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본보 객원기자 - 이명박 후보 대외협력 특보
탈레반에 의한 한국 선교단 인질 억류 사태가 6주 만에 끝났지만 그 여파는 심상치 않다. 살해된 2명까지 포함하여 총21명이 지난 42일 동안 악몽 같은 탈레반 수중에 있었던 것이다. 한국 국민은 이번 인질들의 귀환을 이해하기 보다 매우 싸늘하고 찹찹한 심정에서 바라 보고 있다. 인질들 모두가 건강하게 돌아온 것은 기쁘고 당연한 일이지만 그들로 인해 야기된 50여일 동안 혼란과 고통 그리고 땅에 떨어진 국가의 위상을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고 한다. 일부 기독교 선교단체에서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는 나라에서 해외 선교사들에 대한 기초적인 안전교육이나 훈련이 전무한 상태에서 무조건 파송만 한 것이 아니냐는 거센 비판에 매우 불쾌한 감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탈레반 인질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해외선교는 한국 기독교의 최우선 사업으로 어떤 규제도 받지 않고 무질서하게 경쟁적으로 추진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해외 선교활동이나 선교사의 경우 교회나 교단은 물론 일반 교인들로부터 정신적으로 또한 물질적으로 후원을 받아 진행됐다.
그 동안 선교활동을 후원하기 위해 선교현지에 다녀온 교인들 중에는 지금처럼 단기적 이벤트 행사로 진행되고 있는 선교활동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안고 돌아온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현재 한국정부는 2가지의 난제에 직면해 있다.
인질들로 야기된 국민적 갈등과 사면초가로 몰린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재 정립하는 두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인질을 보낸 교회를 상대로 인질귀환까지 소요된 경비를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들끓는 화난 여론을 다소라도 진정 시키고 소중한 국민의 세금으로 인질귀환 경비를 쓸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기 위한 제스처로 보인다. 12월로 예정된 운명적인 대선을 앞두고 기독교와 각을 세우기도 힘든 정부의 입장으로선 양쪽 여론의 동향에 크게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또 하나는 빗발치는 국제적 비판 여론을 어떻게 무마시키냐는 문제다.
한국 인질들이 묶여 있을 당시 2명의 독일인 인질도 피납 상태에 있었다.
후일 독일인 인질 1명은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앙겔라 마르켈 독일 총리는 한국정부와는 달리 국제사회의 공조원칙에 따라“테러단체의 위협에 굴복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며 독일 정부는 아프칸의 평화 정착을 위하여 더 많은 독일군을 평화 유지군으로 보낼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한국정부는 초기 탈레반의 요구사항인 한국군 철수요구에 동맹국과 전략적 논의도 없이 너무 성급히 동의 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룰을 깨고, 고립을 자초했으며 굴복 철군이라는 나쁜 선례를 국제사회에 남기게 되었다.
테러리스트들은 이번 인질극을 통해 자신들의 목적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하고 있으며 앞으로 외국인 납치에 더욱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나섰다.
국제사회에서는 주권국가가 납치와 살해를 일삼는 테러세력과 대등한 관계에서 협상을 하고 또한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고약한 선례를 남겨 분쟁지역에서 외국인 납치가 더욱 기승을 부릴 거라는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테러단체들과는 인질협상이 없다”고 공언해온 미국의 시선도 후일 한국정부에 큰 부담으로 남게 되었다. 한국정부는 이번 탈레반 인질 마감 과정에서 국정원장과 선글라스맨 정보원의 화려한 과잉노출로 정치권의 비판을 받고 있으며, 한국 기독교도 선교대국에 어울리지 않는 무방비 상태의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인질 사태로 해외선교를 포기할 수는 없겠지만 선진국 네트워크 식 선교가 아닌 땅 따먹기 식 위험한 선교를 진행함에 따라 공격적인 선교활동은 당분간 조정기를 거칠 것만은 틀림없다.
이번 사건을 통해 한국 기독교가 전시용 교세 확장보다는 좀 더 내실을 기해 스스로 삶에 더 거룩함으로 사람들의 귀감이 되어 비판의 소리가 칭찬의 소리로 바뀌어 떨어진 위상을 회복하는 회개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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