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장난감‘납중독’불안감
유아를 키우는 엄마들은 최근 비상이 걸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에다 쉽게 구입 수 있는 유명 어린이 장난감 회사들(마텔, 피셔 프라이스, 토이자러스)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해 ‘리콜’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리콜도 리콜이지만, 그동안 물고 빨고 했을 장난감, 혹시 우리 아이에게 해가 없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문제가 된 장난감들은 납이 들어간 페인트로 칠해진 것들. 부모들은 납중독 검사를 위해 소아과 병원까지 찾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납 함유 페인트 사용은 집이나 장난감, 가구에 이르기까지 금지돼 있다. 물론 장시간 또는 조금이나마 노출이 됐다고 바로 납중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납 중독(lead poisoning)은 무엇인지, 어떤 증상이 있고 왜 문제인지 살펴본다.
지속적 납 성분 노출땐
성장 장애·뇌손상 올수도
일시적 조금 접촉했다고
곧바로 중독되진 않아
집에 있는 리콜된 장난감
더이상 갖고 놀지 말아야
#납 중독이란?
납은 사람의 세포조직이나 효소에 화학 독성분으로 작용한다.
미국에서는 워터파이프(배수관), 개솔린, 페인트 등에 더 이상 납 성분을 함유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납 성분이 함유된 제품이나 환경이 남아 있을 수는 있다.
사실 납 성분은 환경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자연적인 성분 중 하나다. 납 함유 페인트나 납으로 오염된 음식, 물, 먼지, 흙 등에서 극소량의 납 분자 알갱이를 삼키거나 호흡할 수 있으며 접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해 납이 함유된 페인트를 칠한 벽에 혀를 대거나 천장에서 떨어진 페인트 부스러기를 먹었을 때 납중독을 염려할 수 있다. 납성분이 함유된 배수관과 납 성분이 들어간 페인트로 칠해진 오래된 집은 납성분이 높은 먼지를 배출할 수도 있다.
이번 리콜 대상이 됐던 장난감은 납 성분이 칠해진 페인트도 문제이지만, 플래스틱 또한 납 성분 사용이 규제되지 않아 리콜 대상에 포함됐다. 납 성분이 함유된 플래스틱 또한 뜨거운 태양열이나 공기, 세제 등에 의해 화학적 작용으로 납 성분이 플래스틱에서 떨어져 나와 먼지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조금 접했다고 해서 바로 납 중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납중독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지만 태아나 아기, 어린이에게 심각한 수준의 납중독은 사고력이나 학습능력에 심각한 장애를 가져올 수 있어 치명적이다.
1~5세 유아 및 어린이에게는 소량이라도 납이 함유된 환경에 자꾸 노출되면 성장 발육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으며 매우 해로울 수도 있다. 유아는 매우 드물게 납중독으로 인해 말하기, 언어 구사력 및 행동 장애 문제, 학습 장애, 협동심이 줄거나 성장 저하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가장 심각한 납중독은 뇌나 신장 손상 등으로 이어지는 합병증이다.
하지만 연방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혈중 기준치 이상의 납 함유량을 보인 어린이는 1978년 470만 명에서 2000년 30만명으로 줄어들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최근 리콜 리스트에 올랐던 마텔사의 바비 인형. 납중독이 걱정된다면 장난감을 살 때 가급적 미국에서 제조된 제품을 고르도록 한다.
#납 성분 함유 장난감 리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아이의 장난감 중에 리콜 제품이 있다면 장난감이 안전해 보여도 더 이상 갖고 놀게 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의 장난감을 통해 납 성분의 아주 미립자 알갱이를 흡입했거나 삼켰을 수도 있기 때문. 또한 집안에 납과 관련된 가구나 다른 페인트 등은 없는지도 살핀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납중독에 대한 혈액 검사에 대해 아이의 소아과 의사와 상담해 본다.
#납중독 흔히 있는 질병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아주 희귀한 질병에 속한다. 사실 그렇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배수관에 대해서도 납은 엄격히 규제되고 있으며, 납 함유 페인트 등은 금지돼 있다. 오래된 집이나 대도시 지역에 사는 경우는 위험이 있을 수는 있다.
심각한 납중독땐 뇌·신장 손상
흔한 질병 아니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장난감 가급적 미국제를
#증상
처음부터 증상만으로 납중독을 판별하기는 어렵다. 혈중 납 성분 레벨이 높은데도 건강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납중독은 하루아침에 발병하는 병은 아니다. 서서히 혈액에 오랜 시간 축적이 돼야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각한 수준의 레벨에 이르러서야 병증을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납중독에 걸렸을 경우 증상으로는 예민하거나 화를 잘 내거나, 체중 감소, 식욕 부진, 복부 통증, 활동이 활발하지 못하고 둔하거나 느린 상태를 보인다. 또한 구토 및 변비 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빈혈에 의한 창백한 혈색을 띠거나 학습능력 저하를 보이기도 한다.
