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앞 길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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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를 놓고 싸우는 길이다. 서로 겨누는 칼 끝은 험하고, 내뱉는 말 속에 맹독이 흉흉할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또한 험악, 치열했다. 판 밖에서 보아도 독기가 넘쳐 흘렀다. 그 뒤끝이 1.5% 차이의 승패다. 8월 20일, 이명박 후보가 이겼다. 큰 소리 치던 입에 비하면, ‘토끼 용궁 갔다 온’ 꼴이다. “이겼으면 되었지, 무슨 뒷말이 많냐?” 하면 웃고 말 일이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면 갈 앞 길도 끝난다. 당심(黨心)에서 432표나 진 이명박 후보다. 하루 이틀 사이에 휘어잡을 수 있는 당심이 아니다. 텃밭에 심어 둘 민심도 아니다. 이명박 후보는 당 경선의 승패를 갈랐던 1.5%P에 실린 “하늘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저토록 절묘한 ‘한판 승부’에 담긴 “하늘의 뜻”이 뭣인지 깊이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두려워하고, 한없이 겸손해야 할 것이다.
먼저, 빈 손이 되어야 한다. 양 손에 움켜쥔 “욕심”을 놓아야 한다. 자기 당대에 이룰 수 있는 부(富)만으로도 ‘잔’이 넘침을 알아야 한다. 과분한 재물에 권력까지…. 그것은 청맹과니 욕심이다.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라”는 재물이다. 서울시장 시절 맺었던 좋은 인연, 아름다운 재단에게 몽땅 물려 줘 좋은 일에 쓰도록 하고, 하늘의 뜻과 천하를 얻을 수 있는 빈털털이가 될 수는 없는가.
첫째 고개를 넘는다면 좋다. 한 발 앞으로 내디딜 수 있다. 12/19 대선 경쟁은 외나무 다리 위에서 싸우기보다 결코 질 수 없는 ‘승부의 길’을 걸어야 한다. 이 후보는 3천7백10여만 유권자들에게 물어야 한다. ‘부강한 법치 선진 한국’을 이룩할 큰 일꾼으로서 “이명박이냐? 아니냐 ?”를 당당히 물어야 한다. 51% 찬성, 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로 몰아 가야 한다. 여기에는 싸워 이겨야 할 적(敵)이 없다. 지지와 성원을 이끌어 낼 국민, 유권자가 있을 뿐이다. 주인 앞에 선 종이 되어야 한다.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고,무릎을 꿇고, 끝없이 낮아져야 한다. 처음에는 힘들 것이다. 목이 뻣뻣했던 이름들이니 등에 땀이 배일 것이다. 그래도 참고, 품으로 파고 들어가야 한다. 똥 냄새 나는 손을 덥썩 잡고, 코 묻은 아이 뺨에 뽀뽀를 할 때 ‘한 표’가 움직인다. 한 표가 둘, 두 표가 넷, 네 표가 여덟, 그렇게 입소문이 표를 몰고 오도록 낮은데서 기다려야 한다. 이명박 사람들은 모두가 표가 있는 마을로 가야 한다. 일터를 찾고, 집을 겨냥해 한 표를 캐내야 한다. 표가 아니고, 표를 모으는 일이 아니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각오가 모두의 가슴에 불 타올라야 한다. 승리의 전사들이 취할 다짐이다. 하늘의 뜻을 얻기에 끝없이 굶주리고 목말라야 한다. 말은 쉽다. 그러나 어찌 말 같을까.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요, 단판 승부, 상대가 있는 싸움이다. 더더욱 뭣보다 간사한 것이 사람일진대, 사람씀에 어찌 한 치의 소홀함이 용납될 것인가.
판 밖에서 들어도 후보 측근 중의 측근 실세인 “이재오 최고위원”의 이름이 튄다. 2선으로 물러나라고 아우성이다. 화합을 위해서란다. 그러나 순진하다. 조심스러웠던 경선은 끝났다. 그 자리를 누가 책임질 수 있다는 말인가. 지금 이 후보에게는 ‘일당백’의 ‘쌈꾼’이 필요하다. <이 후보를 지킬 수 있는 쌈꾼>, <이 후보를 이 후보보다 더 사랑하는 쌈꾼>, 그리고 <범 여권 누구와의 기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는 쌈꾼>이다. 서울시장 선거와 당내 경선을 승리로 이끈 좋은 인연을 이 절체절명의 순간, ALL IN 해야 할 이 ‘적과의 결전의 자리’에서 끊어라…. 못 할 일이다.
또 한 이름은 ‘박근혜’ 전 대표다. 당심에서 이긴 저력, 경선 결과에 대한 깨끗한 승복으로 보여준 당당함, 캠프 일꾼 모두가 따르는 지도력, 정치 지도자로서 하나같이 돋보이는 모습이다. 7백여만 표를 몰고 다니는 맹주로 자리 매김한 박 전 대표는 이 후보에게 희망이고 두려움일 것이다. 예우를 다 해드려야 한다. 이겼다고, 표가 필요하다고 지금 당장 도움을 청하는 것은 큰 결례다.
비장의 원군으로 마지막까지 지켜드려야 한다. 이 후보는 결전 10일 전까지 스스로 힘만으로 표밭을 가꾸어 가야 한다. 최선을 다한 후 도움을 청해도 청해야 한다. 박 전 대표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돕겠다”고 나설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그 외 인력들이야 모두가 한나라당 인력이다. 필요하다면 삼고초려. 내 사람으로 쓰면 된다. 능력따라 적재적소 (適才適所).
끝으로 이명박 후보는 이번 12/19 대선에 감춰진 하늘의 뜻이 하나된 한반도를 앞당길 수 있는 ”대통령의 역량과 열정”을 묻고 있지 않는지 깊이 헤아려야 할 것이다. 한반도는 변하고 있고, 변해야 한다. 그것들까지 챙길 수 있다면 길이 보인다. 한마음으로 정성을 다한 후, 국민 앞에 나서기 바란다. 8월을 보내며, 북악의 정(情)을 세워 하는 말이다.
wjkim_c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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