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더위는 유독 길고 뜨거운 듯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한인사회에서도 뜨거운 뉴스와 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용기 있는 혼다 의원의 노력으로 위안부 결의안이 연방하원에서 통과되었고 광복 62주년을 기념하는 공연들이 계속해 열렸다.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민족혼을 일깨우는 ‘코리아 팬터지’가 울려 퍼지는 등 우리보다 이민사가 긴 일본이나 중국 커뮤니티도 흉내 내지 못할 훌륭한 연주와 공연이 매주 열렸다. 또 라미라다 뮤직홀에서는 광복절 기념식 같은 행사도 열렸다. 바로 ‘이열치열’로 보낸 뜻 깊은 달이라고 생각해 본다.
지난 8월11일 리버사이드 시청 광장에서는 도산선생 동상 제막 6주년 기념식이 있었다. 동상 주변에 심겨진 재클린 잭은 벌써 어깨높이 만큼 자라 하늘거리는 모습이 온종일 선생과 속삭이는 것 같았다. 리버사이드 카운티는 도산 동상을 중심으로 남과 북에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간디의 동상을 세우는 등 이 세분을 정신적인 심벌로 삼고 있다. 도산 동상은 도로변에 위치해 지나가는 차량 안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올해는 지역사회의 한인 인사들과 인근 교회에서 기념식에 참석했고, 고국에서는 경기도 고양시 학생들이 단체로 참석했다.
이 글에서는 리버사이드가 도산 선생의 삶에 어떠한 역할을 했던가를 되짚어 봤으면 한다. 도산이 가는 곳에는 항상 학교 또는 교회가 세워졌고, 조직단체와 신용조합이 만들어졌다. 계몽하고 교육하면서 인적 및 물적 자원을 키웠던 것이다.
리버사이드 카운티는 1930년대까지 오렌지밭 농사로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잘 사는 곳이었다. 1904년 도산이 이곳에 왔을 때는, 하와이 사탕수수밭에서 계약기간 1년을 마치고 유입된 30~40명의 동포들이 있었으며, 이 들은 일본인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자리를 구했다.
도산은 농장주 ‘람지’로부터 1,500달러를 빌려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교회를 세워 교육에 힘쓰고, 친목회도 구성하는 등 자립할 수 있는 힘을 키웠다. 그 당시 하루 일당은 1.50달러정도로 추산되는데(하와이는 1달러) 그 큰 금액을 곧바로 갚았다고 한다.
도산이 이곳에 머문 것이 그의 나이 26세에서 29세까지였으며 왕성한 청년기였다. 미국생활 13년 중 4년간을 한 곳에서 머물렀으니 도산으로서 꽤 오랜 기간이었다. 1905년 을사보호조약 등 기울어지는 국운을 바라보며 도산은 과연 무엇을 생각하며 준비했을까. 그리고 동포들과는 무엇을 논의했을까. 그때까지는 솔선수범하는 지도자였지만, 그 이후론 민족의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였던 것이다.
1907년 도산은 귀국길에 오르던 중, 일본 동경에 들러 유학생들을 향해 ‘청년에 고함’이라는 연설을 했고, 귀국 후 독립운동의 비밀조직인 신민회를 조직하고 평양에는 대성학교를 설립했다. 그런 한편으로 ‘한반도’라는 노래를 지어 애국사상을 고취시켰다.
한일합방 직전 ‘거국가’를 남기고 떠난 후에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동포들을 묶어 1909년에는 공립협회(오늘날의 대한인국민회 전신)를 설립하고 1913년에 흥사단을 창립했으며 1919년 이후에는 상해 임시정부 수립 및 운영을 통해 우리가 독립될 자격을 가졌음을 국제사회에 보였던 것이다.
민족의 혼을 심고 조직을 만들고 인물을 키운 도산의 행적은 너무나 크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도산의 인격과 그를 신뢰하고 응원한 수많은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힘의 근원이 바로 리버사이드 오렌지밭이었고, 그래서 오늘날 이곳 남가주를 한국 독립운동의 본산지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귤 하나를 따더라도 대한의 독립을 위하여”라고 한 도산의 말씀 속의 ‘귤 하나’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뜻은 자명하다. 작은 일 하나하나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그 메시지는 ‘귤 망태’를 맨 도산 선생의 전신사진 속에서도 그대로 우러나온다.
도산 선생이 널리 전하고자 했던 정신은 해외 사는 우리 모두가 꼭 잡고 소중히 여겨야 할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광복의 달을 보내며 도산 선생의 정신과 행적들이 우리들의 삶을 비춰보는 소중한 거울이 되었으면 한다.
이창수 / 흥사단 미주위원부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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