#원인
-토양: 1970년대 납 중독 때문에 페인트의 납성분 규제, 납을 제거한 개솔린(unleaded gasoline) 사용 등으로 최근에는 혈중 납 함유 레벨이 뚝 떨어졌다고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오래된 학교나 고속도로나 다리 등에서는 납에 오염된 흙이 아직도 있을 수 있다.
-물: 1980년대 의회에서 식용수 안전법(Safe Drinking Water Act)이 통과되면서부터 공공 배수관 시스템에 납 함유 배수관 사용은 엄격 규제 조치가 내려졌다. 납 파이프, 납과 주석의 합금 파이프 등은 납의 아주 작은 분자를 물에 용해시킬 수 있다. 집 배수관이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졌는지 잘 모르는 경우 찬 수돗물(탭 워터)은 사용하기 전 30~60초간 틀었다가 쓰도록 한다. 뜨거운 물이 찬물보다는 납을 함유하기 쉽다. 환경보호국(EPA)에서는 절대로 뜨거운 수돗물로 아기 분유를 타서 주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납 성분 페인트: 1978년 CPSC(Consumer Product Safety Commission, 소비자 제품 안전 위원회)는 집이나 장난감, 가구 등 납성분이 함유된 페인트의 판매를 금지했다. 1978년 이전에 세워진 집이나 아파트는 납성분 페인트로 칠해졌을 수 있다.
-전통 치료약 및 화장품: 아유르베다 의학 등 인도, 남아시아 지역의 전통 민간요법 약에는 납 등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을 수 있다. 또한 FDA에서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흔히 쓰이는 복숭아빛 색의 파우더인 리타지리오(litargirio)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이 파우더에는 납성분이 높게 함유돼 있는데, 데오도란트나 발 무좀 및 곰팡이 제거제로 쓰인다. 또한 아이라이너로 쓰이는 콜(Kohl)에도 납 성분이 들어 있다.
#검사
간단한 피검사를 통해 검사할 수 있다. 아주 소량이어도 충분하다. 10mcg/dL 이거나 그 이상이면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안전한 수치는 있을 수 없으며 2.5 정도만 검출돼도 학습능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한편 납 중독 레벨은 클래스 I~V까지 구분된다. 클래스 5는 아주 심각한 경우다. ▲클래스 I: 10mcg/dL 이하 ▲클래스 II-A: 10~14 ▲클래스 II-B: 15~19 ▲클래스 III: 20 ~44 ▲클래스 IV: 45~69 ▲클래스 V: 70 이상
#치료
만약 가벼운 납 중독인 경우는 노출을 바로 중단하면 괜찮아진다.
클래스 I~III까지는 납 중독의 원인이 되는 것을 치우고, 노출을 줄이는 것이 상당한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어린이는 계속 검사를 받거나 경우에 따라 치료가 요구될 수도 있다.
납중독이 심한 경우는 약을 처방받기도 하며 중금속 제거 요법인 ‘킬레이트화 테라피’(chelation therapy)를 받기도 한다. ‘킬레이트화 테라피’는 비타민이 함유된 EDTA(에틸렌디아민테트라아세트산, ethylenediaminetetraacetic acid)를 정맥주사나 경구에 투여하여 혈류에 있는 독소와 노폐물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납 중독에 대한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사이트
-연방 질병 통제센터의 납 중독 예방 프로그램: www.cdc.gov/nceh/lead/default.htm
-소비자 제품 안전 위원회 www.cpsc.gov (800)638-2772.
-환경보호국: www.epa.gov/opptintr/lead/index.html
-국가 안전 심의회(National Safety Council) : nsc.org/library/facts/lead.htm
내 아이 장난감 고르기
■ 장난감을 살 때는 되도록 미국에서 제조된 것을 고르도록 한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납 성분 함유된 페인트 사용은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 집에서의 납 걱정이 된다면 전문가를 불러 검사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1978년 이전에 지어진 집이라면 납 중독 검사가 필요하다.
■ 야외에서 놀다 온 아이의 손은 꼭 씻게 지시하거나 깨끗이 닦아준다.
■ 집안은 늘 청결하게 유지. 규칙적으로 젖은 걸레나 수건으로 바닥이나 창문을 닦는다. 오래된 집에 벗겨진 페인트가 있다면 다시 페인트를 칠하도록 한다.
■ 자녀에게 건강한 음식을 제공한다. 철분과 칼슘 등이 풍부한 음식은 혈액으로 흡수될 수 있는 납 성분을 예방해 주는 기능이 있다.
■ 차가운 수돗물은 1분 정도 내렸다가 사용한다. 수돗물에서 내리는 뜨거운 물은 그냥 사용하지 않는다.
■ 리콜 사이트(www.recalls. gov)를 통해 자녀가 보유하고 있는 장난감이 CPSC에 리콜된 상품 목록에 포함돼 있는지 점검한다.
■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파손된 장난감, 질이 좋지 않은 플래스틱 장난감은 과감히 버린다.
■ 리드 프리(lead free)가 아닌 주방 용기나 테이블 웨어, 콘테이너 등은 사용하지 않는다.
■ 한인건강정보센터(KH EIR) 부속 클리닉에서는 무보험 어린이를 대상으로 44달러에 의사진료 및 납중독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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