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에 자동차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차 없이는 못 산다고 한다. 그러나 차가 필요에서 사치로 변해가면서 차가 사람 머리 위로 올라가는 꼴이 되기도 한다. 생활에 삼대요소인 의식주를 기본으로 보면, 옷은 몸을 가리면 되고, 먹는 것은 배부르면 되고, 집은 비 안 새면 되는 것인데, 요상하게도 몸은 옷을 위해 있고 먹는 것은 사치가 되었고 집은 투자 제일의 품목이 되었다.
학교가 개학하면서 자녀들에게 차를 사줘야 하는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부모가 볼 때 자녀에게 차를 사줘야 할 나이가 되었으니 대견스럽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버스 타고 다닐 때가 마음 편하다. 내가 미국에 이민 오던 70년대만 해도 한국 차는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 차를 많이 볼 수 있다. 한국 차를 보면 반갑고 외국 사람이 운전 하는 것을 보면 고맙기도 하다. 한국전쟁이 휴전 되고 1955년에 미군부대 고철인 휘발유 드럼통을 두들겨 처음으로 ‘시발’차 라는 한국 차를 만들었고 1962년에는 산뜻한 ‘새나라’ 자동차도 나왔다. 그 후 50년이 지난 지금은 한국 차가 미국차를 능가 할뿐 아니라 일본차에 도전할 만큼 발전했으니 자랑스러운 일이다. 자동차 왕국이라는 미국차가 일본차 앞에 무릎을 꿇는 꼴을 보면서 혈압이 오르고 밸이 꼴리는데 이제는 한국 차가 미국 땅에서 인정을 받고 일본차에 한판 붙자고 팔을 걷어 올리는 것을 보니 참으로 신바람나게 통쾌하다. 쏘나타, 그랜저, 그리고 새로 나온 베라크루즈는 현대자동차의 자존심으로 자동차 세계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다.
얼마 전 훼어팩스 현대 딜러에서 현대차 시승 행사가 있었는데 400여명이 찾아와서 시승하는 등 한국 차의 인기를 과시했다. 미국 경제 주간지 ‘포브스’ 최근호에 ‘대학생에 좋은 차’ 평가가 있었는데 후보로 나온 15개의 차 중에서 현대차 ‘엘란트라’가 1등으로 선정되었다. 경제성 안정성 연비 서비스 등에 모두 만족했다는 것이다. 2등은 토요타의 코롤라, 3등은 혼다의 시빅이었다. 얼마 전에는 최근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국무부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자기 아들에게 현대 ‘엘란트라’를 사주면서 이 차가 너에게 가장 좋은 차가 될 것이라고 했다는 소식도 있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을 가는데 비행기가 아닌 자동차를 타고 휴전선을 넘어 평양까지 간다니 흥미있는 일이다. 청와대서는 노 대통령이 어떤 차를 타고 가느냐가 문제라는데 링컨 콘티넨탈, BMW 760, 벤츠 S600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한다. 내가 마지막으로 대통령에게 권하고 싶은 말은 이번 정상회담은 ‘우리끼리’라는 구호가 붙어있고 ‘우리식대로’라는 꼬리표도 있는 모양인데 기왕이면 우리 땅에서 우리끼리 만나고 우리끼리 우리 일로 회담을 하는 것이니 경호문제 걷어치우고, 우리민족이 만든 우리나라 차를 타고 가라는 것이다. 미제 차, 일제 차, 독일 차, 모두 물렀거라 해놓고 대통령 전용 한국 차를 타고, 수행원 경호원도 모두 한국 차에 태극기 휘날리며 서울에서 평양까지 신나게 달려가면 얼마나 모양새 좋고 통쾌한 방북길이 되겠느냐 이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네임 덕이 땅바닥을 치고 있는데 이런 멋들어진 퍼포먼스로 인기도 올리고 ‘우리끼리’라는 회담의 구색도 맞지 않겠는가. 한수 더 떠서 김정일에게 북한에서 벤츠만 고집하지 말고 우리민족이 만든 우리나라 차를 타라고 권유라도 하고 오면 민족주의 앞세우는 노 대통령 인기는 하늘로 뛰어 오를 것이다.
한국에 외국 차 많아지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부끄러운 일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했듯이 한국의 대통령을 비롯해서 장관,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고급공무원, 특히 전 세계에 나가 있는 외교관, 상사주재원, 한국의 회장, 사장, 재벌들, 해외동포, 국민 모두가 한국 차를 탄다면 한국 국민은 세계적으로 존경 받는 국민이 될 것이다. 애국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나도 미국에 이민 와서 30년 동안에 사업용, 승용차, 아이들 차등 10대의 차를 샀지만 일본차는 한 번도 사지 않고 미국 차 만 고집했다. 다음에 사는 차는 꼭 한국 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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