜 볼 낌새는 친노성향의 “이, 유, 한의 동향이다. 예비경선 득표율을 보면, 이해찬 14.4%, 유시민 10.1%, 한명숙 9.4%, 합하면 33.9%이다.
이해찬 전 총리가 유시민 후보보다 4.3%를 앞서 체면이 섰다. 그렇다고 이것으로 ‘친노 후보 단일화’를 끝장내자고 할 수는 없다. 다음 싸움을 위하여 ”이, 유, 한” 세 후보 가운데 누가 “핵”이 되어야 할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 유시민 후보는 단일화 문제를 “국민들의 뜻을 잘 살펴서 논의하겠다”며, ”본경선 첫 주 4연전에서 1위 하는게 목표”라고 말한다. 제법 당찬 기세다. 대폭발로 몰아갈 “가능성”만을 두고 ‘친노진영’이 모험을 한다면, 유시민 후보의 앞길이 더 넓다.
정동영 후보는 여권의 척추였다. 대권 재수생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의 맥을 잇는 통합의 정부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건해져야 한다. 당의 상좌를 지나가는 과객에게 넘겨 주는 그런 자기를 스스로 매질하고 닦달해서 더욱 더 새로워져야 한다. 여론이, 논객들이 “왜 정동영의 본선 경쟁력을 의심하는가?” 미워서 그냥 하는 말일까. 그렇게 생각해서는 앞날이 없다. 정동영 후보가 보여 주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꿈”이 아직도 영글지 않고, 미덥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내 가슴을 쳐야’ 한다. 지금, 서 있는 그 자리 거기에서 각오를 다져야 한다.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 때와는 확연히 다른 이번 경선판이다. 무엇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힘을 더하고 있다. 정동영을 돕는 힘은 아니다(?!). 이기는 경선판을 짜야 한다. 2002년 4월, 그 때 ‘광주의 선택’에서 보았던 그런 전환의 대폭발을 이끌어 내야 한다. 어쭙잖은 ‘대세론’을 잠재우고, ‘친노 단일후보’의 침탈을 막지 않고는 발 디딜 틈도 없을 것이다. 정동영 후보 혼자 짊어져야 할 짐이다. 살아 남는 길이다.민주개혁 세력의 기수답게 “평화통일 세력”까지 아우른다면 길은 꼭 열릴 것이다. 목숨 걸고 칼날 위를 걸어야 한다.
그러나 승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짐이 있다. 승패를 떠나 정당 정치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대권에 눈이 멀어 불리하면 짐 싸들고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는 무리에게 철퇴를 내려야 한다. 신의를 짓밟고, 이해득실에 몸 던지는 무리가 정치 지도자일 수는 없다. 쓸어내야 한다.
정동영 후보가 영남의 사랑과 함께 두 대통령의 힘까지 얻기 바라며, 노송(老松)의 정(情)을 노래한다.
wjkim_cm@hotmail.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