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문제가 터지면서 광범위한 신용경색(Credit Crunch)사태로 확대되었고 이에 따라 모기지 시장은 이른바 유동성 (Liquidity)의 문제로 풍비박산이 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기지시장의 난맥상황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수습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우리들이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현재 달라진 것 그리고 앞으로 달라질 것은 무엇이며 이는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냐?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들이 예의주시하여야 할 사항은 모기지 융자에 있어 융자리스크(Credit Risk)에 대한 재평가라는 추세가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융자리스크란 ‘모기지가 부실화될 수 있는 위험성’을 의미하는데 이는 융자금액, 융자비율, 주택종류, 융자목적, 주택용도, 신용점수, 부채비율, 자산/소득에 대한 검증여부 등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상기의 변수들을 고려하여 만일 모기지가 연체될 가능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모기지 융자가 어렵고 또한 이자율 역시 높아지게 되는 반면 모기지 연체의 가능성이 낮으면 낮을수록 융자승인은 물론, 이자율 역시 낮을 것이라 여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그러나 매우 흥미로운 사실은 이처럼 당연한 논리가 모기지 시장에서 그동안 그대로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기지 융자에 있어 융자리스크라는 변수가 과소평가될 경우 리스크가 높은 모기지라고 할지라도 융자승인에 있어서나 가격(이자율)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융자리스크가 낮은 모기지와 비교할 때 별다른 차이가 없게 된다. 한동안 소위 값도 싸고 손쉬운 주택융자(Cheap & Easy Money)를 마음대로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융자리스크에 따른 차별화가 없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동안 주택가격이 꾸준하게 상승하였기 때문이다. 만일 주택가격이 계속 오를 수만 있다면 융자리스크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모기지를 제대로 상환할 수 없을 경우가 생기더라도 재융자를 하거나 아니면 주택을 팔아 모기지를 갚아버리면 되기 때문에 융자은행으로써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은 굳이 융자리스크를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며 융자승인은 물론 이자율에 있어서도 크게 차별화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처럼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며 이 경우 설령 나쁜 융자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융자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그동안 모기지 융자가 이루어져 왔고 이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용 및 재정 상태와는 상관없이 손쉬운 융자와 낮은 이자율이라는 혜택을 입게 되었으며 이는 결국 주택시장의 버블(Bubble)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꿈이 깨어져 버리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문제가 죽음의 사자처럼 갑자기 들이닥치자 모기지 시장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한동안 내팽개쳐 놓았던 ‘융자리스크’라는 갑옷으로 중무장을 하였는데 이는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 융자리스크가 매우 높다고 판단되는 융자상품이나 프로그램들은 아예 취급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브프라임 모기지나 100%융자 등은 더 이상 쉽게 찾아볼 수조차 없게 되었고 소득이나 자산에 대한 검증을 전혀 하지 않는 ALT-A모기지 역시 점차 시장에서 점차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둘째, 융자승인조건들이 크게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변동이자모기지의 경우 융자 승인 시 초기의 일정기간동안 적용되는 이자율을 기준으로 모기지 상환여력을 따졌지만 최근에는 변동모기지에 적용되는 원래의 이자율(Fully Indexed Rate-기준금리+마진)을 기준으로 상환능력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 경우 고정이자모기지에 비하여 상환금액이 높아지기 때문에 융자승인을 받기가 그만큼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이자만 지불하는 Interest Only모기지의 경우에도 이자만 내는 것이 아닌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하는 것을 기준으로 상환능력을 판단하기 때문에 그만큼 융자승인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셋째, 모기지 리스크에 따라 이자율의 차별화현상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리스크가 가장 낮다고 평가되는 경우, 즉 융자금액이 41만7,000달러이내이며 20% 다운페이를 하고 신용점수는 700점 이상 그리고 거주용 주택을 매입하며 소득 및 자산에 대한 검증을 거친 경우에는 지난 5월에 비하여 이자율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며 융자승인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 그러나 신용점수가 680점인 경우 이자율은 0.4%정도가 상승한 반면 660점 수준일 경우 0.6%가 올랐으며 신용점수가 660점 이하일 경우 이자율은 무려 1.4%이상 치솟아 버렸다. 융자금액에 있어서도 41만7,000달러를 초과하는 소위 점보모기지의 경우 거의 1%이상 상승한 상태인데 만일 융자금액은 크고 신용점수는 그다지 양호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득 및 자산에 대한 검증을 거칠 수 없을 경우 이자율은 마치 복리이자처럼 늘어나게 되며 융자승인마저 어려울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상기의 3가지 현상들이 모기지시장의 일부에서만 국한하여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관된 트렌드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모기지 융자를 얻으려 할 경우 두 가지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첫째는 자신이 원하는 데로 손쉽게 그리고 싼 이자율로 모기지를 얻기가 어려워졌으며 둘째는 융자은행마다 모기지 리스크에 따른 가격표(이자율)가 제각각 다를 수 있고 이에 따라 이자율에 있어 커다란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종전에 비하여 모기지 쇼핑을 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모기지시장의 난맥상황은 시간이 지나면서 재정리되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모기지 융자의 객관적인 상황은 과거에 비하여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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