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훈 논설위원은 한 달여전 가톨릭논쟁을 지상에 올려놓았다. 민 위원의 논조들은 개신교의 그것과 판에 박은 듯하다. 로마 교황청에서 발표한 “가톨릭만이 유일하며 진정한 교회”라는 입장은 초기 교회 때부터 있어왔다. 예수께서 베드로 사도 위에 하나의 교회를 세우셨고 그것을 계승한 가톨릭 안에만 그리스도의 교회가 존재한다.
여기서 오늘날 갈라진 타종파가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들을 일일이 들쳐 내어 반박하고 싶은 생각은 결코 없다. 다만 가톨릭 역사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 있기에 몇 가지 밝히고자 한다.
십자군 전쟁은 맨 처음 우르바노 2세 교황이 팽창하는 이슬람세력으로부터 동방의 그리스도 교인들을 구해내고자 예루살렘 성지 회복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시작했다. 교회는 성전의 발의는 하였으나 십자군 조직구성에 관여하거나 지도하지도 못했다. 이처럼 통제되지 못한 집단에 약탈의 흑심을 품은 일부 봉건 귀족세력이 잠입하여 성전 중에 이들에 의한 약탈, 살해행위가 자행되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000년 3월12일 일부 세력에 위한 잔악한 행위를 회피할 의도가 없음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자고 역설하였다.
마녀사냥이라는 말은 부정확한 표현이고 가톨릭교회는 이단 심문이라고 부르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교회사 권위자들에 의한 객관적인 조사활동을 벌여 2004년 6월15일 783쪽의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가장 혹독한 종교재판이 이루어진 곳으로 알려진 스페인에서 1540~1700년 사이에 총 4만4,674건의 종교재판이 있었는데 그 중 1.8%만이 사형선고를 받았고 그것도 대부분 궐석재판으로 이루어져 인형이 대신 처형되었고 실제 처형된 사람은 0.8%뿐이었다.
명확한 통계도 없이 일부 프로테스탄트들은 한 마을 전체가 이단 심문으로 다 죽어갔다는 식으로 종교재판을 매도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슬픈 현실이다. 역사적으로 프로테스탄트도 18세기 계몽주의시대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이단 심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루터와 멜란히톤, 칼뱅 같은 종교 개혁가들도 마녀의 존재를 믿고 이단 심문을 격려하고 화형으로 처단하는데 적극적이었다.
막대한 물자를 쏟아 부어 지어놓았다고 매도된 교회건물을 보자. 가톨릭이 대성전 공사에 돈을 쏟아 붓느라 구제 사업을 게을리 한 것도 아니었으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수탈하지도 않았다. 왜 화려하게 지었느냐고 반문하는 것은 탁월한 능력으로 사회적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왜 겸허하게 있지 않고 혼자 모나게 앞서 가느냐고 묻는 것과 똑같다.
가톨릭은 베네딕토회, 프란치스코회 등 영적인 수도회들이 봉건제후 국가들의 손이 미치지 못한 빈민구호, 병자간호, 빈민 교육에 열정을 쏟아 부었다. 또한 병자간호를 위한 자비의 형제회, 중환자 및 임종자를 돌보는 가밀로회, 자선과 여성교육을 전담한 우르슬라회 등 수많은 빈민구제 수도회가 창설되었고 이들의 활동은 찬란한 꽃을 피웠다. 가톨릭만큼 사회 사업을 많이 한 종교단체가 있는가 반문해 보고 싶다.
교회는 거룩하나 그 구성원은 때로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때문에 과거 교회 구성원의 잘못을 회피할 의도는 전혀 없다. 그렇다고 교회의 잘못을 과장하여 매도하는 것은 더욱 나쁘다. 가톨릭교회는 사제들의 성 학대를 오랫동안 감추어 온 것이 아니라 사안이 제기되면서 내사를 벌여 왔다. 이렇게 해서 내사결과를 검찰당국에 제공했고 미국 내 약 3만6,000명의 사제중 35명이 옷을 벗었다. 필자도 이들의 사후처리 방식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나 어떻든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려 한 교회의 방침은 용감하다.
이번에 교황청이 가톨릭의 참 교회론을 재차 강조하게 된 것은 가톨릭 교리에 대한 일부 혼선을 방지하고 전통교리를 상기시켜주기 위함이다. 가톨릭은 갈라진 형제들과 대화와 화해를 계속하고 그들의 계율과 교리도 진심으로 존중해 나갈 것이다.
박두성 / 산타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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